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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탓 은행주 저평가

자율경영 미국은행 주가 높게 형성...독립성 강한 웰스파고 시장서 호평

류혜진 기자 ㅣ ryoo@sisabiz.com | 승인 2015.08.06(Thu) 14:32:01 | 9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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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주가는 순자산가치의 절반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은 0.35배에 불과하다. 점유율 1위인 신한금융지주 주가도 절반을 간신히 웃돈다. 증권가에선 신한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1배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고 강조하고 있다. 증권 애널리스트들도 “저금리 탓에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은행은 자기자본이익률이 높고 망하지 않는다”며 수년간 매수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은 일관되게 ‘은행주를 사면 부처’라고 말할 정도다. 장기 투자로 배당이나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살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사라고 설득해도 가장 팔리지 않는 주식”이라고 말했다. 왜 그럴까.

최진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국과 한국 은행의 PBR 차이가 확대되는 추세이며 현재 0.76배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 은행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데 대해 정부의 간섭으로 한국 은행업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현실이 반영돼 있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우리은행 민영화가 수년째 불발되고 주가가 추락하는 이유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부담이 되는 매물이라서가 아니다. 경영하는 재미가 없어서다”고 말했다.

◇ 은행장은 사실상 사업부장...CEO는 없고 완장 찬 사람만

실제로 은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이 정책방향에 맞서 금융시장에 대한 철학이나 자신만의 경영관을 앞세우는 것을 보기는 쉽지 않다. 전국은행연합회의 고위 관계자는 “은행장은 은행장 회의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럼 연합회 노조위원이 불만을 외부에 전한다”고 말했다.

은행 인가부터 경영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명줄을 잡고 있는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금융기관 임원 인선에는 당국의 입김이 작용한다. 퇴임 후도 고려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요직을 거치면 금융당국의 요직이나 금융관련 협회장으로 부임할 수 있어서다.

일례로 우리은행에서 부실 대출로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논란의 당사자이던 황영기 전 회장은 현재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경부처를 두루 거친 임종룡 씨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금융위원장으로 유턴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98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일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분리된 때에도 두 기관의 상임위원을 모두 거쳤고 수출입은행장까지 지냈다.

금융기관 고위 임원은 이처럼 ‘경영자’와 ‘감독자’를 두루 거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책이 곧 운영방침이 된다.  임종룡 위원장의 파격행보도 박근혜 정부의 기조와 상통한다. 임 위원장은 6월 금융지주 영업 활성화와 은행 내 보험상품 취급 정책을 발표했다. 7월경 농협 금융복합점포에 가장 먼저 보험사가 입점했다.

금융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관치, 외압과 무관하게 소신을 지키지 못하는데 경영이 경영 다울 수 있겠나. 사실상 정부가 임명하는 은행장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노르웨이같이 금융자본에 엄격한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경영 자율성이 보장돼 있다. 정부가 CEO 인선에 개입하거나 수급 조절에 간섭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지적했다.

◇ 모두가 은행주 꺼릴 때 버핏은 웰스파고 사

금융위기를 거쳤음에도 미국 은행들의 주가가 한국보다 훨씬 높은 것은 은행들이 자율성을 갖고 경영을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은행주 주가를 보면 그런 경쟁력 차이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웰스파고는 순이자마진이 씨티그룹과 2%대로 비슷하다. 하지만 2015년  PBR은 웰스파고가 1.57배인 반면 씨티는 0.67배이다. 자기자본이익률은 각각 12.8%, 7.6%다.  2011년 1.21배였던 웰스파고의 PBR은 3년만에 크게 올랐다. 은행의 자산관리 보강과 인수합병을 통한 전략적 경영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존 스텀프 웰스파고 은행장은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유치하고 유동화할 때 동참하지 않은 걸로 유묭하다.

워런 버핏은 금융위기 이후 모두가 금융주를 꺼릴 때 웰스파고 은행의 최대 주주로 발돋움했는데 이 은행의 이런 강점을 믿었기 때문이다.

성장주 개념을 창안한 필립 피셔는 투자 대상 기업을 찾는 15가지 기준 중 5개 이상에서 경영진의 역량과 조건에 대해서 언급했다. 전제는 외압이 심한 정책구조나 파벌에 따른 승진이 없어야 발휘된다는 점이다.

워런 버핏 역시 우수한 경영자가 없으면 인수 대상 회사에서 제외할 정도로 경영자의 능력과 회사를 동등하게 본다. 그만큼 경영진의 독립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부에 끌려가는 한국 시중은행 투자자가 외면

그러나 한국 시중은행들은 장기 비전 없이 단기적으로 움직이기 일쑤다. 단기이익을 놓칠세라 안심전환대출 유치에 열을 올린 게 단적인 예다. 대출 확장을 유도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금융위원회가 다시 DTI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은행들은 다시 새 정책을 따라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재무부는 우리 금융위원회와 같지만 정책을 만들어 금융 상품 유통을 주도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종상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당시 가이트너 장관의 힘이 유난히 셌지만 위기 시에만 구조조정이나 긴급 건전성 강화 정책을 들고 나오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경영은 사실상 정부에 맡겨진 일”이라고 말했다. 주가는 낮지만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꺼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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