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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사자의 자유정신이 더욱 필요한 시기”

니체에게 묻고 답 들려주는 철학자 이진우 교수

조철│문화칼럼니스트 ㅣ . | 승인 2015.08.12(Wed) 19:41:31 | 9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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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서 ‘You should’라고 했다. 그랬더니 사자는 결코 그렇게 안 산다면서 ‘I will’이라고 했다. 이 단계를 극복해야 비로소 어린아이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라면서 ‘I am’이라고 한다. 니체는 어린아이의 단계로 살아가기 위해서 변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진우 포항공대 석좌교수(60)가 EBS <인문학 특강>에 출연해 니체에 대해 강의하면서 한 말이다. 이 교수는 니체가 삶의 변화를 서술하기 위해 사용한 상징들을 사회의 발전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낙타는 전통적 가치에 토대를 둔 ‘권위주의 시대’를, 사자는 개인의 의지와 자유가 중시되는 ‘개인주의 시대’를, 그리고 어린아이는 개인과 공동체 간의 ‘조화로운 시대’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낙타의 단계에서 사자의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있다. 어린아이의 단계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단계인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사자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 사자의 자유정신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이 교수의 ‘특강’은 삶의 목표와 가치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절망적인 삶을 살았지만 누구보다 삶을 사랑했던 니체의 철학을 통해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고 운명을 사랑하는 법을 전했던 것이다. 그는 ‘특강’을 정리해 <니체의 인생 강의>로 엮었다.

낙타·사자·어린아이로 사는 변신의 삶

“니체는 많은 사람에게 ‘위험한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니체는 우리에게 ‘위험하게 살아라!’고 권유한다. 모든 전통과 권위를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독창적으로 개척하라는 것이다. 니체는 가장 ‘솔직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니체가 솔직하다는 것은 거짓으로 꾸미거나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그는 자신의 시대를 ‘신이 죽은 시대’라고 이야기했다. 목적과 가치가 사라져버린 허무주의 시대, 초월적 가치를 믿지 않고 물질만을 중시하는 세속화 시대를 확인한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포했다. 그런데 신의 죽음은 니체가 살았던 당시가 아니라 지금과 더 어울리는 말이 되었다.

“허무주의 시대, 세속화 시대를 사는 우리는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온갖 고통과 질곡, 불행으로 점철된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 삶을 견뎌내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니체는 인간이 정체성을 찾고 자아를 형성해가는 과정으로 낙타·사자·어린아이의 세 가지 변신을 제시한다. 낙타는 가장 무거운 것을 견디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지금 지고 있는 짐들 중 가장 무거운 것이 무엇인지 묻고, 그것을 견뎌내고자 한다. 사자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힘이다.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사자는 기존의 관습·규범·관계를 파괴하는 힘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상징한다. 선입견도 없고 쉽게 잊어버리는 어린아이는 주변 환경, 타인, 나아가 자기 자신마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한 긍정을 의미한다.”

ⓒ 휴머니스트·현진

“아모르 파티. 너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니체는 다섯 살에 아버지를 잃고, 젊은 시절 내내 극심한 두통으로 괴로워했으며, 광기의 발작을 일으킨 후 정신적 암흑기 속에서 인생의 마지막 10년을 보냈다.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살면서도 그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철저하게 사유했으며, 자신의 사상을 삶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즉, 니체에게는 삶이 곧 사상이고 사상이 곧 삶이었다.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와 누이동생과의 갈등 등 삶의 구체적인 고민이 철학으로 정립되었기에, 독자들은 니체의 사상에서 그의 삶을 본다. 니체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를 이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너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운명애가 아닐까. 자신의 실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다수가 자신의 삶을 ‘만약(if)’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많은 ‘만약’에 니체는 마침표를 찍는다. 여기서 니체는 우리의 현재 삶을 긍정할 수 있는 관점을 찾는다. 그것이 바로 ‘아모르 파티’다. 이 실존의 미학은 세 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나의 실존을 유일무이한 필연으로 만들어준다. 둘째, 필연적인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법을 배우게 한다. 셋째, 나의 실존을 긍정하면 결국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계를 긍정하게 된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것은 결코 수동적 운명론이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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