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매달려 상공으로 날아오르다
  • 허남웅│영화평론가 (.)
  • 승인 2015.08.05 18:13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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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의 액션 연기 돋보이는 <미션 임파서블 5>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흥행이 검증된 최고의 오락영화다. 5편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미션 임파서블 5>)도 국내 개봉(7월30일)과 함께 흥행 면에서 다른 영화를 압도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5>는 개봉 전부터 극 중 에단 헌트가 비행기에 매달려 1500m 상공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다. 에단 헌트를 연기한 톰 크루즈가 대역이나 컴퓨터그래픽(CG)의 도움 없이 와이어에만 의지한 채 직접 연기했다는 사실이 영화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것이다.

톰 크루즈의 ‘미친’ 액션 연기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다. ‘불가능한 임무’라는 뜻의 제목 그대로, 톰 크루즈는 1편부터 말도 안 되는 액션 연기를 양산(?)해왔다. <미션 임파서블>(1996년)에서는 비밀요원의 명단을 손에 넣기 위해 CIA(미국 중앙정보국) 본부에 침투해 그 유명한 ‘공중곡예’를 펼쳐 보였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친 액션 연기에서 대체 불가능한 배우

<미션 임파서블 2>(2000년)에서는 추락하면 사망에 이르는 위험한 암벽 등반을 대역 없이 소화한 데 이어 <미션 임파서블 3>(2006년)에서는 미사일 폭발의 충격으로 몸이 튕겨 자동차에 부딪히는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편수를 더할수록 강도를 높이는 톰 크루즈의 액션 연기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년, <미션 임파서블 4>)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두바이에 위치한 800m 높이의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의 유리창에 몸을 밀착하고 이동하는 사상 초유의 연기를 시도했다. 안전장치를 설치했더라도 단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톰 크루즈는 목숨을 걸었다. 지금 그처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아무도 없다. 전성기의 성룡 정도가 비교할 만한 대상이다.

지금 소개한 장면들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격에 해당했다면, <미션 임파서블 5>의 비행기 장면은 영화 시작과 함께 소개되다가 금세 마무리된다. 이 정도 수준의 장면은 이제 애들 장난(?)이라는 식이다. 실제로 이번 영화에는 비행기 장면에 버금갈 만한 액션 장면이 수두룩하다. 에단 헌트가 3분 넘게 숨을 참으며 물속에서 보안 장치를 교체하는 모습, 경주용 오토바이를 타고 시가지에서 시속 300㎞가 넘는 속도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 등이 그렇다.

고난도 액션 장면이 이어지는 설정은 에단 헌트가 맡게 된 임무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그렇잖아도 에단 헌트가 속한 첩보기관 IMF는 미국 정부로부터 해체 명령을 받는다. 그 시간 에단 헌트는 IMF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테러 조직 ‘신디케이트’에 신분이 노출돼 납치당하는 신세가 된다. 신디케이트의 폭주를 막고 동시에 IMF의 재건까지 책임져야 하는 에단 헌트 앞에 의문의 여인 일사(레베카 퍼거슨)가 나타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에단 헌트를 규정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책임감’이다. 그는 불가능할지라도 임무 수행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마다하지 않는 책임감의 소유자다. 그것이 전략 분석 요원 브랜트(제레미 레너), IT 전문 요원 벤지(사이먼 페그), 해킹 전문 요원 루터(빙 라메스)와 같은 날고 기는 요원들 사이에서 리더로 추앙받는 이유다. 이는 톰 크루즈가 자신의 필모그래프에서 유일하게 시리즈로 출연하며 에단 헌트 캐릭터에 남다른 애정을 기울이는 근거다.

톰 크루즈가 배우로서 가진 철학의 바탕은 ‘도전’이다. “내가 영화를 선택하는 비결은 간단하다. 도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걸 해내고 싶다.” 그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같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을 배우로서 가져야 할 최우선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출연할 때마다 위험한 스턴트 연기 도전을 필수로 삼는 것은 바로 이런 점에서 비롯됐다.

그런 책임감을 단순히 액션 연기에만 부여하지 않는다.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제작자로 참여해 감독 선정부터 시나리오 승인까지 전 과정에 걸쳐 ‘리더’로서 소임을 다한다. 극 중 IMF를 이끄는 에단 헌트처럼 시리즈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료 배우나 스태프들의 불만을 사지 않는 이유는 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아는 능력 때문이다.

감독 선정부터 시나리오까지 무한 책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영화마다 연출자가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1편의 브라이언 드 팔마를 시작으로 오우삼, J.J. 에이브람스, 레이 브레드버리에 이어 <미션 임파서블 5>의 크리스토퍼 맥쿼리까지, 이 시리즈가 고유한 이야기 전개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나름의 개성을 발휘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형식화된 이야기 얼개 속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는 동료끼리 속고 속이는 음모로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매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미션 임파서블 2>의 오우삼은 시리즈에서 가장 떨어지는 평가를 받았지만, ‘홍콩 누아르’를 이식한 맵시 있는 액션 장면만큼은 팬들의 경탄을 불렀다. J.J. 에이브럼스가 참여한 <미션 임파서블 3>는 토끼 발 떡밥이 화제가 될 정도로 추락했던 시리즈의 인기를 회복했다. <미션 임파서블 4>는 <인크레더블>(2004년), <라따뚜이>(2007년) 등 가족 애니메이션에 강세를 보였던 브래드 버리를 영입해 에단 헌트의 원맨쇼 위주였던 시리즈를 IMF의 팀플레이로 돌려놓았다.

<미션 임파서블 5>의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전작들과 다르게 첩보물에 대한 오마주를 영화로 꾸몄다. 작품마다 에단 헌트가 쫓기는 설정이라는 데서 착안했다. 그처럼 오인돼 쫓기는 남자라는 설정을 가장 잘 활용한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이다. 히치콕이 <미션 임파서블>을 만들었다면 이런 형태이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미션 임파서블 5>는 히치콕 영화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찼다. 신디케이트가 음모를 꾸밀 거란 정보를 입수하고 오스트리아 빈의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치는 액션 장면은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1956년)를 연상시킨다. 에단 헌트가 이곳에서 재회한 일사와 함께 지붕 위로 탈출하는 장면은 <나는 결백하다>(1955년)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연출 특징이 그렇다. 고전적인 연출에 능하다. <잭 리처>(2012년)를 함께 하며 이를 눈여겨본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5>의 연출 적임자로 그를 낙점한 일은 유명하다. 그에 보답하듯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히치콕에 대한 오마주뿐만 아니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전작을 생각나게 하는 액션 장면들로 기존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쉰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톰 크루즈가 위험한 액션을 감행하고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과거의 첩보물을 노골적으로 소환한 이유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지향하는 감성이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첨단 장비가 넘쳐나고 CG의 도움으로 갈수록 화려해지는 첩보물이 범람하는 시대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특유의 고전적인 접근으로 팬들을 유혹한다. 톰 크루즈가 전 세계적인 스타이기 이전에 수완이 뛰어난 제작자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리즈가 왜 할리우드 최고의 오락물로 평가받는지 <미션 임파서블 5>는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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