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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도는 순간 여지없이 ‘허덕였다’

역대 정부 지지율 하락 추세 답습…박 대통령 정국 반전 카드는?

김현일 대기자 ㅣ . | 승인 2015.08.19(Wed) 15:32:30 | 9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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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한국 사회는 권력 구조를 둘러싼 집권 세력과 야권의 전면 대결로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대치 상황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핵심으로 한 제9차 개헌으로 수습됐다. 실로 혁명적 대전환이었다. 여야 합의와 국민의 절대적 지지로 헌정사를 얼룩지게 한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종식시켰다는 점에서다. 지긋지긋한 ‘독재’ 우려가 사라진 것이다. 1987년 체제가 도입된 이래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6명의 대통령이 나왔다. 1988년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과 그 뒤를 이은 김영삼(YS)·김대중(DJ)·노무현·이명박(MB) 대통령이 그들이다. 역대 대통령은 더도 덜도 말고 1826일 동안 청와대의 주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만 1762일로 예외다. 탄핵 기간 동안은 재임 일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 직선으로 당선된 역대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최우선적으로 주목한 부분은 이 1826일이었다. 집권 마스터플랜을 짜야 했고, 시간과의 싸움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권력의 속성과 민심을 감안하면 사실상 임기는 4년에 불과함을 직시한 탓도 있다. 마지막 1년, 즉 5년 차는 평상의 국정 관리조차 여의치 않음을 경험으로 꿰고 있었다. “임기 마지막 날 24시까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호언했던 ‘5년 단임제 체제’ 이전의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초라한 말로는 생생한 교과서였다.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실시된 이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지지율 급락과 레임덕을 경험했다.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한 대통령들은 기대와 달리 임기 중반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이런 결과는 거의가 상황 오판과 권력형 비리에서 비롯했다. 사진 왼쪽부터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개혁 약발’ 떨어지는 집권 3년 차에 고전

집권 첫해, 6개월 이내에 대대적 사정으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4개월간 대규모 개혁 드라이브를 건다. 집권 2년 차, 집권 공약 추진으로 안정적 지지를 확보한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집권 3년 차에 각종 시책 정착 및 지지율 제고. 4년 차, 공약 이행 점검·보완. 마지막 5년 차엔 국정의 안정적 관리와 마무리(평가 대비)가 역대 정부 집권 구상의 골간이었다. 역대 정부마다 각론은 달리했으나 총론은 대략 이러했다.

하지만 5년 단임제 체제의 역대 대통령 5명 모두가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권력형 비리 등으로 씁쓸하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나같이 지지율 하락과 레임덕에 시달리며 청와대를 떠났다. 특히 임기 반환점 즈음에는 개혁 드라이브로 얻은 그나마의 점수마저 까먹기 일쑤였다. 때문에 ‘집권 1년 차 대대적 사정·개혁 드라이브’ 등으로 짜인 일정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측도 있으나, 그건 아니다. 정책 실패, 내부 부패가 결정적 하자일 뿐이다. 몇몇 전직 대통령의 경우, 과욕을 부리지 않았거나 혈족 혹은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가 없었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대접받을 위치에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집권 첫해, 오판과 패착으로 갈팡질팡했지만 집권 2년 차부터 서서히 지지율을 끌어올린 MB 정부의 경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저런 연유로 개혁 약발이 떨어지는 집권 3년 차 임기 반환점 즈음의 실상은 정권의 성패를 가늠하는 유용한 잣대가 되고 있다.

집권 중반 지지율 반등 이룬 MB 정권

YS와 DJ의 야권 분열 덕에 대선에서 이겼지만, ‘여소야대’ 정치 지형 속에서 시달리던 노태우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1990년 1월, YS·JP(김종필)와의 3당 합당을 성사시키며 안정을 찾았다. 그해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폭로로 야권의 도전이 이어졌으나, 반환점을 돈 이후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분위기 일신에 성공했다. 심야 영업 단속, 청소년보호구역 확대, 불량식품 단속, 가정파괴범 처벌 등 민생과 관련한 일련의 조치는 의외의 성과를 거두었다. 거창한 구호보다 생활과 직결된 노력이 국민에게 어필함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지난 5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중도하차한 이완구 전 총리가 취임 직후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게 우연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집권 첫해 57%에서 2년 차에 28%대(한국갤럽 조사)로 반 토막 난 지지율을 3년 차에 다시 회복시켜 지켜낸 것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이런 조치 덕이었다.

YS의 임기 반환점 무렵 지지도는 전체 집권 5년 기간 중의 널뛰기 지지도만큼이나 불가사의하다. 임기 초반, 하나회 숙청·금융실명제 실시 등 초대형 개혁 작업으로 90%를 넘나드는 지지도를 기록했다가 퇴임 무렵엔 역대 최저인 7%대에 머무른 YS의 집권 3년 차 지지도는 20% 수준이었다. 2년 차(55%)와 비교해도 턱없는 수치다. ‘칼국수’ ‘설렁탕’으로 대표되는 검약을 솔선하면서 지방자치제 전면 확대 실시, 조선총독부 건물(중앙청) 해체 등 나름의 인기 정책을 수행했음에도 그러했다. 이와 관련해 YS 측근인 서석재 당시 총무처장관이 1995년 8월2일 전두환·노태우 전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것 등이 TK(대구·경북) 세력을 중심으로 한 민정계의 일제 반발을 초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DJP연합과 이인제의 반발 출마 덕분에 집권한 DJ는 YS 정권 말기에 터진 와환위기 극복으로 집권 기반 다지기에 성공했다. 60%를 상회하던 지지율은 그러나 2년 차에 터진 영부인 이희호 여사 연루 ‘옷로비 사건’으로 1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반환점을 돌던 3년 차 8월에는 30%대에 머물렀다. 2000년 평양을 방문해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등의 역사적인 업적을 냈으나, 대북 불법 송금 폭로 등으로 DJP 공조는 삐걱거렸다. 거기에 DJ 3남 홍걸씨가 각종 이권 개입으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최규선 게이트)이 드러나면서 민심 이반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차남 홍업씨의 3억원 수수 등 권력 주변의 비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가운데 벌어졌기 때문에 파장은 더욱 컸다. DJ의 대국민 사과 이후 권위는 여지없이 퇴락했다.

탈권위주의와 정경유착 단절이라는 긍정 평가와 막말, 자질 부족 시비 등의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게다가 2년 차에 초유의 탄핵까지 받은 탓에 3년 차 역시 험로가 예고됐다. 취임 첫해부터 측근의 금품 수수 사실이 터지고, 친형 건평씨가 청탁성 뇌물을 받은 사실 등이 보도되면서 그의 강점인 청렴 이미지마저 상당 부분 훼손된 것은 치명적이었다. 행정도시 특별법으로 충청권의 지지를 어느 정도 확보했으나 사회주의 계열 인사에 대한 독립투사 서훈이 보수파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치면서 지지율은 34% 안팎을 맴돌았다.

국회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개혁 과제 대부분은 미제 상태다. 대통령의 행보가 빨라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6월26일 재래시장을 둘러보는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제공

남은 임기 913일, 정치 산술로는 600일 남짓

지지도에 관한 한 MB의 경우는 여러모로 특이하다. 야당 후보를 500만표라는 대선 사상 최대 표차로 누른 MB의 집권 첫해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최하위였다. 직전까지 가장 낮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40%)의 절반 수준이었다. 들불처럼 번진 ‘촛불시위’ 여파였다.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줄곧 하락세를 기록한 것과 달리 중·후반까지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연차별로 21%-27%-49%-39%-25%였다. 특히 임기 반환점을 돌던 3년 차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로서 주목할 만하다. 그 배경으로는 국제 금융위기 조기 극복과 그해 3월 발생한 북한의 천안함 피격 사건에 따른 보수층의 결집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해 6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이란 악재가 터졌지만 높은 지지율은 이어졌다.

8월26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5년 임기의 꼭 절반을 채우는 날이다. 임기 반환점을 돌고 난 박 대통령은 이후 913일 동안 청와대 주인으로서 남은 국정을 책임지게 된다. 박 대통령이 이 913일 동안 ‘성공한 대통령’에 목마른 국민의 기대를 채워줄지,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사실 913일이라지만 같은 일수라도 전반기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 천문학상 시간으로야 똑같지만 ‘정치적’ 시간은 다르다. 흐름은 날이 갈수록 빨라지게 돼 있다. 그러니까 실제 남은 기간이 600일 정도에 그칠지도 모른다. 여당이나 공직사회까지 딴청을 부리는 등 국정 장악력이 제대로 발휘되느냐 여부를 대입하는 ‘정치 셈법’으론 그렇다는 얘기다. 내년 4월 총선을 거치면 마치 계절이 바뀌듯 청와대 입김은 약화되게 마련이다. 청와대로서는 외면하고 싶을지 몰라도 이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다. 집권 초반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친인척 권력형 비리에서 초연할 수 있다는 위치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고도 성장을 이룬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그리고 대통령학을 따로 공부할 필요 없는 ‘청와대 경력’도 특히 보수층의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반환점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60%대의 취임 초 지지율은 30%선을 맴도는 중이다. 집권 3년 차 들어서는 30% 아래로 떨어진 적도 벌써 몇 차례다. 집권 3년 차 2분기 기준으로는 MB(49%), DJ(38%)에 이어 역대 대통령 3위라지만, 부정 평가는 노태우 대통령(62%)에 이은 두 번째(55%)다. 경제·민생 부문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그렇다 하더라도 보수 매체까지를 포함한 다수 언론이 지적하는 ‘소통 부족’이 지지율 저하의 핵심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60대 이상 연령층과 TK 지역에서까지 민심이 이반하는 현상은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는 여권의 그 많은 결정적 패착에도 불구하고 야당 지지율이 20%대 초반을 헤매는 상황이 다행스러울지 모른다. 여당 지지율이 항상 야당보다 두 배 가까이 높기 때문에 안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당장의 달콤함이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예외가 없지 않았으나 대개의 역대 대선은 51 대 49의 박빙 승부였던 탓이다. 선거 전 20~30%의 지지율에 불과하던 야당의 대선 후보가 약진했던 사례도 있다. 정당 지지율만으로는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인 새정치민주연합이지만 출마가 예상되는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치면 야권이 오히려 앞선다. 박원순·문재인·안철수 지지 합계가 여당 후보군의 그것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기력한 야당에 따른 반사적 이익으로 지지율을 연명한다면 국가적 비극이다. 분발을 염원하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게 지도자의 도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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