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4대강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5.07.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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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내륙과 경기도 도서 지역의 가뭄이 심각하다. 4대강 사업으로 계단식 호수가 되어버린 낙동강에는 녹조가 심각해서 강은 아예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내건 명분은 200년 주기의 홍수와 가뭄에 대비해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올해 닥친 가뭄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논리가 ‘새빨간 거짓말’임을 잘 보여준 셈이다. 근래에 있었던 홍수와 가뭄 피해는 대부분 상류와 지류 지역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만든 보는 모두 중·하류에 위치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16개 보는 애당초 가뭄 및 홍수 예방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것이다.

박정희 정부가 소양강댐과 안동댐 등 다목적 댐을 세우기 전에는 낙동강과 한강의 본류에서 홍수 피해가 많이 났지만 지금은 폭우와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주로 상류 지역에서 생기고 있다. 상류에는 대형 댐을 건설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류 지역에서 발생하는 가뭄과 폭우 피해를 근원적으로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정부는 소양강 상류 지역의 고랭지 농지를 매수해 산림으로 복구하고, 사방댐을 만들어서 폭우 피해를 줄이는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기존의 물 관리 정책이 폐기되고 엉뚱하게 중·하류에 괴상한 보를 건설하는 4대강 사업에 모든 재원이 투입되기에 이르렀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국토와 환경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에 나섰고, 산하 연구기관들은 4대강 사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온갖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16개 보 탓에 자연스럽게 흐르던 강물이 갇히면서 물고기가 죽어나가고 하수처리장 냄새가 진동하는 죽음의 호수로 변하고 말았다. 4대강 사업에 헛되이 투입된 예산의 10분의 1이라도 가뭄 대책에 사용되었다면 요즘과 같은 가뭄에도 피해는 훨씬 적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몰두할 때 박근혜 대통령은 그것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와의 토론에서 박 대통령은 “개인으로서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밀고 나가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본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4대강 문제를 다뤘어야 했지만, 박 대통령은 그러하지 못했다. 2013년부터 여름만 되면 낙동강에는 녹조가 창궐했지만, 하천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국토부장관이나 환경부장관은 낙동강 근처를 가본 적이 없다. 박 대통령 자체가 4대강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장관들도 덩달아 모른 체하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아무런 긍정적 효과도 내지 못하고 반만년 동안 유유하게 흘러온 멀쩡한 하천을 파괴했음은 이제 명백해졌다. 가뭄과 녹조에 속수무책인 박근혜 정부 역시 4대강 사업에 침묵으로 동조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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