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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프레임’ 무력화할 답을 찾아라

김상곤 혁신위, 문재인 대표부터 가진 걸 내려놓게 해야

유창선 | 시사평론가 ㅣ 승인 2015.06.24(Wed) 17: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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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과연 다를까.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의문부호형이다. 제1야당이 다시 태어나겠다며 혁신의 기치를 내거는 모습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만 하면 지는 야당’이라는 낙인이 찍힌 이래로 야당은 선거에서 패하기만 하면 혁신위원회를 만들고 온갖 혁신 방안들을 내놓곤 했다. 그러나 막상 그 혁신안을 통해 야당이 새로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다.

혁신 핵심은 제도 개혁 이전에 정치적 결단

이번에도 실패하지 않으려면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야 한다는 말일까. 혁신위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혁신 구상들이 나온다. 물갈이, 제도 개혁, 지방에 기초한 정당, 현장형 정당, 당원이 뿌리내리는 정당 등등. 모두가 좋은 방향들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합해지면 과연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될 수 있는 것일까.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모색해야 할 의미 있는 방향이기는 하지만, 당장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민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서부터 혁신은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난 2007년 이래로 야당의 발목을 잡고 지체 현상을 초래한 ‘친노 프레임’이라는 근본 문제를 더 이상 피하지 말고 마주 봐야 할 시점이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야당 내 계파 갈등 속에서 어느 한쪽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자 함이 아니라, 오늘 야당이 처해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함이다. 야당이 선거만 하면 연전연패하는 일이 점차 구조화되고 있는 문제임을 인식한다면, 이제는 정치적 대증(對症)요법 수준을 넘어 정치사적인 전환을 모색한다는 큰 틀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기서 친노 프레임이라는 것이 여당과 보수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냐, 아니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냐를 놓고 새삼 논쟁을 벌이는 것은 지극히 소모적인 일이다. 중요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끝난 지 7년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친노 프레임은 여전히 살아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당은 자신이 위기에 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 프레임을 꺼내들면 거꾸로 야당을 심판의 대상으로 바꿔놓으며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왔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친노 프레임을 넘어서고 무력화시킬 답을 찾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은 또다시 집권 세력인 정부·여당이 아니라 거꾸로 야당을 심판하는 데 나서게 될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아무리 수많은 백화점식 혁신 방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백약이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 혁신의 핵심은 사실은 제도 개혁 이전에 정치적 결단의 문제다.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할 시점에 백화점식 제도 개혁 논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자칫 길 잃은 혁신으로 가게 만들 위험이 크다. 각종 제도 개혁안만 무성하고 정치적 결단들은 회피되는 상황은 결국 계파 갈등의 재연으로 귀결될 것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의 성과를 내놓기 어렵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얘기가 야당 내 혁신의 대상이 특정 계파에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의미로 곡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친노 패권주의 반대’의 구호 아래 자신의 낡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그 역시 타파해야 할 대상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에서 혁신의 성역은 존재할 수 없다. 친노든 비노든, 진보든 중도든, 계파·지역·세대를 불문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는 인물이나 세력은 모두 혁신의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6월15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오른쪽)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혁신위원회 상견례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표 쪽 ‘내려놓기’보다 ‘지키기’에 집착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부의 최근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혁신이 성공하기는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무엇보다 ‘내려놓기’의 물꼬를 터야 할 위치에 있는 문재인 대표 쪽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 ‘세작’ 발언,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싼 계파 갈등, 윤리심판원 구성에서의 치우침 논란 등 일련의 광경들은 문 대표 쪽이 여전히 ‘내려놓기’보다는 ‘지키기’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가장 힘센 쪽이 내려놓기에 솔선하지 않는데 다른 누가 먼저 내려놓으려 하겠는가. 김상곤 혁신위는 우선 문 대표를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그의 것들부터 내려놓게 함으로써 혁신의 물꼬를 트고 큰 흐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혁신위가 가장 힘센 사람은 피해가면서 다른 곳에만 혁신의 칼을 들이대는 종이호랑이 식 접근을 하면 그 누구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새정치연합은 결국 아수라장이 되고 말 것이다. 당의 최고 실력자와 세력부터 혁신의 대상에 올려놓아야만 성역 없는 혁신 의지를 입증할 수 있고, 당내 다른 세력들도 그 혁신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도록 이끌 수 있다.

또한 새정치연합 내에 만연되어 있는 구성원들 사이의 ‘막말’ 정치를 추방하는 일도 혁신의 우선적 과제다. 이는 단지 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견해가 다른 동료들을 ‘적군’ 대하듯이 하는 반(反)민주주의적인 정치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정치적 노선과 견해가 다르면 토론하고 논쟁할 일이지, 인격을 모욕하고 모략을 해대는 것은 민주주의를 하는 태도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야당은 왜 만날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느냐’는 힐난을 받는 마당에 최소한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행태를 근절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계파의 구분과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참으로 불행한 우리 국민들이다. 그래도 많은 기대를 갖고 대통령을 뽑았건만, 무능의 연속이다. 세월호 참사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번에는 메르스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한 이래 도대체 한 일이 무엇인가를 떠올리려 해도 도무지 생각나는 것이 없다.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런데도 야당은 선거만 하면 지고 있다. 친노·비노 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른다. 그래서 국민은 여기도 저기도 마음 붙일 곳이 없다. 이제는 야당에도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이번에도 혁신이 실패하고 지금 모습 그대로 총선과 대선을 맞게 된다면 누가 이들에게 표를 주려 하겠는가. 야당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모든 것을 걸고 판을 바꾸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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