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첫 화면을 탈환하라!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08.19 15:20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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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검색 시장 진출…네이버와 한판 승부 겨루나

당신의 인터넷 첫 화면은 무엇인가. 검색을 하려고 처음 실행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무엇인가. 대다수 사람에게 익숙한 색깔은 녹색이다. 습관처럼 찾는 포털 사이트, 바로 ‘네이버’다. 한국 검색 시장 부동의 1위 네이버에 모바일 시장의 강자 다음카카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카오톡을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을 압도해온 다음카카오다. 카카오게임·카카오샵·카카오페이 등을 연이어 내놓은 다음카카오가 ‘잘나가는’ 카카오톡을 활용한 검색 엔진까지 가동했다. 다음카카오가 선보인 야심작, ‘카카오톡 샵(#)’을 통해서다.

ⓒ 일러스트 김세중

‘공유’ 기반으로 맞춤형 검색 강화

#. 이 기호는 이제 더 이상 ‘우물 정’ 또는 ‘샵’이라고만 불리지 않는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즐겨 쓰는 사람이라면 이 기호를 ‘해시태그’로 읽는다. 해시태그는 소셜 미디어에서 특정 단어와 관련된 정보들을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등장했다. 관련 있는 단어를 ‘#’ 뒤에 추가하면 해당 단어는 SNS에서 검색이 가능한 링크로 작용한다.

지난 6월30일 카카오톡 실행 화면에 갑자기 ‘#’이 떴다. 해시태그를 이용한 ‘카카오톡 샵’ 서비스의 시작이었다. “궁금하실까봐 검색창을 준비했어요”라는 말과 함께 검색 서비스가 등장했다.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대화를 끊거나 대화방을 나갈 필요 없이 검색 결과를 바로 찾을 수 있다. 대화를 하다가 입력 창에서 샵(#)을 누르면 바로 검색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검색을 하면 정보들은 ‘카드’ 형태로 나열된다. 스크롤을 내리는 것 대신 화면을 옆으로 넘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스크롤보다 화면을 옆으로 넘기는 것이 편리한 스마트폰 환경 특성을 고려해서 구성됐다.

현재 카카오톡 샵 서비스 이용자들이 주로 검색하는 것은 인물이나 장소다. 대화 도중에 연예인·정치인 등 알아보고 싶은 인물에 대해 검색하거나, 약속을 잡기 위해 장소를 검색하는 경우가 많다. 검색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대화 상대에게 검색한 결과를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공유하기’다. 정보를 검색했을 때 아래 나오는 공유 버튼(채팅방에 보내기)을 누르면 검색한 정보가 ‘말풍선’ 형태로 카카오톡 대화창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내용이 많은 경우, 문서에서 내용을 추출해 간단한 답변만 보게 하는 기능도 있다.

다음카카오가 기반으로 하는 것은 ‘공유’다. 이런 ‘공유 서비스’는 다음카카오가 내놓았던 카카오TV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인과 함께 영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다. 이번 카카오톡 샵 서비스는 브라우저가 따로 열리지 않고 카카오톡 내에서 검색 결과가 나오는 형태의 검색 기능이다. 카카오톡 샵 서비스로 정보를 검색했을 때, 이는 검색 점유율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를 공유하고 상대방이 클릭하는 순간부터 검색 점유율 집계에 들어간다. 공통의 관심사를 찾고 공유한 다음 그 공유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를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공유되는 정보가 곧 좋은 정보다. 공유가 이루어졌을 때 그 정보는 더욱 의미가 있다.” 이것이 다음카카오가 지향하는 맞춤형 검색 서비스다.

‘카카오톡만 살린다’는 우려도

그러나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검색 기능을 탑재하면서 기존에 보여줬던 불안정한 카카오톡 서버 문제점 등이 부각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에 검색 기능을 넣는다는 것은 1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다음카카오 합병과 검찰 수사 등의 문제들이 이어지고 검색 기능 삽입 실효성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면서 카카오톡 샵 서비스가 늦게 출시됐다는 얘기도 돌았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의 행보에 대해 ‘다음은 죽이고 카카오톡만 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포털 사이트 점유율에서 네이버가 7, 다음이 2, 기타가 1을 차지하는 구도가 깨지지 않는 것은 다음 검색 엔진 자체의 낮은 검색률 때문이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에 검색 기능을 넣는 것을 결국 실현했고 이 서비스 하나로 다음의 주가가 다시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 검색 서비스 시장 자체를 활성화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음 모바일 검색을 그대로 끌어온 것이 아니라 카카오톡 내에서 따로 이루어지는 검색이기 때문에 기존 모바일 검색에서 보여주던 검색 광고들을 보여줄 수 없고, 카카오톡 샵 검색이 늘어날수록 다음카카오의 광고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이번 카카오톡 개편은 메신저가 포털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톡이 추가한 ‘채널’ 기능을 보자. “심심하실까봐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준비했어요”라며 추가된 카카오 채널은 카카오톡에서 페이지를 넘기면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뉴스·사진·유머·웹툰·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이 내용들도 ‘카톡 친구에게 전달’ ‘링크 복사’ 등으로 공유가 가능하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무엇을 검색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자주 봤는지 등을 분석한 정보를 축적한 후 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루빅스’라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는 뉴스뿐 아니라 다른 콘텐츠에도 루빅스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카카오 채널을 동시에 열면 사람마다 다른 콘텐츠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핫한 이슈들과 관심사 정보들, 자체적인 카카오 콘텐츠, 다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도 다수 존재한다. 메신저에 콘텐츠를 넣는 것이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고, 메신저를 이용하는 시간을 늘릴 가능성은 있으나 카카오톡 내에 서비스를 계속 추가한다면 메신저 본연의 역할보다는 포털 쪽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음카카오가 네이버에 대항해 포털 서비스 시장을 계속 노린다면 본래 메신저였던 카카오톡만으로는 검색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블로그 서비스도 내놓았다. 8월3일 출시한 ‘플레인(Plain)’이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카카오스토리와 달리 별도의 친구 신청이나 수락 과정을 거치지 않는 개방형 서비스다. 일명 해시태그를 기반으로 하는 ‘관심사 SNS’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 계정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모바일 블로그답게 심플한 레이아웃을 사용한다. 해시태그가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에 관심사 태그를 저장해두고 관련 글을 볼 수 있는 기능, 태그 검색, 글을 작성하고 해시태그를 입력할 때 관련 태그들이 표시되는 기능도 있다. 작성한 글 밑에는 ‘이 글과 비슷한 글’이 표시된다. 비슷한 관심사,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사진 및 내용을 공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플레인은 네이버의 SNS인 ‘폴라’와 비슷하다.

ⓒ 일러스트 김세중

“PC는 네이버, 모바일은 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의 야심 찬 도전의 최종 목표는 네이버의 절대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과거 다음과 네이버가 양강 구도를 이뤘던 영화를 되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포털로의 도전’에 대해 네이버는 어떤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네이버는 블로그·포스트 등 해시태그를 활용한 서비스를 구축하면서 맞서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운영 중인 태그 검색(#+키워드)을 통해 네이버의 검색 기술과 SNS의 강점을 결합해 관심사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다음카카오에 맞서 시작한 새로운 시도다. 정보 검색을 넘어 관심사를 세밀하게 추천해주는 지역 검색과 태그 검색을 선보였다. 모바일 검색 시장에 도전장을 낸 다음카카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검색의 품질을 높이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한 발짝 앞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거기에 대응하는 모양새로 경쟁하고 있다. PC 포털에서는 네이버의 우위가 점쳐졌지만 생태계가 전혀 다른 모바일 포털의 특성상 다음카카오가 검색 시장을 어느 정도 선점하는 것이 가능해보인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다음카카오의 이런 다양한 행보가 도전장을 받아든 네이버뿐 아니라 전체 검색 시장의 판도도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5000만명 가까운 이용자를 거느린 카카오톡 서비스에 포털 서비스를 결합한다면 뉴스 유통 플랫폼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음카카오의 반란에 구글도 출사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구글은 본업인 검색을 바탕으로 ‘구글 나우’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구글 계정을 등록하고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 다양하게 검색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앞서 제시하는 방법을 사용해 검색 엔진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구글의 강점인 검색 기능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면서 모바일 포털 시장 경쟁 구도의 새로운 강자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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