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사촌’아, 너의 몸엔 물이 있니?
  • 김형자│과학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8.05 18:15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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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별 속에서 나사는 어떻게 ‘지구형 행성’을 찾아낼까

7월23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금까지 확인된 외계행성들 가운데 인간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지녔을, ‘제2의 지구’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천문학계가 떠들썩하다. 주인공은 지구로부터 1400광년 떨어진 백조자리의 행성 ‘케플러-452b’다. 1광년(9조4600억㎞)은 빛이 1년간 가는 거리로, 1400광년이면 1경3244조㎞가 된다.

케플러-452b는 항성 ‘케플러-452’ 주위를 385일 주기로 공전해 지구(365일)의 주기와 흡사하다. 또 지름이 지구의 1.6배로 약간 더 크다. 아직 질량과 화학적 조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정도 크기의 행성이면 지구와 마찬가지로 암석 구조일 가능성이 크다. 케플러-452는 태양과 온도가 비슷한 항성인데 케플러-452b는 물이 전부 증발해버리지 않을 정도로 항성과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전부 얼어붙지 않을 정도로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지역이다. 행성의 나이는 60억년. 45억년인 지구보다 오래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먼 거리의 외계행성은 어떻게 찾아내고, 또 왜 찾는 것일까.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낸 케플러 망원경 

지구(왼쪽)와 이번에 발견된 ‘지구형 행성’ 케플러a-452b를 비교한 모습 ⓒ EPA연합

현재 세계 천문학계의 화두는 ‘제2의 지구 찾기’다.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는 이유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라면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태양계 외에 다른 별을 공전하는 행성계가 얼마나 많이 있는가 하는 호기심도 있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은 행성이나 위성이다. 그렇다고 모든 행성과 위성을 다 뒤질 수는 없다. 태양계 밖의 외계행성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은 바로 ‘골디락스(Goldilocks)’다. 금(Gold)과 머리카락(Lock)의 합성어로, 영국의 전래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금발 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다. 소녀는 곰이 끓인 세 가지 수프,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그리고 적당한 것 중에서 적당한 것을 먹고 기뻐하는데, 이것을 비유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황을 의미한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행성의 온도다. 행성의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차가우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골디락스는 ‘생명체 거주 영역(habitable zone)’으로도 불린다.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 후보를 선정하는 데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 요소는 거리다.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면 거기까지 가기 어렵다. 따라서 태양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별에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구로부터 1400광년 떨어진 ‘케플러-452b’는 현재의 기술로 도달하기엔 너무 먼 거리다. 빛의 속도로 간다 해도 1400년이 걸린다. 하지만 이렇게 머나먼 행성이 우리 지구와 매우 닮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되는 것은, 생명체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케플러-452b 발견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성과다. 2009년 3월, NASA는 큰 도박을 벌였다. 태양계 밖에서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6억 달러짜리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델타-2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행성 운동 연구의 선구자인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년)의 이름에서 따왔다. 많은 비용을 쓰면서 관측망원경을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린 이유는 지구 대기의 먼지·구름·기상에 방해받지 않고 깨끗한 시계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사되기 전까지 20년간은 허블 우주망원경이나 인공위성, 지상의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해 346개의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하지만 발견된 외계행성들은 지구형 행성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거대 행성이거나 온도가 너무 높아 생명체가 살기에 회의적인 행성들이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감시’ 대상은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고, 지구처럼 중심 별(항성)과의 거리가 적당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으며, 중심 별 주위를 1년에 한 바퀴씩 도는(공전) 외계행성이다. 그것도 미리 선정해놓은 15만개 별 가운데서다. 구경 95㎝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시야가 넓은 슈미트 방식의 망원경에 9500만 화소짜리 빛 감지 대형 카메라가 21개나 장착돼 있어 넓은 우주 영역의 별을 관측하기에 적합하다. 보름달 500개 정도를 한꺼번에 볼 수 있고, 한 번에 15만개의 별을 모니터할 수 있을 정도다. 또 빛의 세기를 측정하는데, 100만분의 1의 변화도 읽어낸다. 이것이 지구형 행성을 찾는 ‘눈’이다.

미묘한 별빛 변화로 지구형 행성 찾아내

그렇다면 무수히 많은 별 중에서 어떻게 ‘지구형 행성’을 골라낼까. 많은 사람은 15만개나 되는 별인데 우주망원경을 들이대면 한 개쯤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외계행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행성은 태양 같은 별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디선가 별빛을 받지 못한다면 행성은 어둠 속에 묻혀, 있어도 없는 셈이 된다. 그럴 경우 넓디넓은 우주에서 외계행성을 찾아낼 방도가 없다. 더구나 작은 지구형 행성을 발견하기란 더욱 힘들어진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여러 관측 방법을 고안했다. 위치천문학, 시선속도 측정법(도플러 효과법), 행성 횡단 관측법(통과법, 트랜싯법), 미시 중력 렌즈법, 식쌍성법, 공전 위상법 등 다양하다. 이 중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시선 속도 측정법이다. 중심 별과 행성은 어느 하나를 기준으로 도는 게 아니라 둘의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각각 움직인다. 이때 행성의 중력 때문에 중심 별이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시선 속도 측정법은 이를 측정해 행성을 관찰한다. 최근 뜨고 있는 방법은 행성 횡단 관측법이다. 행성이 공전하다가 별을 가리는 현상을 관찰해 행성의 유무(有無)를 판단하는 것인데, 케플러 우주망원경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별에 생긴 행성의 ‘그림자’를 시간 단위로 순간 포착해 외계행성을 찾는 것이다.

지구에서 볼 때 행성이 공전하다 중심 별 앞을 지나가면 별의 표면에는 작고 동그란 그림자가 생긴다. 이것이 행성의 흔적이다. 이 순간적인 그림자를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직접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림자가 생겼다 사라질 때 몇 시간 동안 별빛이 아주 미묘하게 어두워졌다 밝아진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포착하는 것은 바로 이 변화다. 행성이 별 주변을 돌 때 일어나는 빛의 변화를 포착하면 행성의 크기와 밀도, 질량, 공전 주기, 중심 별과의 거리를 추정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렇게 계산한 결과로 지구형 행성인지 알 수 있다. 행성의 크기가 작을수록 밝기 변화는 크지 않다. 지구처럼 작은 행성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견해 확인한 외계행성의 수는 1030개다. 발견한 외계행성 후보는 5000개에 이르지만, 이를 확인하는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NASA는 지구형 행성이 많이 발견되면 탐사선을 보내 외계 생명체를 직접 찾아나설 계획이다. 좀 더 가까운 거리에 있을 ‘제2의 지구’가 발견돼 하루빨리 선의의 외계 생명체와 조우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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