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차단했어도 넘치는 스팸 ‘왕짜증’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07.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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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낫콜’ ‘수신거부 서비스’ 효과 체감 없어…당국 “법적 보완 필요”

 

이종혁씨(31)는 하루 평균 5통 정도의 스팸 전화를 받는다. 스포츠 도박, 대리운전 등 광고 문자도 매일 한두 건씩 온다. ‘두낫콜(Do not call)’이라는 스팸 전화 차단 시스템에 신고를 했지만, 여전히 비슷한 건수의 스팸 전화와 문자가 오고 있다. 이씨는 “신고도 해보고 스팸 번호 수백 개를 차단해놨지만 어차피 번호가 바뀐 채로 같은 내용이 오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스팸을 보내지 못하도록 강제해야지 받기 싫은 번호를 수신자가 직접 일일이 등록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 휴대전화 스팸 문자는 307만건, 이메일 스팸은 2300만건에 이른다. 휴대전화 스팸은 2014년 상반기 704만건에서 하반기엔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수신량은 훨씬 많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신고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KT CS가 올 4월 발표한 스팸 차단 앱 ‘후후’의 올 1분기(1~3월) 이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스팸 신고 건수는 총 706만883건으로 전년 동기(575만6694건)보다 23% 증가했다.

스팸을 근절하기 위해 2014년 11월29일부터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종 스팸 차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이 난무하는 스팸 전화나 문자를 걸러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복잡한 인증 절차…“신고하지 말라는 뜻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1월부터 한국소비자원에 위탁해 운영 중인 ‘전화 판매 권유 수신거부 의사 등록 시스템(두낫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42조에 따라 텔레마케팅 사업자는 두낫콜에 등록한 사용자들의 번호에는 전화를 걸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거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사업자가 고객 명단을 두낫콜 시스템에 올리면 스팸 전화를 거부한 의사를 밝힌 사용자를 빼고 난 후 그 명단을 텔레마케팅 사업자에게 되돌려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두낫콜 웹사이트에 접속해 수신거부 등록을 누르고 약관에 동의한 후 휴대전화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면 된다. 집 전화번호도 수신거부 목록에 넣을 수 있다.

만약 두낫콜에 전화번호를 등록했는데도 스팸 전화가 온다면 ‘위반업체 신고’를 통해 제재할 수 있다. 텔레마케팅 사업자가 등록한 지방자치단체로 신고 내용이 전해지고, 최고 1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미신고 사업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왜 두낫콜에 신고를 해도 같은 스팸 문자가 계속 발송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실제로 스팸 전화를 거는 업체가 텔레마케팅 사업자로 신고된 정식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비공식 업체라면 법적으로 규정된 ‘텔레마케팅 사업자’가 될 수 없고, 위반 행위가 적발될 이유가 없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또 개인 휴대전화 번호나 070 번호 등으로 오는 스팸은 웹 주소로 연결하기 전이나 통화를 하기 전까지는 업체명을 알 수 없어 스팸 신고 시스템 항목인 ‘업체명’을 적기도 어렵다. 신고 시스템이 걸러줄 수 있는 광고 문자 범위가 잘 알려진 보험사·카드사·증권사·저축은행 등 적법한 ‘정식 업체’에 한정되고 있는 것이다.

홈페이지에도 같은 내용의 불편 사항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 작성자는 “사이트가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알 수 없는 불법 업체 이름을 기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꼭 신고를 하지 말고 참으라고 하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두낫콜 관계자는 “신고하지 않은 불법 업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발신 번호를 조작해 신원 파악이 어려운 업체가 많아 현실적으로 모든 스팸을 막기 어려워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는 것 같다”며 “(두낫콜은) 지난해에 가동을 시작한 시스템이라 아직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 미등록 업체 번호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7월에 결과가 나오면 불법 업체들에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신거부 전화 연결 안 되는 경우 많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불법스팸대응센터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광고 수신거부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휴대전화 번호와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성인·대리운전 사업자가 광고를 발송하기 전에 신고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자사 광고 발송 대상 목록에서 제외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사업자 자율로 시행된다. 법률적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자가 이를 지키지 않아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기자도 지난해부터 휴대전화 광고 수신거부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대리운전, 계좌 임대 등 스팸 문자가 계속 오고 있다.

보통 정식 업체에 스팸 문자 거부 전화를 걸면 “SNS 광고 수신 거부는 X번을 눌러주세요” “가입자 생년월일과 전화번호, 우물 정(#)을 눌러주세요” 순으로 안내된다. 그러나 불법 업체라면 수신거부도 위험하다. 대학생 김연지씨(23)는 자주 오는 대출 스팸 문자를 거부하려고 문자에 적힌 수신거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어눌한 말투를 쓰는 안내원이 전화를 받았고 김씨의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했다. 김씨는 “아무 생각 없이 알려주려다가 문자 수신거부를 하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황 아무개씨(35)는 최근 결혼·장례식 화환과 관련된 광고 스팸 문자를 수신했다. 지난달에도 받은 적이 있는 업체의 광고였다. 더 이상 수신을 원하지 않아 광고 문자 하단의 거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모바일에서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이 나온 후 끊겼다. 일반 전화로 다시 전화했더니 ‘삐’ 하는 기계음만 들리면서 통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개정법상 사업자는 광고 문자에 대해 수신거부를 할 수 있는 번호를 기재해야 한다. 그래서 ‘수신거부 가능 번호’를 표시해 놓지만, 실제로는 연결이 되지 않는 번호가 많아 수신거부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직접 전화를 걸지 않으면 수신이 가능한 번호인지 확인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짜 번호’를 기재한 업체들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이에 대한 규제도 없는 상태다. 또 이미 개인정보 유출과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또 다른 정보가 새어나가는 건 아닌지 우려해 스팸 문자를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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