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남의 칼 빌려 공천 학살을?”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5.07.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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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최재성 사무총장 강행에 비노 그룹 의구심

결국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고집이 관철됐다. 비노·비주류 진영의 거센 반대를 뚫고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을 강행했다. 하지만 당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문 대표가 6월23일 인선 발표를 강행하자, 비주류 진영은 인선 철회를 요구하며 강도 높게 반발했다. 일각에선 문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가 하면, ‘신당론’과 ‘분당론’까지 거론하며 문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친노계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은 비노 측의 주장을 ‘사심(私心)이 있는 요구’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양측 간 불신의 벽은 쉽게 허물지 못할 정도라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의 어설픈 동거 체제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도 거리낌 없이 나온다.

동료 의원과 몸싸움·말다툼 등 소문 확산

사무총장은 당의 조직과 자금을 총괄하는 자리다. 대개 공천관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공천 실무를 담당하기도 해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당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임명된 사무총장의 임기는 20대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내년 총선 공천에 민감한 당내 각 계파는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재성 신임 사무총장은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른바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에 속한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 정세균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에 의해 대변인으로 발탁돼 이때부터 ‘정세균계’로 인식됐다. 정세균계는 당내 친노계와 중요한 국면마다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와 ‘범(汎)주류’ 또는 ‘범친노’로 불린다. 특히 정세균 전 대표 체제에서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최 사무총장은 무작위로 선출한 시민사회 전문가, 지역 유권자를 배심원단으로 구성해 공직 후보자를 선정하는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을 주도했다.

6월24일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최재성 의원(왼쪽)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표(맨 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비주류 측은 이 같은 최 사무총장 인선을 문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인 데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비주류에 속하는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최 의원은 정세균계의 핵심”이라며 “문 대표가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무총장 자리에 친노 핵심을 앉히는 것은 부담스러우니 범친노인 최 의원을 택해 사실상 공천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호남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최 사무총장이 과거 도입했던 시민배심원제는 ‘기득권 타파’를 명분으로 호남 지역에 대한 편파 공천을 한 도구였다”며 “(내년 총선에도) 최 사무총장은 혁신을 앞세워 총선판 시민배심원제 도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의원은 “친노의 뜻에 따라 최 사무총장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최 사무총장에 대한 비주류의 거부감은 최 사무총장 개인 캐릭터에서 비롯된 바도 크다. 최 사무총장은 3선을 하는 동안 ‘뚝심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아온 것과 동시에 반대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사무총장이 18대 국회 당시 같은 당 S 의원과 회의석상에서 자리를 놓고 다투다 실제 주먹다짐까지 벌였다는 일화에서부터 화장실에서 J 의원과의 몸싸움, 고교 선배인 M 전 의원과의 욕설이 섞인 말다툼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져 있다. 이런 소문들은 최 사무총장 인선을 앞두고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던 시기,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확산됐다. 또 다른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최 의원을 둘러싼 소문들 가운데 사실인 게 많을 것”이라며 “이런 성품을 가진 최 의원이 당내 통합과 화합을 이끌어야 할 사무총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반대 세력 많다는 건 그만큼 소신 있다는 뜻”

이와 달리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은 최재성 사무총장이 20대 총선 실무를 이끌 사무총장으로서 적임자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류 측의 한 당직자는 6월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무총장은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자리”라며 “최 의원은 당을 위한 헌신을 기반으로 당 대표를 대신해 당무를 관철해낼 수 있는 돌파력 및 추진력, 총선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략과 홍보 감각을 겸비하고 있어 사무총장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내년 총선의 콘셉트로 잡고 있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는 노영민 의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과 관련한 실무는 12월은 돼야 시작될 것 아니냐. 그 전엔 당무 혁신과 관련된 일이 많을 텐데, 최 사무총장이 당무를 집행하는 것을 보고 판단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비노 측이 최 사무총장의 성품을 문제 삼는 데 대해 “반대하는 세력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소신대로 일을 해왔다는 것”이라며 “최 사무총장이 총선 공천 등에서 친소 관계 등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문 대표 등 주류 측이 정책위의장 등 다른 정무직 당직을 비주류 측에 배려하는 것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도부의 한 핵심 당직자는 “정책위의장은 당초 유임하기로 했지만, 어떻게 할지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와 함께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6월25일 “사무총장을 공천과 관련된 모든 기구에서 배제하고, 당 대표 역시 공천 개입을 극도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갈등 봉합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 사무총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위의 ‘공천 불개입’ 제언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6월25일 ‘정부 시행령에 대한 수정요청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당 내홍도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대여(對與) 투쟁을 위해 단결해야 할 강력한 외부 변수가 생긴 터라 비주류 측도 ‘적전 분열’을 우려해 더 이상 공세를 확전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비주류 내에선 거부권 정국이 해소 국면으로 전환되고,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 추진 움직임과 맞물리면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비주류 측의 한 의원은 “최 사무총장 사태는 결국 당내 계파 갈등 문제이고, 정확하게 말하면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 근본 원인”이라며 “이런 것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선 언제든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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