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력에 정교함까지 무결점 ‘젊은 피’
  • 안성찬│골프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7.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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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여자 프로골퍼들, 빼어난 실력으로 그린 평정

한국 여자 프로골프(KLPGA)의 세대교체가 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선수들로 두꺼운 선수층이 형성되면서 중견 골퍼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들고 있다.

‘젊은 피’의 강세는 예견됐던 일이다. 이전에는 주로 골프장이나 연습장에서 캐디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골프에 입문해 그만큼 늦은 나이에 프로가 됐다. 하지만 요즘엔 10대 후반에 프로에 입문해 2·3부 투어를 뛰면서 기량을 키워 정규 투어를 준비하기 때문에 탄탄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국가대표나 상비군을 지냈기 때문에 기량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따라서 언제 어떤 선수가 혜성처럼 나타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 ‘젊은 피’는 과거의 선수들과 달리 체격 조건이 뛰어나다. ‘껑충’한 키에 멘탈도 강해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개막전 우승자 김보경(29·요진건설)을 빼고는 모두 20대 초반이다. 3승을 올린 전인지(하이트진로)가 21세, 역시 3승의 이정민(BC카드)과 데뷔 후 첫 승을 한 박성현(넵스)이 22세다. 2승을 거둔 고진영(넵스)과 1승의 김민선(CJ오쇼핑)은 20세다.

‘슈퍼 루키’ 김효주(20·롯데), 장하나(23·BC카드), 백규정(20·CJ오쇼핑)이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면서 20대 초반 선수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의 박결(19·NH투자증권)·지한솔(19·호반건설) 등 10대 후반 ‘루키’들이 호시탐탐 우승을 넘보고 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이정민·전인지·고진영 ‘트로이카’

국내 그린의 트로이카는 이정민·전인지·고진영으로 압축된다. 여기에 김민선·박성현이 끼어들면서 ‘빅5’를 형성하고 있다. 투어 6년째를 맞은 이정민은 172cm의 장신에 걸맞게 장타를 날린다. 지난해 2승을 올린 데 이어 올 시즌 3승을 추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0년 1승, 2012년 1승, 2014년 2승을 거두며 짝수 해에 유독 강하다.

올해는 홀수 해인데도 물오른 샷을 뽐내고 있다. 이정민은 아이언을 잘 쓴다. 김효주가 부러워할 정도다. 6월22일 12개 대회가 끝난 현재 그린 적중률 78.37%로 이 부문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정민은 지난겨울 전지훈련에서 멘탈을 강화한 데다 아이언샷을 더욱 견고하게 갈고닦았고, 쇼트게임 기술도 보강했다. 모든 샷에서 일관성이 뛰어나다. 이정민은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한 주 건너뛰고 E1 채리티 오픈과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전인지도 지난해 3승에 이어 올해도 벌써 3승을 올리고 있다. 한국여자오픈에서 경기 중 발목 부상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강자다. 175cm의 큰 키에도 모든 샷이 안정돼 있다. 2013년 김효주와 신인상을 다투다가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바 있다. 강점은 코스를 매지니먼트하면서 스코어를 잘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퍼팅이 강해졌다. 평균 퍼팅 수 29.08타로 1위에 올라 있다. 전인지는 4월 삼천리 투게더 오픈, 5월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6월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상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170cm의 고진영은 지난해 백규정·김민선과 함께 신인상을 놓고 경쟁을 펼쳐 2위를 했다. 멘탈이 특히 강하다. 특이하게 시즌 중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놀라울 정도로 안정감 있는 샷과 플레이가 돋보인다.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와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평균 타수 71.26타로 랭킹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성현·박결·지한솔 ‘신세대 기대주’

시즌 1승을 챙긴 김민선도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선수다. 175cm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력이 일품이다. 지난해까지 김민선은 체격에 비해 강점이 없었다. 하지만 겨우내 전지훈련에서 근력을 키우고 스윙을 보완했다. 특히 인터로킹에서 오버래킹으로 그립을 바꾸면서 스윙에 안정감을 가져왔고, 원하는 스윙으로 잡혀갔다.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드라이브 거리 252.53야드로 랭킹 1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페어웨이 안착률도 83.86%로 높은 편이다. 마음 놓고 때리면 280야드 이상 나간다.

박성현은 신세대 기대주다. 171cm, 60㎏. 긴 팔과 다리를 갖고 있는데 ‘통뼈’다. 돋보이는 것은 역시 장타력.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할 때도 같은 조를 이룬 장타자 이정민을 거리에서 압도했다. 또한 컴퓨터 같은 아이언샷을 선보였다. 태권도 공인 3단인 엄마를 닮아 파워가 남다르다. 그녀는 “장타력은 골반에서 나온다”고 했다. 골반 턴이 잘돼 임팩트 순간에 폭발적인 힘이 나온다는 것이다. 고2 때 국가대표에 발탁됐지만 광저우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탈락한 아픔을 갖고 있다. 2011년 프로 데뷔 후 맹장수술과 교통사고가 겹쳐 정규 투어 입성이 늦어졌다. 2013년 2부 투어 상금왕에 오르면서 지난해 1부 투어 시드를 따냈다. 장타자라는 강점도 있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이 다소 떨어지는 흠도 있다. 안착률이 73.63%로 118위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박결도 스타성을 갖추고 있다.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오픈에서 아쉽게 2위를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역전을 이뤄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해 시드 순위전에서 수석을 했다. 어린 나이에 두둑한 배짱을 갖고 있으면서도 침착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장타자는 아니지만 거리도 뒤지지 않고, 페어웨이 안착률이 86.54%로 랭킹 3위다.

루키 싸움을 벌이는 지한솔 역시 국가대표 출신답게 기량이 출중하다.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전인지에게 아쉽게 져 첫 우승을 놓쳤다. 지한솔은 아시안게임에서 박결에게 금메달을 내줘 내심 신인상에 욕심을 내고 있다. 일단 코스 매니지먼트가 돋보이며 지혜로운 플레이를 한다. 165cm의 키에 단단한 체격을 갖고 있으며 샷을 골고루 잘한다.

KLPGA 투어는 상반기 16주간 연속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기량과 체력이 따라줘야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올해 투어는 모두 29개. 총상금 184억원이 걸려 있다. 기존 2개 대회가 없어지고 4개가 신설됐다. ‘쩐의 전쟁’이 될 상금 12억원이 걸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골퍼들의 군침을 돌게 한다. 그동안 최고 상금 대회였던 한화금융클래식과 같은 규모다.

박세리의 LPGA 우승을 보고 자란 박인비(26·KB금융그룹) 등 ‘세리 키즈’들이 대부분 미국으로 빠져나갔다. 그 자리를 ‘리틀 세리 키즈’들이 메우며 활약하는 국내 그린. 올 시즌 20대 초반 선수들이 그린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대회에서도 10대들이 돌풍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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