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정치 혁신 세력과 선거판 함께 짤 생각”
  • 감명국 기자·정리 박상희 인턴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5.08.05 17:37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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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이념’ 버리고 ‘생활정치’ 강조하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거대 양당 체제 속에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제3당인 정의당의 당 대표 경선이다. 당초 예상대로 ‘진보 진영의 스타’ 심상정 대 노회찬의 최종 대결이었고, 심 의원이 박빙의 차로 노 전 의원을 따돌렸다. 하지만 더 큰 울림은 조성주 후보로 대표되는 젊은 세력의 도전이었다. 그들은 낡은 이념을 거부하고, 생활정치를 강조했다. 심 대표 역시 이런 변화 목소리에 화답했다. 시사저널이 심상정 신임 대표와 인터뷰를 가진 7월28일은 때마침 의원 정수 확대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심 대표는 “양당의 기득권 논리로 선거에서 진정한 민의가 대변되지 않고 있다”며 비례대표 확대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청년 진보’ 조성주 후보의 돌풍 등 진보 진영의 변화와 세대교체 요구가 거셌고, 상당 부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번 경선 때 “조성주 후보와 싸울 것이다” 그렇게 얘기했다. 우리 당을 젊은 정당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물리적으로 나이가 젊다는 것이 아니라 정의당 조직 자체가 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우리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도 안 되는 소수 정당이지만, 그럼에도 차세대 젊은 리더들이 많이 성장하고 있다. 젊은 청년 정치 지망생들이 우리 당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그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들썩거리는 당을 만들겠다. 내년 총선 때도 젊은 청년 후보들을 대거 발굴할 예정이다.

‘이데올로기 없이도 진보를 할 수 있다’ ‘이념이 아닌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 후보의 목소리가 왜 울림이 컸다고 생각하는가.

진보 정당이 아직도 국민들한테는 낡은 이념이 덧씌워진 정당, 정파 갈등에 치우친 정당 이미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냉전 시대의 이념에 사로잡힌 낡은 이념은 과감하게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당이라는 것이 정치적 신념을 함께하는 조직이지 않나. 그런 점에서 우리 당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이념 정립은 필요하다. 조 후보가 얘기한 것도 낡은 이념을 넘어서야 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인다. 민생이 곧 진보라고 생각한다. 정의당이 선명한 민생 진보 노선을 정립했다고 국민들에게 보고드리고자 한다. ‘싸우는 진보’에서 ‘밥 먹여주는 진보’가 되겠다고 말씀드린다. 이제 진보 정치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면, 정치의 왼쪽·오른쪽이 아니고, 민생이 있는 삶의 현장으로, 즉 아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 대표 당선 후 일성으로 “정의당의 95%를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정의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는가.

그동안 진보 정치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체력이 극도로 약화됐다. 정의당의 지난 3년은 정치의 본령에 선 정당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시험받아온 기간이었다고 본다. 이제 정의당은 준비돼 있다. 그 바탕 위에서 바꾸겠다. 지금 가장 주력하고자 하는 것은 세 가지다. 먼저 젊은 정당의 면모로 확 바꾸겠다는 것. 두 번째는 시민정당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당원들이 정치적 캠페인만 같이하는 정당이 아니라, 당원들의 생활문화를 함께하는 그런 정당으로 바꿔나가겠다. 마지막으로 약속한 것은 당을 섀도 캐비닛 체제, 즉 예비 내각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은 모름지기 대안 권력인데, 제3의 작은 정당에서 예비 내각 체제를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대안 정당으로서의 권력 의지를 분명히 하고 합리적인 정책 대안 능력을 과시하고 차세대 리더들을 훈련하는 차원에서, 빠르면 9월부터 제한적이지만 이 제도를 구체화해나갈 계획이다.

대표 취임 이후 국회의장, 여야 대표 등을 두루 만났다. 혹시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도 요청했나.

그건 우리가 좀 더 준비해서 만나보고자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내가 세 차례 만났다. (외국 정상도 세 번 만났는데) 박 대통령은 한 번도 못 뵀다. 우리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 하러 왔을 때도 원내교섭단체 양당 대표만 보신다. 내가 이 자리를 빌려서 박 대통령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가장 영양가 있는 만남은 심상정과의 만남이다, 이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 판결로 해체됐지만, 세력은 여전히 남아 있고, 작지만 지지율도 있다. 통진당 세력과의 향후 관계에 대해서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통진당을 함께했던 세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기 혁신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 우리가 확인해보지 못했다. (아직은) 그 방향이 뚜렷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은, 국민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낡은 정파주의 부분들이 과감하게 혁신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혹시 그런 차원에서 대화를 위해 이정희 전 대표 등을 만날 의향은 있나.

서로 변화하고 혁신한다면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일이 있지 않겠나.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도 역시 화두는 진보 정당의 통합 문제였다. 정의당이 과연 주도적으로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하는 것 같다.

정당은 어차피 노선과 신념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보 진영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다 하나가 돼야 한다는 그런 취지의 통합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여전히 현실 정치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그런 세력들은 통합 대상이 안 될 것이다. 아까 말씀드린 민생 진보 노선에 동의하고, 현실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그런 진보 정치세력이나 조직들은 적극적으로 통합해나갈 것이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구하는 신당도 포함될 수 있나.

천 의원을 비롯한 다른 정당과의 관계는 연합정치 차원에서 보고 있는 것이지, 1차적 진보 결집의 대상은 아니다.

천 의원과는 연대 형식이 되는 것인가.

정책 연대부터 시작해서 선거 연대, 더 나가서 연합까지 있는데, 어떤 수준의 연합정치가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선 지금 예단하고 있지 않다. 천 의원이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은 결국 야권 혁신의 교두보라고 할까… 야권 혁신은 결국 호남 정치 혁신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지난번에 광주에 내려가서 호남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호남 정치를 혁신하기 위한 3대 원칙을 말씀드렸다. 호남 정치 혁신의 3대 원칙은 첫째, 정치제도 개혁을 앞장서 실천해야 한다. 둘째, 그동안 기득권을 누린 주도 세력이 교체돼야 한다. 셋째, 민생 실천에 나서는 세력이어야 한다. 그런 세력이라면 천 의원이든 누구든 내년 선거에서 판을 함께 짤 생각이다. 호남 혁신 연대를 주도적으로 구성해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

제3당의 최대 고민은 아마도 원내교섭단체 진입일 것이다. 기준 의석을 10석으로 낮춰야 한다고 보는 건가.

교섭단체라는 건 국회 운영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기구인데, 그것이 지금 헌법상 정당의 권한이라든지,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도 교섭단체를 우리 같은 300명 정원에서 20석을 기준으로 하는 나라는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교섭단체 제도는 양당 독점 정치를 보장하는,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적폐라고 본다. 이 부분은 나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다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이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에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등 의석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안이 제기됐다. 하지만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은 듯하다.

어제부터 의원 정수 논란이 뜨거운데, 정작 선거제도 개혁의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정수 확대 문제로만 비화돼 있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의원 정수 확대 자체를 개혁이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고, 구부러진 선거제도를 바로 펴기 위해 불가피하게 정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선거제도 개혁의 본질을 왜곡하는 데 새누리당이 앞장서고 있다. 지금 국민 주권주의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1인 1표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선거제도는 과반에 가까운 사표(死票)를 발생시켜서 사실상 평등선거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은 43% 득표밖에 못 얻었는데 51%의 의석을 가져갔다. 지지율에 비해서 24석을 더 가져간 것이다. 새정치연합도 아마 18석 정도를 더 가져간 것으로 안다. 반면 진보 정당은 24석 정도를 지지율에 비해서 잃었다. 새누리당은 본질을 흐리지 말고 지금의 승자독식 선거제를 개선해야 한다. 정당 지지율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보장하는 선거제를 만들어야 한다.

7월24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다. 세비 삭감 등 특권 내려놓기 등 개혁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정치도 잘 못하면서 왜 숫자만 늘리려 하느냐는 국민의 항변이 정당하다고 본다.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된다. 국민의 정치 불신 때문에 구부러진 선거제도를 못 펴겠다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국민의 정치 불신에 책임이 있다면 새누리당에 제일 큰 책임이 있다. 왜? 권한과 권력을 위임받았으니까 그렇다. 두 번째는 새정치연합에 책임이 있다. 책임 있는 정당이 신뢰받을 수 있는 조치를 통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 해야지, 그 핑계로 선거제도를 안 고치려는 건 문제가 있다. 그런 점에서 과감하게 세비 삭감 등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특권 정치를 더 늘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정치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점은 내가 처음부터 주장해왔다.

지금 정치권에서 분당설과 신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양당 체제보다는 3당 체제가 대화와 타협에 더 낫다고 보는 정치 전문가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의 제3당 후보로 정의당이 아닌 ‘신당’이 거론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기본적으로 우리 정치 구조가 다양한 계층과 시대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다원주의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양당 독점 정치 체제보다는 다당제가 가능한 선거제도로 가야 된다는 게 일관된 주장이다. 문제는 그동안 소외됐던 다양한 계층이나 부문이나 새로운 의제를 대변하는 그런 신당이 아니고, 기존 정당 구조에서 공천에 떨어졌다든지 또는 생존을 위해 기득권 정치인이나 정치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선거 때 이합집산하고 세력을 만드는, 이런 신당은 국민들로부터 환영받기 어렵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지금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신당이 과연 새로운 세대·계층·의제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 심상정 대표에 대해 ‘진보 정당의 대중화’란 명분으로 ‘우클릭’을 한다느니, 선명성이 약해졌다느니 하는 비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는 듯하다.  

선명성은 센 말을 하거나 관념적인 주장을 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진보 정당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하는, 왼쪽·오른쪽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고 진보 민심이 있는 시민들의 삶 속, 아래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오랫동안 진보 정당이 시행착오를 거쳐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교훈이다. 정치는 힘이 있어야 되고, 그 힘은 아래로부터, 시민들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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