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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능 대세? “당연 백 선생이쥬”

구수한 사투리와 소통 능력 백종원…‘비호감’에서 ‘호감’으로

하재근│문화평론가 ㅣ 승인 2015.06.16(Tue) 18: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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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방송에서 김구라가 “예전엔 한때 조세호(양배추)가 대세였던 적이 있었는데”라며 운을 뗐다. 옆에 있던 출연자가 “아니, 조세호는 요즘도 대세 아니에요?”라고 하자 김구라는 “요즘 예능 대세는 백종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사람들이 모두 수긍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요즘 백종원은 시쳇말로 떴다. <한식대첩>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에 출연하고 있고, <스타킹>이 야심 차게 ‘중화요리 4대 명인’ 특집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회심의 카드로 내세운 인물도 백종원이다. 무엇보다 백종원은 지금 <집밥 백 선생>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인 중에 자기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예능계에선 조세호·김영철 등 그때그때 화제가 됐던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대세 소리를 듣긴 하지만 백종원의 경우는 좀 다르다. 최근 대세 중 그 누구도 한 프로그램의 간판이 된 적은 없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백종원은 요즘 등장한 여러 대세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떴다고 할 수 있다. 급이 다른, 그야말로 진짜 대세인 것이다.

1966년생 충남 예산 출신인 이 백 선생은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한신포차’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더본코리아 대표로 요식업계 준재벌 사업가로 알려졌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인기 예능인이 된 것일까.

   
tvN <집밥 백 선생>의 한 장면. ⓒ tvN 제공

싸구려 요리로 돈만 긁어모으는 사업가?

더욱 놀라운 건 원래 백종원이 비호감이었다는 사실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사업가라는 것 자체가 일단 비호감 요인이다. 요즘 영세 업주를 울리는 대표적인 사례가 프랜차이즈의 ‘갑질’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품목이 많다 보니 조미료로 맛을 낸 싸구려 요리로 돈만 긁어모으는 사업가라는 이미지도 있었다. 게다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새마을식당’까지 하다 보니, 젊은 네티즌이 그를 부패 기득권 세력의 일원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었다.

비호감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건 결혼이었다. 백종원의 부인은 탤런트 소유진이다. 그런데 소유진 자신이 결혼 전 말실수로 일부 네티즌들에게 ‘찍힌’ 적이 있다. 그런 와중에 나이 차가 많은 두 사람이 결혼하다 보니 ‘사랑 없이 돈 보고 결혼한 신부’ ‘돈을 앞세워 젊은 여자 유혹한 부자’ 등 이 커플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다. 한때 이들 부부는 악플계의 원투 펀치나 다름없는 위상이었다. 그랬던 이미지가 극적으로 반전됐다. 악플 진공청소기였던 문희준이 ‘문보살’로 반전된 이래 가장 극적인 이미지 반전일 것이다.

이 극적인 반전 드라마의 시작은 <한식대첩>이었다. 여기서 그는 요리의 전문성, 요리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각 지역 전통 음식의 조리법을 꿰뚫고 온갖 식재료에 대한 백과사전 같은 지식을 드러냈다. 그의 심사평에는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한 신뢰성과 설득력이 있었다. 최근 <스타킹> ‘중화요리 4대 명인’ 특집에서도, 각 명인들이 선택한 재료와 요리법에 대해 줄줄 해설하던 그는, 부천 명인이 고기 두 점을 꼬아서 튀기자 “저건 저도 처음 보는데요”라고 했다. 부천 명인이 “내가 개발한 비법”이라고 하자, “그러니까 제가 모르죠”라고 말한다. 이런 걸 보면서 시청자는 백종원이 몇몇 특수한 비법 외에는 대부분의 요리 지식을 섭렵했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요리에 대해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천착한 전문가로 알게 됐다. 조미료로 유혹하는 싸구려 음식 프랜차이즈 장사꾼 이미지는 점점 깨지기 시작했다.

   
Olive <한식대첩>(위)과 ⓒ Olive 캡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한 장면. ⓒ MBC 캡쳐

“그럴듯해 보이쥬?” “그럴싸하쥬?” 인간미 더해

결정타는 MBC에서 내놓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여기에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의외로 요리에 진정성을 가진 반전 전문가 정도였던 백 선생이었다. 그는 여기서 인간적인 매력을 대폭발시켰다. 예능에서는 그전부터 인간미 넘치는 ‘허당 아저씨’ 캐릭터가 인기였는데 백종원이 바로 준비된 허당 아저씨였다. 계란말이를 하다가 실수하고, 춘장을 볶다가 태우는 등 약점을 노출했는데 이미 전문가로 공인받았기 때문에 그의 실수는 인간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여기에 그의 충청도 사투리가 큰 역할을 했다. ‘이랬쥬? 저랬쥬?’ 하는 느낌은 그를 더욱 친근한 아저씨로 만들었다. 고급 요리까지 꿰뚫고 있는 그가 방송에서 선보인 것은 평범한 재료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서민 요리였다. 그런 것을 만들면서 “그럴듯해 보이쥬?” “그럴싸하쥬?”라고 말하는 게 인간미를 더했다. 그는 솔직했다. 자신이 큰 중식도를 쓰는 이유가 단지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하고, 설탕·조미료 등을 충분히 써줘야 맛있어지는 것 아니냐고 화통하게 인정했다.

게다가 말도 잘한다. <스타킹>에서 조세호가 탕수육 시식 소감을 복잡하게 말하고 “무슨 말인지 알죠?”라고 했을 때 프로 예능 MC들 틈에서 백종원은 가장 먼저 “그거 모르겠는데”라고 치고 나왔다. 일반인이 예능인보다 멘트를 먼저 치는 건 이 세계에서 꽤 어려운 일이다. 거꾸로 말하면 말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뜻이다. 거기에 듣는 자세도 돼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채팅창에 올라오는 누리꾼들의 요구에 바로바로 대응하는 소통 능력과 온갖 놀림에 당해주는 넉넉한 도량을 선보였다. 네티즌은 백종원을 ‘놀려먹는 재미가 있는 아저씨’라고 생각하게 됐다.

가족애가 뜨는 시대에 그가 던진 한마디도 울림이 컸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첫 우승 후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부인 소유진을 걱정하는 진솔한 말과 함께 “와이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서 ‘가족애’를 대방출했다. 그가 소유진에게 게임 전용 마우스를 들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는 ‘이 부부가 정말 알콩달콩 사는구나’라고 믿게 됐다. 사람들은 ‘저 사랑은 진짜야! 여태까지 우리가 오해했던 거였어! 돈 보고 결혼한 게 아니라 사람 자체가 매력이 철철 넘쳤던 거였어!’라는 대오각성과 함께 지금까지의 악플을 반성했다. 비호감이 컸던 것만큼 반전 호감도 거세게 일어났다.

한마디로 그는 트렌드에 딱 맞는 준비된 대세였다. 이미 예능에서 허당 인간미 아저씨 코드가 인기였고, 새 얼굴로 전문가들이 대두되고 있었으며, 먹방과 쿡방 등 음식이 뜨고 있었다. 백종원은 이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이었는데 게다가 생각지도 않게 인터넷 소통에도 친화적인 인물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인터넷 게임 마니아라는 반전 요소도 갖고 있었다. 무분별한 예능 노출로 피로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음식 중심의 전문적 영역과 진정성을 지켜나간다면 그에 대한 호감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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