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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원 선수<인천유나이티드 FC 골키퍼>는 왜 ‘사망신고’ 안 됐나

경찰, 2011년 자살 처리…윤 선수 부모 “인정할 수 없다”

정락인│객원기자 ㅣ . | 승인 2015.08.05(Wed) 17:46:35 | 9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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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프로축구 ‘K리그’ 열기가 그라운드를 한창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인천 연고인 인천유나이티드 FC의 주전 골키퍼는 윤기원 선수(당시 23세)였다. 아주대를 졸업한 윤 선수는 2010년 1월 K리그 신인 드래프트 5순위로 지명받아 구단에 입단했다. 그해 11월7일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그 후 주전 골키퍼(GK) 자리를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은 “윤기원의 발견은 큰 소득이고, 앞으로 기대해볼 만한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망 전후 동선과 기록 의문투성이

그해 5월4일 윤 선수는 오전 훈련을 마치고 구단에 외출 승인을 받았다. 파란색 후드티와 회색 트레이닝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채 숙소를 나섰다. 오전 11시4분에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낮 12시30분에 이마트 연수점에 들른 이후 행방불명됐다. 윤 선수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구단에서 백방으로 그의 소재를 찾았으나 헛수고였다.

고 윤기원 선수는 프로 입단 첫해부터 인천유나이티드 FC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기대주였다. ⓒ 고 윤기원 선수 유족 제공

실종 이틀 만인 6일 오전 11시50분쯤, 윤 선수는 서울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하행선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광장 주차관리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윤 선수는 승용차 운전석 의자가 뒤로 젖혀진 상태에서 몸이 창문 쪽을 향해 옆으로 반쯤 누워 있었다. 조수석에는 3분의 1쯤 타다 남은 번개탄이 있었고, 그 밑을 화로가 받치고 있었다. 뒷자리에는 맥주 캔과 안주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경찰은 자세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전신에 특이할 만한 외상이 없었고,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혈중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 농도가 82%로 나왔다”며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추가로 통신 수사 등을 진행했고, 윤 선수가 사망 전 노트북을 통해 포털 사이트에서 ‘연탄 자살’ ‘번개탄 자살’을 검색한 기록이 있는 점과 사망하기 일주일 전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 문자를 보낸 것 등을 감안해 자살이라 결론짓고 내사 종결했다.

윤기원 선수는 정말 자살한 것일까. 그의 사망 전후 동선과 여러 기록들을 보면 의문투성이다. 여기에 동료 선수들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타살’ 가능성도 엿보인다. 보통 자살자들은 죽기 전후에 ‘징후’와 ‘정황’을 남긴다. 자살자가 남긴 유서는 자살이나 타살로 결론짓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윤 선수는 자살 징후나 정황이 없었고,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동료 선수들도 한결같이 “기원이는 자살할 애가 아니다”고 말했다.

윤기원 선수의 가정은 화목했고, 가족 간 갈등도 없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아버지의 와이셔츠를 구입해놓은 상태였다. 이미 확고한 ‘주전 골키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주전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었다. 이성 문제도 없었다. 경찰은 윤 선수의 자살 동기로 여자친구와의 결별을 꼽았다. 윤 선수가 사망 전에 안 아무개씨와 잠깐 사귀었다가 헤어진 것은 사실이다. 경찰은 처음에는 “여자친구가 결별 문자를 보낸 것”을 자살 동기로 들었으나, 유족들이 안씨에게 확인해보니 먼저 결별을 선언한 것은 윤 선수였다. 그러자 경찰은 최종 수사 보고에서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한 것’으로 바꾼 후 여전히 자살 정황의 하나로 적었다.

윤기원 선수가 변사체로 발견될 당시 서울 만남의 광장에 주차된 차량(위)과 차량 내부(아래) ⓒ 고 윤기원 선수 유족 제공

만남의 광장 진입 날짜와 시간 의문

경찰은 윤 선수가 사망 전 인터넷에서 ‘자살’과 관련한 내용을 검색했다며 이것도 자살 정황으로 들었다. 그런데 유족들에 따르면 경찰은 윤 선수가 인터넷에서 ‘연탄 자살’ ‘번개탄 자살’로 검색했다고 했는데, 접속시간이 4일 오후 3시20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는 4일 오전 11시37분으로 바뀌어 있었다. 윤 선수의 어머니는 “경찰이 처음 노트북에서 ‘자살’을 검색했다는 시간은 고속도로에서 운전 중이던 시간이다. 정확하게는 수원TG(톨게이트)를 통과하기 9분 전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운전자 본인이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우리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니까 나중 자료에 노트북 접속 시간이 달라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선수가 서울 만남의 광장에 진입한 날짜와 시간도 의문이다. 경찰 자료를 보면 5월4일 오후 11시2분쯤 윤 선수의 차량이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고, 11시7분쯤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차량에서 내린 후 8분쯤 지나 다시 차량에 탄 것으로 돼 있다. 경찰은 이를 윤 선수가 만남의 광장에서 자살한 중요한 증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 내용을 신뢰하기 어려운 점이 여럿 발견된다. 윤 선수의 부모는 사건 이후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찍혔다는 CCTV 영상 공개를 강하게 요구했다. 영상 공개가 어렵다면 영상을 캡처해서 인쇄한 것이라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경찰은 계속해서 공개를 거부했고 나중에는 폐기했다.

지난해 7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CCTV 영상을 요구하자 경찰은 “당시 CCTV 화질이 증거로 활용하기 애매해 영상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당초 ‘중요 증거’라고 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말이다. 정말 만남의 광장 CCTV를 통해 윤 선수의 차량 식별이 가능할까. 윤 선수가 광장에 진입했다는 같은 시간대에 광장에 설치된 CCTV를 보면 차량 식별이 불가능했다. 차량 색상은 물론 번호판도 식별이 안 된다. 차량의 형체만 확인이 가능했고, 사람이 내렸다고 해도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서울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는 1시간 이상 장기 주차를 금지하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고, 이를 위반하면 불법 주차 스티커를 붙인다. ⓒ 서초 경찰서 촬영·고 윤기원 선수 유족 제공

이런 점을 보면 윤 선수의 차량이 만남의 광장에 진입한 날짜와 시간이 불명확하다. 그런데도 경찰은 왜 CCTV를 통해 윤 선수와 차량을 식별했다고 했을까. 이에 대해 해당 경찰서는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현재 근무하지 않아 자세한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선수의 차량이 만남의 광장에 진입한 것은 시신으로 발견되기 직전일 수도 있다. 경찰 자료대로라면 윤 선수는 만남의 광장에 진입해서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36시간 동안 있었다.

여기서도 의아한 점이 발견된다. 만남의 광장에서는 주차관리인이 수시로 불법 주차차량을 단속한다. 광장 한쪽에 ‘1시간 이상 장기 주차를 금한다’며 ‘1시간 이상 주차 시 스티커를 부착한다’는 경고판이 세워진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윤 선수의 차량이 장시간 주차돼 있었다면 차량에는 최소 10장 이상의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윤 선수의 차량에는 스티커가 한 장도 붙어 있지 않았다.

윤 선수가 자살했다고 가정했을 때 숙소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서울 만남의 광장을 선택한 것도 이상하다. 사람과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자살 장소로 삼았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윤 선수의 차량이 있던 곳은 사람과 차량이 빈번하게 오가는 곳이었다. 만약 번개탄을 피웠다면 숨을 거두기 전에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현장 보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변사 사건의 경우 자살 정황이 짙다 해도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도 치지 않았고, 차량을 곧바로 관내 파출소로 옮겨놓았다. 경찰은 윤 선수의 타살 여부 조사를 위해 통신과 계좌 수사 등을 진행했다. 그런데 기자가 입수한 경찰 수사 자료를 보면 차량 내부에 대해 지문 감식을 하거나 DNA를 채취했다는 기록이 없다. 경찰은 사건 초기 윤 선수의 부모에게 “차량 내부를 조사했지만 어디에서도 윤기원의 지문은 발견할 수 없었다. 라이터에도 지문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문 감식이나 DNA 수사는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중요한 과정이다. 왜냐하면 윤 선수는 숙소에서 나온 후 마트에 들러 맥주 6캔과 안주류를 샀다. 술은 그렇다 쳐도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먹기에는 안주의 종류도 많고 양도 많다. 윤 선수의 시신 부검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1로 나왔다. 500mL 캔 맥주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승용차 안에는 6개의 맥주 캔 중 3개가 뚜껑을 따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두 캔 반은 윤 선수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마셨다는 것이 된다. 당연히 지문 감식과 DNA 수사를 통해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밝혔어야 했다. 경찰의 말대로 차량 안에서 지문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다. 자살하는 사람이 자신의 지문을 깨끗이 닦고 죽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윤 선수가 자살 도구로 사용했다는 번개탄과 화로의 출처도 규명하지 못했다. 만약 숙소를 나설 때 자살을 결심했다면 이마트에서 술과 안주를 살 때 번개탄과 화로도 구입했어야 한다. 다른 곳에서 구입했더라도 그 근거가 남아 있어야 하는데 어디에도 흔적이 없었다.

동료 선수의 충격적인 증언

윤기원 선수 사망을 전후해 프로축구계에서는 ‘승부 조작’ 파문이 일었다. 윤 선수가 사망한 후 빈소에는 동료 선수가 많이 찾아왔다. 윤 선수의 부모는 이곳에서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윤 선수가 승부 조작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자 3주 전부터 “죽인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윤 선수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동료 선수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 목격자가 또 다른 동료에게 말했고, 그 동료가 말한 것을 녹취했다. 윤 선수 아버지는 “조폭들이 기원이를 봉고차에 태운 후 번개탄을 피워 차량에서 내려도 죽고, 내리지 않아도 죽는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봉고차 밖에서 조폭들이 차 문을 막아섰고,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기원이는 가스 질식으로 죽었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윤기원 선수의 사망은 공식적으로 ‘자살’로 처리됐다. 하지만 윤 선수는 주민등록상에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이다. 사망한 지 4년이 넘었지만 윤 선수의 부모는 ‘자살’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윤 선수의 부모는 행정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경찰이 내놓지 않는 ‘수사 자료’ 등을 받을 생각이다. 만약 경찰에서 공개를 꺼리거나 자료를 주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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