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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급했나, 시진핑에 ‘추파’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 참배…시 주석은 동북 3성 방문

박승준│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ㅣ . | 승인 2015.08.05(Wed) 17:43:57 | 9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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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냉랭하기만 했던 양국 관계가 최근 따뜻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양국 관계는 북한이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감행해 중국 지도부가 격노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당시는 중국이 시진핑을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2012년 11월)한 데 이어, 국가주석으로 선출(2013년 3월)하는 권력 교체를 진행 중인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국가주석으로 정식 취임한 이후 평양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2013년은 베이징(北京)에서,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잇달아 가짐으로써 김정은에 대한 분노를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김정은 행동, 중국과 사전 협의 없었던 듯

ⓒ AP 연합, ⓒ 조선중앙통신 연합

최근 북·중 관계 변화 조짐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제스처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7월27일 우리의 휴전기념일에 해당하는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에 평양시 북동쪽 외곽의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방문해 헌화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화해 손짓을 보여주었다. 이 능원에는 한국전쟁 기간 중에 사망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들 모안잉(毛安英)의 무덤도 있다. 그러나 평양에 특파원과 지국을 두고 있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인민일보·중국중앙TV 등이 김정은의 헌화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못하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인용해 전한 것을 보면, 김정은의 헌화가 중국과 북한의 사전 협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화해 제스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이 다음 날인 28일에야 별도의 입장 발표를 한 점도 김정은의 헌화가 중국 측과 사전 협의된 이벤트가 아니었음을 알게 해준다. 루캉 대변인은 “금년 7월27일은 조선전쟁 정전 62주년 되는 날이고, 중국 인민지원군이 평화 유지와 중조(中朝) 우의를 위해 했던 역사적 공헌은 영원히 역사에 남을 업적”이라고 논평했다. 북한 측의 화해 제스처를 일단 받아들인다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틀 전인 25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노병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조선 인민들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동방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조선 인민군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작전을 하고, 피를 흘리면서도 조선에서 진행한 정의의 혁명전쟁에 참가한 중국 인민지원군 노병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보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7월에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방문했으나, 지난해 7월에는 북·중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참배하지 않았다. 중국의 온라인뉴스 ‘차이나넷’은 김정은이 이 시점에 중국군 공묘에 화환을 보낸 이유로 △북한과 중국 관계 완화 희망 △중국의 북한 지원 요청 △앞으로의 방중(訪中)을 위한 긴장 완화 분위기 조성 등을 들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북한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아마도 북·중 관계 개선이겠지만, 한 번의 화환 증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논평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헌화 계획을 중국에 알리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베이징에 주재하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에게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 대사는 7월28일 북한대사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헌화는 오는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김 위원장이 참석한다는 것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서는 내가 말해줄 소식이 없다”고 대답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 대해 명백한 화해 제스처를 취했는데도 주중 북한대사가 이를 증폭시키지 않은 것을 보면 김 위원장의 제스처는 중국에 대한 응수타진(應手打診)이거나, 아니면 계산되지 않은 행동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남북, 북·미 관계 완화로 이어지긴 어려워

중국으로서는 지난 4월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이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도록 초청했다”고 밝혀놓은 터라 김 위원장의 헌화가 초청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인지 검토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일부 언론은 김 위원장의 화해 제스처에 중국도 화답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이 랴오닝(遼寧)성 성도 선양(瀋陽)을 방문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으나, 중국 측은 이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와 국무원 외교부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여러 차례 북한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연석회의를 해왔다. 회의 주제는 당연히 시진핑 취임 이후 냉랭해진 북·중 관계가 과연 이대로 좋은가라는 것이었다는 전언이다.

그렇다면 북·중 관계의 개선이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 대목에서 걸리는 것은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김 위원장의 헌화 다음 날 회견을 통해 “미국이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비롯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한 북한은 핵무기 개발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미 양국을 싸잡아 비난한 점이다. 김 위원장이 한국전 참전 중국 노병들을 최고의 경어로 치켜세우고, 곧바로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으로 가서 참배한 것은 북·중 관계가 개선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기 때문에 이를 겨냥해 취한 행동임이 분명해 보인다. 김 위원장의 감춰진 의도는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해서 북한 스스로가 남북 관계 개선이나 북·미 관계 개선까지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양국이 예전처럼 다시 가까워질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북·중 관계의 개선이 곧바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성급하다. 더구나 북한 핵문제에 대해 이란 방식의 해결을 기대하는 것 또한 일차방정식으로는 풀이가 안 되는 복잡한 과제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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