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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칼날 위의 歷史] #43. 류성룡, 이순신 천거로 조선을 구하다

올바른 인재 등용이 나라 살려…국왕 혼자로는 한계 뚜렷해 천거제도 둬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ㅣ | 승인 2015.06.24(Wed) 1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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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한 가운데서 발탁한 훌륭한 인재를 뜻하는 말이 이려(伊呂)다. 은(殷)나라 탕왕(湯王) 때의 재상인 이윤(伊尹)과 주(周)나라 무왕(武王) 때의 재상인 여상(呂尙)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이윤의 출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유신국(有莘國)에 노예로 팔려갔다는 것이다. 은나라 재상인 중훼가 하(夏)나라 걸왕에게 공물을 바치러 가는 길에 알아보고 탕왕에게 천거했다. 그러나 이윤은 탕왕이 세 차례나 사신과 후한 폐백을 보내 초빙한 후에야 마지못해 출사했다. 그 후 이윤은 은나라가 하나라를 무너뜨리고 천하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 공을 세웠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은본기(殷本紀)’에서 ‘이윤이 다섯 번이나 거절한 후에야 탕의 신하가 되었다’고 적었다. 이윤은 탕왕의 적장손인 태갑이 정사에 태만하자 동궁(桐宮)에 유폐시켰다가 그가 개과천선하자 3년 후 다시 복위시키는 등 은나라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나서 정국을 수습했다.

   
류성룡이 선조에게 국정 건의를 하고 있는 KBS 드라마 <징비록>의 한 장면. ⓒ KBS

숨어 있는 인재 천거하는 여러 제도 둬

여상도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늙어서 위수(渭水)에서 낚시를 하다가 주나라 문왕(文王: 무왕의 아버지)을 만났다. 문왕은 여상과 대화를 나눈 후 그에게 비범한 재주가 있는 것을 알고 “당신이야말로 선왕(先王) 태공(太公)이 기다리고 기다린 현자다”라고 기뻐하면서 ‘태공망(太公望)’이라 부르고 스승으로 삼았다. 그가 바로 낚시꾼의 대명사로 불리는 강태공으로서 그 역시 문왕과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 천하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이윤과 여상은 미천한 신분에서 발탁한 사례로 자주 인용되었는데, 미천한 신분에서 발탁된 또 한 명의 인재가 은나라 고종 때의 부열(傅說)이다. 은나라 고종이 간절하게 인재를 찾는 가운데 하루는 꿈속에 그런 성인(聖人)이 나타났다. 고종은 꿈속에서 본 인물을 그림으로 그려서 찾게 했는데, 뜻밖에도 부암(傅巖) 들판에서 성(城)을 쌓는 인부들 가운데서 찾았다. 미천했기 때문에 성씨가 없었는데 부암 들판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부(傅)를 성씨로 삼았다. 부암 역시 은나라가 발전하는 데 큰 공을 세웠는데, 이 때문에 ‘판축(版築)’과 ‘조황(釣璜)’이란 말이 미천한 곳에서 인재를 얻는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성을 쌓는다는 판축은 부열을 얻은 것을 뜻하고, 물가에서 구슬을 낚는다는 조황은 강태공을 얻은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는 고구려 을파소(乙巴素)가 그런 사례다. 고구려 고국천왕은 사부(四部)에 ‘현량하지만 아래에 있는 자’를 천거하라고 명했다. 사부에서 함께 추천한 인물은 동부(東部)의 안류(晏留)였다. 그러나 안류는 사양하면서 대신 서압록곡(西鴨谷)의 농부 을파소를 천거했다. 안류는 을파소에 대해 “성질이 강의하고 지혜가 깊으나 세상에서 쓰이지 못해 힘들여 밭을 갈아 살아가는데, 대왕께서 만약 나라를 다스리려 하신다면 이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 없습니다”라고 천거했다. 고국천왕은 을파소에게 사신을 보내 겸손한 말과 정중한 예로 초빙하고는 중외대부(中畏大夫)로 임명하고 우태(于台)라는 벼슬을 더했다. 그러나 을파소는 이 정도 관직으로는 국사를 다스리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사양했다. 고국천왕이 다시 국상(國相)으로 임명하자 을파소는 “때를 만나지 못하면 숨고, 때를 만나면 벼슬하는 것은 선비에게 늘 있는 일이다. 지금 임금께서 나를 후의로 대하시니 어찌 옛날 숨어 지내던 것을 생각하겠는가”라면서 국정 개혁에 나섰다. 국상 을파소가 구신(舊臣)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행한 법이 빈민구호법인 진대법(賑貸法)이다. 이로써 고구려 국정이 안정되었다.

국정의 성공과 실패의 요체가 인재 등용에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왕 혼자서 나라 안 사람들의 현부(賢否)를 모두 알 수 없기에 주위에 숨어 있는 인재를 천거하는 여러 제도를 두었던 것이다. <중종실록>에 따르면, 중종 19년(1324년) 특진관(特進官) 심사손이 “천거하는 규례가 없는 것이 아니어서, 지금 해마다 정월에 동반(東班) 3품 이상은 쓸 만한 사람을 천거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 감사(監司)·병사(兵使)가 될 만한 사람은 정부(政府)·육조(六曹)가 천거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조선은 제도적으로 인재 추천 장치가 있었다. 이런 장치를 잘 이용한 인물이 류성룡이다. 류성룡이 없었다면 충무공 이순신도 없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국왕 의지가 중요

이순신이 선조 5년(1572년) 무과에 병과(丙科)로 급제해서 종9품이 되었을 때가 서른한 살로서 남들보다 늦었다. 게다가 윤휴가 ‘통제사 이 충무공 유사(遺事)’에서 “순신은 본디 성품이 고상하여 귀족들을 찾아가지 않았다”고 쓴 것처럼 고개를 숙이거나 청탁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래서 류성룡이 <징비록(懲毖錄)>에서 “조정에서 이순신을 추천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무과에 오른 지 10여 년이 되도록 벼슬이 승진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처럼, 과거에 급제한 후 10년 동안 좌천·파직·백의종군 등을 거듭하는 불우한 길을 걸었다. 이런 이순신을 류성룡이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발탁했는데, 류성룡이 <징비록>에서 ‘내가 순신을 천거해 수사(水使·전라좌수사)로 차례를 뛰어넘어 임명되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갑작스레 승진된 것을 의심하였다’고 쓴 것처럼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닥치자 불우했던 장수 이순신의 진가는 곧 드러나서 곡창지대인 호남을 일본군의 공격으로부터 막아내고, 제해권을 장악했다. 류성룡의 이순신 천거가 임란의 전세를 바꿔놓았을 만큼 인재 천거는 국사의 요체였다.

인재를 천거할 만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천거하지 않는 자를 ‘한선(寒蟬)’, 즉 가을 매미라고 부른다. <후한서(後漢書)> 두밀(杜密) 열전에 따르면, 태산태수(太山太守)·북해상(北海相) 등을 역임하던 두밀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인 영천(潁川)에 돌아왔을 때 태수(太守) 왕욱이 그 앞에서 유승이란 인물을 칭찬했다. 그러자 두밀은 “유승은 대부(大夫)가 되었을 때 빈객(賓客)을 예로 맞으면서, 빈객이 선한 것을 알면서도 천거하지 않았고, 악한 사실을 듣고서도 말하지 않았다. 이는 실정을 숨기고 자신만을 아낀 것으로 가을 매미(寒蟬)와 같은 자였다”고 비판했다. 인재를 천거해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천거하지 않는 것을 울어야 할 때 울지 않는 가을 매미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천거제도가 있어도 국왕이 인재 발탁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머리를 부수다’는 뜻의 쇄수(碎首)다. <논형(論衡)> ‘유증(儒增)’ 편에 나오는 말인데, 금식이란 인물이 진(秦)나라 목공에게 백리해를 천거했는데도 목공이 등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금식이 문을 나서며 스스로 대문에 머리를 부수고 죽은 데서 나온 말이다. 이에 놀란 목공이 한탄하면서 백리해를 등용했는데, 백리해는 진나라가 패자(覇者)로 부상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심지어 선조 같은 용렬한 군주는 이순신을 견제하고 죽이려고 했다. 일본은 이중간첩 요시라를 이용해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동정을 알려주는 척하면서 이순신을 꾀어 제거하려 했다. 이순신은 이런 사실을 간파하고 흉계에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선조는 재위 30년(1597년), 이순신이 일부러 가토 체포를 방기했다면서 “이순신이 조정을 속인 것은 임금을 없는 것으로 여긴 죄이고, 적을 놓아주고 치지 않은 것은 나라를 버린 죄이고, 심지어 남의 공을 가로챈 것은 남을 함정에 빠뜨린 죄를 지은 것이다”면서 “이는 법에 있어서 용서할 수 없으니 율(律)을 상고해서 죽여야 마땅하다”(<선조실록> 30년 3월13일)라고 격분했다. 이때 류성룡은 <징비록>에서 ‘이순신을 천거한 사람은 나이므로 나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원균과 합세하여 이순신을 몹시 공격했다’고 적고 있는데, 임금이 인재를 신뢰하기는커녕 시기심으로 죽이려고 했으니 이때 조선이 멸망하지 않은 것 자체가 하늘의 도움이었다.

   
6월8일 열린 황교안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질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그릇된 인물 천거하는 사람도 처벌해야

조선 후기의 학자 최한기는 <선인문(選人門)>에서 “만 마디 말로써 백성에게 선(善)을 권하는 것은 한 사람의 현인(賢人)을 천거해 선을 권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지금 국가 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우려가 많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인재 등용 실패의 탓이 가장 크다. 일부러 고르라고 해도 힘들 정도로 하자 많은 인물들만 고위직에 발탁되니 고위직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반감에서 냉소를 넘어 비웃음 수준으로까지 전락한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그런 처신을 배울까 봐 두려운 사람들만 고위직에 올라 청문회 자리에서 쩔쩔매거나 ‘내 배를 째라’는 식으로 맞대응하니 국가 기강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한서(漢書)> ‘무제(武帝)본기’에 ‘현자(賢者)를 추천한 자는 높은 상을 받고 숨긴 자는 사형을 받는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송사(宋史)> ‘선거지(選擧志)’에는 잘못 천거한 자도 함께 벌을 받는 것을 뜻하는 거주연좌(擧主連坐)가 있다. 이런 제도를 거울삼아 그릇된 인물을 천거한 사람도 처벌하는 것으로 재발 방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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