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는 한여름에도 냉기가 가득
  • 엄민우·조해수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5.07.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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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정국에 야당 의원들 전전긍긍…“내년 총선 앞두고 걱정”

“검찰에서 곧 정치권 사정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우리 당은 걸려 있는 사람이 많은데 총선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펴고 있다. 당선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검찰 내부 상황에 밝은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당내 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초동에서 여의도를 향해 사정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정치권 및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정치인들이 걸려 있는 수사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몇몇은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굵직한 인물이 꽤 있다. 그야말로 ‘정치권 사정 정국’이다. 특히 황교안 국무총리가 취임한 후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야당인 새정치연합에서 더욱 짙게 느껴진다. 수사 결과가 총선을 앞두고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기춘 새정치연합 의원 관련 분양대행업체와 건설 폐기물 처리업체의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가 7월17일 경기도 남양주시청과 남양주도시공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당 전직 대표·사무총장 등 거물급 즐비

우선 야당 원내대표 및 사무총장을 지냈던 박기춘 의원에 대한 수사가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분양대행업자 김 아무개씨로부터 박 의원에게 현금 2억원과 5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박 의원과 관련해서는 수사망을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야당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돈을 건넸다는 김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김한길 전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건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 7월2일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사실상 종결지으며 김 전 대표와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로부터 김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 경선이 치러질 무렵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서 두 사람이 자주 만난 정황도 포착했다. “야당 탄압”이라고 강하게 몰아붙이던 새정치연합도 경남기업 관계자의 진술이 구체적이라는 것을 알고 지금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 초까지 비대위원장 등을 역임한 문희상 의원은 처남 취업청탁 문제로 처지가 곤궁하다. 2004년 고교 후배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처남 취업을 청탁한 혐의다. 지난해 말 한 보수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는데, 특히 지난 6월22일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및 대한항공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는 최근 조 회장의 측근을 불러 조사하고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등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마쳤다.

야당에선 불만을 꾹꾹 누르고 있는 모습이다. 한 야당 법사위 관계자는 “(사정 당국이) 시선을 의식해 홍준표 등 여당 인사들도 포함시키겠지만 전체적으로 야당이 더 위험해 보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검찰로서도 총선 전 야당 인사들만 집중적으로 수사를 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따라서 구색용으로 여당 인사를 끼워넣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정치권 수사가 이뤄지는 ‘패턴’이다. 여당 인사 중에선 대표적으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이인제 최고위원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최고위원을 보좌했던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의 증언에 따른 것으로, 2012년 총선 때 성완종 전 회장이 건넨 돈 2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 최고위원과 더불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홍준표 경남도지사 역시 위험선상에 있다. 성완종 리스트가 터졌던 초창기부터 서초동에서 주요 타깃으로 거론됐다. 여론도 좋지 않아 수사를 하는 데 부담도 덜하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에 대한 수사는 여당 내 ‘친이계’를 겨눌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를 시작으로 착수된 포스코에 대한 수사는 속도는 더디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검찰이 강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친이계 영포(영일·포항) 라인 인사들이 타깃이 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야당과 여당 내 ‘친이’ 모두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것이다. 친박 인사는 거의 포함되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이완구 전 총리가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친박’이지만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만큼 수사를 피해가긴 어렵다는 것이 검찰 및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한명숙 전 총리 판결, 총선 앞두고 나올 듯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정치인들 역시 뇌관이다. 대표적 인물이 총리를 지낸 한명숙 새정치연합 의원이다.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한 전 총리는 최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로 넘겨졌다. 야당 일각에선 박상옥 신임 대법관이 들어간 이후 이뤄진 작업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대법관이 후보자였던 시절부터 법원과 정치권 주변에선 “그가 대법관이 되면 한 전 총리 판결이 신속히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박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을 반대할 때부터 “한명숙 공판을 의식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저축은행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박지원 의원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겉으론 드러내지 않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뒤집어진 것에 대해 야당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입법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신계륜·신학용·김재윤 의원도 여전히 재판이 진행중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여직원 감금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새정치연합 이종걸·강기정·문병호·김현 의원 역시 최근 법원의 판결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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