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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먹잇감 채어간다

앞에선 ‘기부’ 뒤에선 ‘먹튀’…국제 헤지펀드의 실체

김원식│미국 통신원 ㅣ | 승인 2015.07.15(Wed) 10: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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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기다려 왔을 뿐이다.”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과 대표적인 국제 헤지펀드의 하나인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싸고 싸움을 벌이자 미국 월가에서 떠도는 반응이다. 한마디로 엘리엇은 합병을 둘러싼 삼성과의 싸움에서 질 것을 알면서도 이 기회를 기다렸다는 의미다. 즉 싸움에서는 져도 수익은 창출되는 방향으로 몰고 가겠다는 고도의 전략이다. 위험을 회피한다는 의미(risk hedge fund)에서 명칭이 생겨난 헤지펀드가 이제 위험과 직접 맞서는 방향에서 더 나아가 위험을 직접 만들면서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엘리엇이 이른바 죽은 시체를 먹고 산다는 독수리에 비교된 ‘벌처 펀드’(vulture fund)의 신형 대부로 불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다 망해가는 기업의 주식 등을 싸게 사서 후에 비싸게 되팔아 이익을 얻거나 이번처럼 대주주가 어떤 행동을 취하려 할 때 거기에 개입해 자신들의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헤지펀드는 자신들이 이익만 채우는 벌처 펀드로 불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철저한 자본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일 뿐이며 과체중으로 쓰러지는 기업들에 개입해 오히려 소액주주 등의 이익을 보호할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들이 ‘벌처 펀드’보다는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Activist fund)로 불러달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헤지펀드는 대규모 이익 창출과 ‘먹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학이나 자선단체 등에 거액의 기부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은 기본이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동성애단체 등에 거액을 기부하는 등 마치 대중 정치인인 포퓰리스트(populist)처럼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 대한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 더 깊게 보면 이러한 명분 쌓기는 바로 이들의 뿌리가 유대계 상인들의 정신에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월가를 중심으로 활약하는 헤지펀드 대부분을 유대계가 주무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지펀드 매니저의 수입 순위 기준으로도 상위 10개 중 9개가 유대계 자본이다.

웬만큼 유명한 헤지펀드는 거의 유대계 자본이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과의 대결로 그 이름이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지고 있는 엘리엇 헤지펀드의 설립자이자 소유자인 폴 엘리엇 싱어(Paul Elliott Singer)도 정통 유대계 집안 출신이다.

1944년 뉴욕 맨해튼에서 약사와 건축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싱어는 10세 때부터 배운 피아노 실력이 수준급이며 유명 록그룹인 레드 제플린의 광적인 팬으로 배우 겸 유명 가수인 미트 로프와 합동 공연을 펼칠 정도로 젊은 시절 음악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싱어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다음 바로 부동산 분야에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게 된다. 1977년 유대계 집안 친인척들로부터 130만 달러를 모아 자신의 중간 이름을  딴 ‘엘리엇매니지먼트’라는 헤지펀드 회사를 설립한 것이 오늘날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된 회사의 출발점이었다. 이 회사는 현재 자산이 230억 달러(약 25조원)에 이르고, 싱어의 개인 재산만 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설립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14.6%로 S&P500의 수익률 10.9%보다 월등히 높다.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싱어는 이른바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행동주의 투자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2003년 미국 P&G사가 헤어용품 업체인 웰라를 인수하려 하자 싱어는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반기를 들면서 매입가를 끌어올려 소액주주에게 이익을 줬지만 결국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자신도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2014년 8월1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미국 상공회의소 앞에서 헤지펀드 소송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 연합

아르헨티나와의 법정소송

엘리엇이 이른바 악명 높은 벌처 펀드의 대명사로 부각된 것은 아르헨티나와의 싸움에서였다. 파산에 이른 아르헨티나 국채를 헐값에 대량으로 사들인 다음 13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 원금을 모두 돌려달라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해 결국 승소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싱어를 탐욕스러운 투기꾼(vulture)이라고 비난하며 아직도 상환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유대계 자본으로 대표되는 엘리엇의 싱어는 국제 투기자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하지만 싱어는 자신이 탐욕스러운 투기꾼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싱어가 적극적인 기부 활동에 이어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주도하는 ‘더 기빙 플레지’에 서명하면서 최소한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동성애자인 자신의 아들을 위해 동성애단체에 막대한 자금을 기부하고 있으며,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그가 급부상하는 헤지펀드의 소유자라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국제 금융자본의 실체는 오직 이익만을 추구하는 투기자본에 다름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오직 돈 냄새만 나면 즉각 달려들어 먹잇감을 채어가는 독수리에 비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대부분 유대계 자본으로 설립된 헤지펀드들은 그들만의 폐쇄성을 띠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유대인들이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헤지펀드업계의 최고 실력자이자 유대계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의 말 한마디에 따라 한 나라의 경제가 휘청거리기도 한다. 1992년 그가 영국 정부와 파운드화를 절하하라는 명분으로 싸움을 시작하자 모든 유대계 투기자본들이 일제히 달려들었고, 결국 영국 정부가 백기를 들고만 사건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마치 구세주처럼 나타난 소로스가 결국 이익만 챙기고 ‘먹튀’를 했다는 비난이 나올 만큼 그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늘날 이들 국제 헤지펀드가 초단기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기본적인 방법 이외에도 이제는 위험(risk)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그 위험을 이용해 이익을 창출하는 고도의 이익 추구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삼성의 경우처럼 가족 승계 등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기업 오너의 전략을 미리 꿰차고 이를 흔드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번에 엘리엇이 삼성과 싸움을 시작한 배경이기도 하다. 즉 삼성과 싸움을 시작한 엘리엇은 고도의 전략 아래 철저하게 삼성을 흔들어 위험에 빠지게 하고 삼성이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겠다는 속내다. 이렇다 보니 엘리엇은 이 싸움에서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 과거의 행태를 보면 오직 이익 추구에 급급할 뿐,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의 미래나 고용 확대 등 사회적 책임에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듣는다. 자신들이 투자한 돈에 대한 수익이 최고의 목표일 뿐 다른 것은 전

혀 고려의 대상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이 엘리엇 헤지펀드에 걸려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행동주의자로 적극적인 비행을 하며 먹잇감을 찾고 있던 싱어라는 독수리가 이를 놓치지 않고 쪼기 시작한 것이 이번 삼성과 엘리엇 싸움의 배경이 된 셈이다. 엘리엇과 삼성의 싸움을 바라보는 미국 월가에서 “올 것이 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이유다.

   
미국 뉴욕 맨해튼 증권거래소 앞의 월스트리트 이정표. ⓒ DPA 연합

월가, 창과 방패 싸움에 관심 집중

월가의 한 경제지 기자는 익명을 전제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싸움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엘리엇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엘리엇은 집요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 다음 언제든지 손을 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삼성이 백기를 들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싸움이 헤지펀드의 의도대로 굴러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엘리엇이 삼성을 흔드는 칼날로 사용하고 있는 소송 등 법적 싸움이 대부분 한국 법원에서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승산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이들 헤지펀드가 ‘벌처 펀드’라고 불릴 만큼 오직 사적 이익만 추구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엘리엇과 삼성의 싸움에서 엘리엇이 어떠한 신형 무기를 꺼내들고 삼성을 흔들어댈지와 이에 맞서 삼성이 어떠한 방패를 사용해 공격을 무력화시킬지에 월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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