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장님, 하루 6시간 자고 괜찮으세요?
  • 노진섭·안성모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07.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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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의 하루로 살펴본 수면 방해 요인과 해결법

40대 직장인 이성준 부장의 하루 수면 시간은 6시간 20분이다. 그나마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들던 1년 전보다 1시간 일찍 잠자리에 든 결과다. 아침 6시쯤 일어나서 30분가량 아파트 단지에 있는 오솔길을 걷는다. 샤워하고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한 후 1시간 거리에 있는 회사로 차를 몬다. 몇 해 전 가까운 지인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등 식습관을 개선했다.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늘 피곤하고 지쳐서 병원을 찾았다. 불면증에 의한 수면 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불면증이란 까만 밤을 지새울 정도로 잠을 못 자는 증상만 의미하지 않는다. 자려고 해도 잠들기 힘들거나, 자는 도중에 자주 깨거나, 잠이 충분하지 않아 기력이 회복되지 않는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도 불면증 범주에 든다.

이 부장은 수면 무호흡증, 기면증, 우울증 등 수면을 방해할 질환이 없고 약을 먹는 것도 없다. 수면 부족의 원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하루를 되짚어봤다.

한 직장인이 TV를 보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10~20분 쪽잠·낮잠으로 수면 보충

이 부장은 아침에 알람시계가 없으면 잠에서 깨지 못하고 오전 시간에 활력이 떨어져 업무 처리가 원활하지 못한 편이다. 점심 후엔 눈꺼풀이 더 무거워진다.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커피·녹차·콜라·초콜릿 등에 있는 카페인은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약물이다. 낮에 각성 효과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지만 밤잠을 방해한다. 커피 몇 잔만 마셔도 밤에 잠을 청하기 힘들면 카페인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

카페인을 섭취하기보다 낮잠이나 쪽잠을 자는 편이 업무 효율과 건강한 수면에 도움이 된다. 서울시청이 지난해 8월 점심 후 직원들의 낮잠 제도를 시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낮잠은 10~20분이 적당하며 그 이상 자면 밤잠에 지장을 준다. 바닥이나 소파에 눕기보다 상체를 약간 세운 듯 앉아야 짧지만 깊게 잘 수 있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는 “자신에게 적당한 수면 시간이 7시간인데 6시간밖에 못 잤다면 출근길 지하철에서 30분씩 쪽잠을 자거나 주말에 보충해서라도 수면 빚을 빨리 갚아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년 이후에 당뇨·심장병·뇌졸중 등 심각한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고 조언했다.

퇴근 후 이 부장에겐 술자리 기회가 많다. 술을 마시면 졸음이 쏟아지지만 수면 후반부에 자주 깬다. 오래 자도 개운하지 않은 이유다. 알코올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이 부장은 저녁 식사까지 한 상태에서 술과 안주까지 먹으니 늘 과식한다. 게다가 이따금 야근을 하면 으레 야식을 먹는다. 수면 부족은 비만을 부르는데 야식까지 먹으니 뱃살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32인치이던 이 부장의 허리둘레는 1년 만에 34인치를 넘어섰다.

밤샘 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할 때도 있다. 아침에는 잠을 깊이 자기가 어렵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 교수는 “밤낮이 바뀐 생활은 수면 장애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에 좋지 않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밤에 일하고 낮에 자야 한다면 아침에 퇴근할 때 선글라스를 쓸 것을 권한다. 잠잘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수면 호르몬(멜라토닌)은 어두워야 분비되기 때문이다. 잠자리도 커튼으로 창을 가려 어둡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잡생각은 메모지로 옮기는 방법도

회식·야근 등으로 이 부장이 잠자리에 드는 시각은 밤 11시부터 2시까지 들쭉날쭉이다. 성인 권장 수면시간이 7~9시간이라고 해서 이 시간만 채운다고 좋은 잠이라고 할 수 없다. 예컨대 같은 8시간이라도 새벽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자는 잠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수면에는 차이가 있다. 수면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수면 시간을 정하는 일이다. 자신이 자는 시간과 알람시계 없이 깬 시각을 기록해보면 자신에게 충분한 수면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만일 자신에게 충분한 수면 시간이 8시간이라면 밤 11시에 잠들어서 7시에 기상하는 습관을 몸에 붙여야 한다. 주민경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한창 졸린 시각을 넘기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자는 시점을 규칙적으로 정하는 게 중요한데, 멜라토닌이 나오는 밤 10시에 잘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1년 동안 자정 전에 자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기 일쑤였다. 보통 30분 이내에 잠들면 정상이지만 그 이후까지 잠이 오지 않으면 더 누워 있을 필요가 없다. 숫자 세기, 가벼운 책 읽기 등 단순한 일을 잠이 올 때까지 반복하면 도움이 된다. 인터넷 게임이나 음주는 숙면을 방해한다.

흔히 수면제를 먹는데 약은 처음에는 효과가 있지만 점차 효력이 약해지므로 상시 복용은 피해야 한다. 운동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숙면을 위해 운동을 하는데, 저녁 식사 후의 운동은 정신을 흥분시켜 오히려 숙면을 방해한다. 운동은 낮에 하는 편이 좋다. 만일 선천적으로 신경이 예민해서 잠들기가 어려운 사람은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 부장은 잠자리에서 잡생각이 많은 편이다. 잠자리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 좋은 분위기다. 그러나 잡생각은 수면에 가장 큰 훼방꾼이다. 이런 경우 전문가들은 메모지에 잡생각을 자유롭게 적어볼 것을 권한다.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쓰지 말고 그냥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쓴다. 잡생각이나 걱정거리를 종이에 옮겼으므로 결론은 내일 내리기로 하고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 그 메모를 보면 해결 방법이 떠오르기도 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잡생각과 걱정거리를 줄이다 보면 어느새 편하게 잠을 청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출근길 서울 지하철에서 피곤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쪽잠을 청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자는 동안 자주 깨는 것도 불면증

이 부장은 짧은 잠을 잤어도 개운할 때가 있는가 하면 오래 자도 찌뿌듯할 때가 있다. 수면의 질이 좋거나 나쁘기 때문이다. 잠은 렘(REM)수면과 비렘수면(Non-REM)으로 나뉜다. 몸은 자고 있지만 뇌와 눈이 활동하는 상태가 렘수면인데, 흔히 꿈을 꾸는 잠이라고 한다. 비렘수면은 꿈을 꾸지 않는 깊은 잠이다. 이때 정신과 육체의 긴장과 피로가 풀린다. 깊은 잠에서 꿈꾸는 잠으로 갔다가 다시 깊은 잠으로 빠지는 과정을 하룻밤에도 4~6차례 반복한다.

문제는 꿈꾸는 잠을 넘어 어렴풋이 깰 때다. 밤에 자주 깰수록 수면의 질은 떨어진다. 아무리 오래 자도 개운치 않은 이유다. 자주 깨는 원인은 다양하다. 침실이 밝거나 시끄러워 잠자는 환경이 불량한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술·담배·야식 탓도 있다. 이 부장은 침실에 작은 등을 켜놓고 잔다. 등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작은 인공 불빛은 잠을 방해하는 요소다. 잠자리는 어둡게 할수록 숙면에 도움이 된다. 주변 소음도 차단해야 한다.

이 부장은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양파 베개 등 이른바 수면 보조용품을 사용해본 적도 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검증된 제품은 없다. 다만 베개의 높이는 숙면과 관계가 있는데 남자는 11cm, 여자는 9cm가 적당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실 커튼을 걷어 빨리 햇볕을 쬐는 게 좋다. 햇볕은 하루 신체 리듬을 리셋해주는 기능을 한다. 낮에도 햇볕을 많이 쫴야 잠잘 때 수면을 도와주는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된다.

이 부장의 주말과 휴일은 주중에 부족했던 잠을 몰아 자는 날이다. 몰아 자는 잠은 수면의 양을 보충할 수는 있어도 수면의 질은 보장할 수 없다. 이유진 교수는 “몰아 자기가 심하면 오히려 생체 리듬을 망가뜨리기 쉽다”고 말했다.

알람시계 없이 깨야 충분한 잠

일부 전문가들은 긴 잠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워릭 대학 심혈관의료·역학과 프랑코 카푸치오 교수는 100여 만명을 대상으로 수면 습관을 수년간에 걸쳐 추적한 16가지 연구를 실시했다. 카푸치오 교수는 연구 대상자를 하루 6시간 미만 수면자, 6~8시간 수면자, 8시간 이상 수면자 등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 조사했다. 그 결과 적게 자는 사람이 중간 시간대 수면자보다 12% 이상 사망자가 더 많았고, 장시간 수면자 또한 중간 시간 수면자보다 30% 이상 사망자가 많았다. 즉 6~8시간보다 길거나 짧은 수면을 취한 사람의 사망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발표한 성인의 권장 수면 시간은 7~9시간이다. 그러나 건강 유지를 위한 수면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에게 적당한 수면 시간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이유진 교수는 “낮에 TV를 시청하거나 지하철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졸리면 잠이 부족하다고 보면 된다. 또 아침에 알람 소리 없이 자연스럽게 깨야 충분히 잠을 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잠을 깨고 3~4시간이 지난 후에 뇌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그때까지도 몽롱한 상태라면 잠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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