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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마약, 안방까지 들어왔다

유통량의 90% 차지…‘마약 청정국가’ 지위 위험

정락인│객원기자 ㅣ 승인 2015.07.15(Wed) 11: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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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가’라는 것이 옛말이 되고 있다. 마약 청정국의 기준은 인구 10만명당 적발된 마약 사범이 20명 이하인 국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 사범이 1만명 이하일 때 ‘마약 청정국’이 된다. 지난해 적발된 국내 마약 사범은 9700여 명으로 위태롭다. ‘마약 청정국’ 지위가 박탈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각종 마약이 사회 저변에 확산되면서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불법 마약 거래가 성행하고, 스마트폰 채팅으로 대량 유통되고 있다. 유통 과정도 진화하고 있다. 마약에 취한 사람들은 점점 난폭해지고 대담해진다. 한번 빠져들면 벗어나기 힘들다는 마약, 도대체 어디까지 뻗친 것일까.

최근 서울 강남에서는 마약 사범들이 거리에서 난동을 부리다 잇달아 적발됐다. 일용직 노동자인 임 아무개씨(41)는 6월18일 새벽 강남역 사거리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고, 30일 오후에는 송 아무개씨(35)가 마약에 취해 난동을 부렸다. 송씨는 강남 일대 거리를 돌아다니며 인근 식당의 컵과 접시를 깨뜨렸다. 임씨와 송씨는 경찰서에 연행된 후에도 마약에 취해 횡설수설했다. 자신의 행동 제어가 되지 않았고, 사리분간도 못했다. 경찰은 자해 가능성을 우려해 임씨의 손과 발을 묶고 머리에는 경찰 헬멧을 씌웠다. 송씨는 난동을 부리는 과정에서 마약이 담긴 주사기 30여 개를 떨어뜨렸는데, 송씨의 몸에서 10여 군데 주사 자국이 발견됐다.

   
인천공항세관이 공개한 마약 은닉 도구들. ⓒ 연합뉴스

대량 유통 뒤에 ‘국제 마약 조직’ 의심

두 사람은 경찰에 연행된 지 하루가 지난 다음에야 마약에서 깨어났고, 이전의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언제, 어디서 마약을 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강남경찰서는 임씨와 송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송씨가 난동을 부렸던 6월30일 부산에서는 이 아무개씨(24)가 모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후 공중목욕탕 여탕 탈의실에 침입했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경찰은 이씨가 지니고 있던 일회용 주사기를 압수했다.

마약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해 있고, 투약하는 계층도 다양하다. 경찰이 올해 1?5월 검거한 마약 사범은 2438명으로 전년 동기(2108명)에 비해 15.7% 늘어난 수치다. 주범은 인터넷이다. 같은 기간 인터넷을 이용해 마약을 판매·구매했다가 붙잡힌 마약 사범은 모두 518명인데, 이는 전년에 비해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얼마 전 우리나라 마약 유통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6월 중순 마약 판매책 이 아무개씨(48)를 구속했는데,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8억원 상당의 마약을 인터넷과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은 미국·중국·홍콩 등지에서 화장품이나 영양제로 위장해 국제특송을 통해 들여왔고, 여기에는 엑스터시·GHB(일명 물뽕)·필로폰 등이 들어 있었다.

이씨에게서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이들 중에는 의사와 현직 교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골프 강사, 대학생, 회사원 등이 주요 고객으로 드러나 마약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씨는 인터넷 카페에 판매 글을 올린 후 연락해온 구매자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접촉해 팔았다. 가격은 6mL GHB 1병에 45만원, 엑스터시 1정에 6만원을 받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판매책 이씨 뒤에는 마약 조직이 있었다. 판매대금 대부분은 중국에 있는 현지 판매총책에게 송금됐고, 이씨는 한 달에 100만~200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국제 마약 조직이 깊이 연계됐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마약담당 간부는 “마약의 국내 유입이 급증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은 국제 마약 조직이 한국을 집중 공략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유통 여건이 좋은 게 원인이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발달로 개인 간 마약 밀매가 용이해지면서 마약 유입과 유통이 그만큼 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1분기(1~3월) 동안 인천공항세관에 적발된 마약류는 69종 3.6톤(49억원 상당)이다. 전년 동기(5.4kg, 2억4000만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무게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마약 적발 역사상 최대 규모다. 국제 마약 조직과 국내 폭력 조직의 연계는 가장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조직적인 연계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이를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찰도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 마약 밀매 증가

최근에는 강력한 각성 효과를 가진 북한산 마약이 퍼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마약을 은밀하게 제조해 유통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노동당 39호실과 정찰총국은 마약 거래 등을 주도하는 대표적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국내로 반입되는 마약의 절반 이상이 북한산이라는 얘기가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마약 밀매가 늘고 있고, 중국 내 유통되는 마약 대부분이 북한산이라는 것을 근거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9월에는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을 오가며 마약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투약한 무역상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북한산 마약인 ‘어름’의 국내 유통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김복준 중앙경찰학교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마약의 90% 이상이 북한산 마약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북한에서는 원래 국책 사업으로 메스암페타민 공장을 만든다. 강 상류에서 떠내려보내고, 하류에서 받는 형태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마약은 거의 북한산 필로폰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북한산 마약의 유통 루트는 북·중 국경지대다. 특히 중국 최대 국경도시인 단둥은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있어 마약 밀매 조직이 극성을 부리는 곳이다. 북한산 마약이 단둥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나오면 단둥을 거점으로 한 마약 밀매 조직이 헤이룽장성·광둥성 등지로 유통시켜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중 상당수는 탈북자나 무역업자 등을 통해 국내로 유입돼 팔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영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은 “북한은 경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마약을 만들어 해외로 유통시키고 있다. 북한산 마약은 순도가 높고 가격이 낮아 마약 유통업자들이 선호한다”며 “북한산 마약이 대량 유입되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고 정부 당국에 대책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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