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이라는데 구시대 막내만 북적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5.08.19 15:24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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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신당 5~6개 그룹 움직이지만 신선한 인물 없어

야권 신당론이 재차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회 체제가 공식 출범하면서 잠시 수그러들었던 신당론은 혁신위의 활동 기간이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신당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새정치연합 내 친노·주류 측과 비노·비주류 측 간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지난 8월8일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당내 비노·호남 의원 15명 정도가 ‘광주 회동’을 갖고 “문재인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긴 어렵다”는 데 공감한 것을 계기로 양측 간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신당론이 대의명분과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를 놓고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즉 ‘신당’이 과연 정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느냐에 회의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셈이다.

8월8일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주류 진영으로 분류되는 광주·전남·전북 의원들이 광주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천정배·정대철·박준영·김민석 등 인물 ‘식상’

현재 야권에서 신당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세력은 대체로 5~6개 그룹이다. 지난 4·29 광주 서구 을 보궐 선거에서 ‘호남정치 복원’을 내세워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 정대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한 원로 그룹,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 등 8인회(2008년 통합신당 창당 당시 박상천 대표 체제의 민주당을 탈당해 합류했던 인사들) 그룹, 박주선·조경태 의원 등 새정치연합 내 적극적 신당파 그룹, 김민석 전 의원이 실질적 대주주로 평가받는 원외 민주당 등이다. 여기에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각각 축으로 한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 그룹과 4월 재보선 패배 후 고향인 전북 순창에 칩거 중인 정동영 전 의원 그룹 등도 신당파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 들어 야권 주변에서 거론되고 있는 신당론은 4·29 재보선 패배 직후 나왔던 신당론보다는 훨씬 구체적이고 강도가 세다. 우선 새정치연합 당원들의 탈당이 줄을 잇고 있다. 새정치연합 안팎의 신당파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신당론의 중심에 서 있는 천정배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8월 말쯤 구체적인 계획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8월 말 신당 창당 선언을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천 의원 측 관계자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천 의원이 8월 말에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향후 신당 창당을 어떤 로드맵을 갖고 할지 등에 대해 얘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당 추진 그룹인 박준영 전 지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1년 대선에서 후보로 나섰던 ‘신민당’을 당명으로 정하고 조만간 신당 창당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지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10월 재보선 규모가 축소되면서 (호남에선 선거가) 없어지지 않았느냐. 급할 것은 없다”라고 한 발짝 물러섰다. 다만, 지난 8월6일 현역 지역위원장으로는 처음으로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이남희 경북 영천 지역위원장이 12명의 당원과 함께 이른바 ‘박준영 신당’에 가세한 것은 물론 박 전 지사가 지난 주말을 전후해 오랫동안 당에서 활동해온 당원들을 상대로 “도와달라. (신당에) 함께하자”고 설득과 권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조만간 신당이 가시화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민석 전 의원과 인연이 각별한 인사들이 만든 민주당은 최근 지역위원장 선정 작업에 돌입하는 등 당의 실체 강화에 나섰다. 8월19일 김 전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족쇄를 풀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면 민주당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8월11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박영선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박영선·김부겸·손학규 모두 ‘손사래’

신당론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신당 창당의 명분을 두텁게 하고,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낼 간판스타가 없다. 현재 신당론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 대다수가 전직 의원 또는 원로급 인사들인 탓에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그나마 천정배 의원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조차도 대중적 인지도는 물론 리더십에 대한 물음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신당파들이 내심 합류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김부겸 전 의원 등 비주류 대권 잠룡들은 “혁신안을 지켜보자”며 신당론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정계 복귀설과 맞물려 신당파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지만, 손 전 고문은 강하게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 측근은 “설령 정계 복귀를 한다 하더라도 야권의 통합을 강조해왔던 손 전 고문이 어느 한쪽의 편에 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새정치연합 내 친노·주류 측은 지금의 신당론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범주류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신당을 하기 위해선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권 주자가 있어야 한다. 지난 대선 때 그토록 뜨거운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안철수 전 대표도 결국 신당을 만드는 데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신당을 위해 탈당을 한다면 정치생명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것인데, 안 전 대표는 물론 당내 비주류 대권 주자들이 정치적 운명을 걸면서까지 신당에 합류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 관계자는 “신당파들은 향후 혁신위가 어떤 안을 내놓더라도 이를 반대하면서 탈당의 명분을 쌓으려고 하겠지만, 국민을 납득시키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당을 하더라도 신당에 걸맞은 인물과 새로운 가치와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만 보면 과연 신당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당파 내부의 노선 등을 둘러싼 갈등 조짐도 엿보인다. 천 의원을 중심으로 한 그룹은 진보에 방점을 둔 개혁 정당을 추구하고 있는 반면, 다른 그룹들은 ‘중도 신당’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천 의원 그룹은 신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신당 추진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신당론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 호남 지역 전직 의원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신당 내 공천 과정에서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신당파 내부에선 “원로급 인사들은 신당 창당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의견과 “썩어도 준치”라는 입장이 맞서는 등 어수선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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