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홈플러스 직원들 “매각 정보 공개해라”...제2의 홈에버 사태 우려
  • 김명은 기자 (eun@sisabiz.com)
  • 승인 2015.08.12 15:14
  • 호수 9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가(家) 막장 드라마 탓인지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매각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애초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홈플러스는 오랜전부터 매각설에 시달렸다. 지난 6월 매각설은 실체를 드러내는 듯 싶었다. 하지만 설(說)보다 나을 게 없는 정보만 떠돌고 있다. 홈플러스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가 매각 절차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는 탓이다. 칼라일그룹, MBK 등 국내외 사모펀드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투기자본에 매각되는 것을 반대했다. 수차례 반대 집회도 열었다. 노조는 영화 <카트>의 내용이 재현될까 우려한다. 프랑스 대형할인점 까르푸가 지난 2006년 9월 한국에서 철수하자 이랜드그룹이 한국까르푸를 인수해 홈에버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랜드는 2007년 5월 홈에버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했다.

영화 <카트>는 당시 이랜드 노동자들이 벌인 510일간 파업 투쟁을 그렸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이경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사람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사모펀드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근로자들은 구조조정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임직원 2만5000여명을 거느리고 있다. 협력업체도 2000여개나 된다. 사모펀드는 단기간 안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인력 구조조정과 분할·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는 "매각 여부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직원들은 사측이 회사 성장을 위해 함께 일한 자신들에게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속 시원하게 말해주길 원하고 있다.

"저는 홈플러스입니다. 올해 16살이고 중3입니다. 전국 모의고사에서는 전국 2등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 집에 한 두번 손님이 오시는 날에는 제가 집을 대청소했습니다. 손님들은 집이 깨끗하다고, 인사도 잘 한다고 매번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한 번도 칭찬한 적이 없습니다. 어느날부터 부동산중개 아저씨가 집을 보여주러 손님들을 자꾸 모시고 옵니다. 부모님께 저희 집 내놓았냐고 물어보면 '넌 알 필요없으니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십니다."       

홈플러스 직원이 묘사한 홈플러스 현실이다. 적절한 비유인 듯싶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생계마저 위협받는 현실은 엄혹하기 짝이 없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