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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빵가게 옆에 또 빵집이 생겼네

서비스·품질보다 좋은 위치에 투자하는 게 우선

한치호│국립교통대 겸임교수·행복경제연구소장 ㅣ . | 승인 2015.08.19(Wed) 16:25:32 | 9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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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언론에 IT업계에서 인정받던 인재도 김밥집을 창업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만큼 장년들의 재취업이 어렵다는 것과 이른바 업계에서 인정받는 사람도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창업할 만한 아이템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창업 희망자들을 유혹하지만 창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진행하는 기술창업이나 벤처창업은 섣불리 뛰어들기 어려운 아이템이어서 보통의 창업 희망자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그렇다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시작해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소규모 창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소규모 창업을 하려면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 다음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작은 가게가 모여 있는 서울 시내의 한 지하상가. 전문가들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라고 강조한다. ⓒ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 서부 지역 전철역과 버스정류장 사이 6차로 대로변에서 저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K 사장은 창업 후 3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마케팅 활동을 최근 시작했다. 그동안 K 사장이 했던 마케팅 활동이라고는 그저 가게 앞에 ‘오늘의 빵’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어놓고 손님을 끌어들이는 정도였다. 그것도 막상 매장 안의 제품과 가격이 같다 보니 손님들의 반응도 시큰둥해서 나중에는 오전에 커피와 빵을 세트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정도의 판촉을 해왔다.

3년간 이렇다 할 판촉 활동 없이 가게를 유지해온 것은 빵집의 위치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달 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전철역 방면의 횡단보도 쪽으로 불과 5개의 점포를 건너뛴 자리에 있던 작은 편의점이 갑자기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다른 저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입점한 것이다. 퇴근길 손님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면 먼저 만나는 곳이 새로 생긴 베이커리로 입지가 K 사장의 가게보다 좋았다. 처음에는 단골이 많으니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던 K 사장은 최근에 생전 하지 않던 쿠폰 서비스를 시작했다.

새로 들어선 베이커리가 오픈 마케팅으로 손님을 끌기 시작하자 K 사장의 빵집은 매출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두 달 만에 30%나 감소했다. 아차 싶었던 K 사장은 우선 급한 대로 5000원어치 구매에 스탬프를 하나씩 찍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탬프가 10개면 5000원을 사용할 수 있으니 10% 할인 판촉 행사인 것이다. 새로 생긴 경쟁 베이커리가 1만원에 스탬프를 하나씩 찍어주는 서비스에 자극을 받아서 더 센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시작한 지 보름 만에 스탬프를 찍는 보너스 카드가 1000장을 넘어서 겨우 한숨을 돌린 K 사장은 주변 입지가 좋다는 점에 자만하고 무관심했던 자신을 후회하고 있다.

방심이 경쟁자를 부른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영세 창업의 가장 큰 조건은 위치 선정이다. K 사장은 저가 베이커리라는 아이템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덕에 이렇다 할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같은 아이템을 가지고 더 좋은 위치에 들어서는 점포를 이기기는 어려웠다. 한때는 최고의 베이커리 입지라고 자부했으나 오산이었다.

영세 점포는 뭐니 뭐니 해도 위치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은 민감하고 정직하다. 아무리 좋은 조건과 품질을 가지고 있더라도 길을 건너가서 사지는 않는다. 자신이 다니는 동선에 있는 점포를 이용하는 게 우선이다. 입지 조건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품질은 나중 문제다. 영세 창업에서 품질로 승부를 보겠다고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커리 규모의 매장은 보증금과 영업 권리금까지 포함해 투자금이 2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여서 부담이 큰 편은 아니다. 영업 권리금만 없다면 1000만원대의 점포 보증금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 신축 건물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신축 건물은 그만큼 보증금과 임대료가 비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단 기본적인 위치 선정이 끝나면 상점이 입점한 곳의 특성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3평 남짓한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부부는 입점한 가게의 위치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경우다. 이 커피점 주변 30m 이내에 패스트푸드점 한 곳과 프랜차이즈 카페 한 곳, 사회적 기업인 카페를 포함해 4곳의 대형 카페가 있다. 거기에 카페와 간접적 경쟁 관계라고 할 수 있는 편의점도 입점해 있다.

이 부부는 입점 위치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마케팅에 잘 활용했다. 이곳은 대형 학원도 있고 마을버스 2대의 승차장도 위치해 유동인구가 적절하게 있기는 하나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다. 또 주변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마케팅에 활용했다. 스탬프 쿠폰 서비스는 기본이고 계절마다 메뉴도 달리했다. 다른 카페와 달리 음료 주문 시에는 항상 간단한 쿠키도 함께 제공했다. 학원생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늘 준비했다. 공급자보다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패스트푸드점도 편의점도 사실상 강력한 경쟁 상대이다 보니 한시도 맘을 놓을 수가 없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어떤 프로모션을 하는지, 패스트푸드점에는 무슨 메뉴가 있는지 신경이 쓰여 자신들이 만드는 음료의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농담 삼아 가게를 넘기라고 했더니 정색을 하고 거절하는 것으로 봐선 수입이 쏠쏠한 것 같았다. 실제로 3평 남짓 규모의 매장에 아르바이트도 고용하고 있었다.

영세 창업에서는 위치 선정과 활용이 가장 중요하다. 가맹비나 품질에 들어가야 하는 비용보다 좋은 곳에 입점하기 위한 비용을 더 고려해야 한다. 위치만 좋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점포가 잘된다고 하면 비슷하거나 같은 업종이 주변에 얼마든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위치 선정은 기본이고 입점한 지역 특성을 살려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만 오랫동안 장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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