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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은 이슬람 최악의 적”

버킹엄궁 겨누는 IS…영국, 급증하는 ‘외로운 늑대’ 골머리

하선영│중앙일보 국제부 기자 ㅣ . | 승인 2015.08.19(Wed) 16:27:20 | 9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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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영국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IS가 수개월간 비밀리에 준비해온 암살 프로젝트의 타깃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8월9일(현지 시각) 영국 정보부(MI5)가 엘리자베스 여왕 암살 계획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IS 영국 지부는 8월15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행사에서 테러를 계획했다. IS 고위 간부로부터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찰스 왕세자도 엘리자베스 여왕과 마찬가지로 암살 타깃이었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이번 종전 기념식은 영국 왕실은 물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고위 인사 1000여 명이 참석하는 국가적인 행사다. 행사장 주변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운집하기 때문에 테러에 대한 공포는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독일을 방문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6월26일 베를린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 EPA 연합

여왕, 과거에도 여러 번 암살 위기 처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2013년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를 모방해 ‘압력밥솥 폭탄’을 터뜨리는 것이다. 2년 전 러시아 체첸공화국에서 온 이민 가정 출신 무슬림 타메트란 차르나예프와 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 결승선 근처에서 압력밥솥을 이용한 사제 폭발물을 터뜨려 3명이 죽고 260여 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를 낸 바 있다.

8월11일 영국 ‘스카이뉴스’는 IS가 준비한 ‘여왕 테러’ 계획이 꽤 구체적이었음을 시사했다. 이 매체는 ‘카림 아메드’와 ‘이즈디하르 카셈’이라는 가상의 인물 2명을 내세워 4개월간 IS 대원들과 접촉해 알아낸 사실을 공개했다. IS에서 대원 모집을 담당하는 아부 후세인(21)과 그의 부인 움 후세인(46·영국명 샐리 존스)은 8월15일 종전 기념행사에서 감행할 공격 계획에 대해 가상 인물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이미 영국 글래스고에서 자살 테러에 투입될 소녀가 대기 중이며, 그 밖에도 다른 IS 대원 3명이 ‘여왕 테러’를 위해 영국 곳곳에 포진해 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트위터와 암호화 메신저 ‘슈어스팟’으로 대화하는 이들은 가상 인물 2명에게 “자살 폭탄을 만드는 과정을 알려주겠다” “런던으로 자살 폭탄 매뉴얼이 담긴 책을 보내주겠다”며 영국 내에서의 ‘외로운 늑대’ 테러를 부추겼다고 한다. 보통 IS 가입을 설득할 때 “일단 이라크·시리아로 넘어오라”는 기존 포섭 방법과는 차이점이 있다. ‘외로운 늑대’가 되기를 영국 청년들에게 종용하는 것이다.

이 매체가 시리아 국경지대인 우르파에서 만난 IS 대원들도 “4~5명의 영국인이 IS 외부에서 공격을 감행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후세인 부부가 밝힌 테러 계획에 투입될 사람들을 말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스카이뉴스는 설명했다. 이 매체는 “이들 IS 대원들과 주고받은 대화 내역은 모두 영국 경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슬람 무장세력 테러리스트들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겨냥한 테러를 모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런던 경찰 당국은 지난해 11월에도 현충일 전야 추모제에 참석하는 여왕을 암살하는 음모를 꾸민 이슬람 테러리스트 4명을 체포한 적이 있다. 당시 여왕은 런던에 위치한 로열 앨버트홀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다.

2007년 가을에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에서 현지 테러 조직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노린 테러를 계획한 바 있다. 당시 악명 높았던 알카에다와 연관돼 있던 이 테러 조직은 현지 방송국 중계차 2대에 폭발물을 숨기고 테러를 시도하려 했지만 정보기관원이 사전에 압수해 테러를 막을 수 있었던 사실이 이듬해 밝혀졌다. 알카에다는 공개적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을 겨냥하곤 했는데, 2005년 배포한 동영상에서는 여왕을 “이슬람 최악의 적 가운데 한 명”이라고 규정짓기도 했다. 테러리스트를 모집하고 영국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비디오는 이슬람 성전주의자 사이트에 널리 배포됐다.

탱크 위에 올라서서 IS 깃발을 들어 보이고 있는 이슬람국가 대원. ⓒ AP 연합

캐머런의 강력한 ‘IS 대책’ 실효성 의문

자국 내 테러 위협이 커질수록 IS에 대한 영국의 고민도 깊어진다. 지난 6월 튀니지의 지중해 휴양지에서 테러가 발생하면서 영국 내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공포는 급격히 커졌다. 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38명 중 30명이 영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기억되는 런던 지하철 테러가 발생한 지 10년 만이었다.

당장 캐머런 영국 총리는 ‘대테러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척결을 천명했다. “영국이 더욱 응집력 있는 국가로 거듭나려면 이제는 이슬람 극단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IS 공습도 조만간 시리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튀니지 테러가 발생한 후 영국군 조종사들이 의회의 승인 없이 시리아 내 IS 공습 작전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국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육군 특전단(SAS)은 요원들을 IS 조직원으로 위장해 시리아에서 정찰과 기습 타격 등 비밀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배격하는 영국 정부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이들은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이라크로 몰래 넘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700여 명의 영국인이 IS에 가담했는데, 이는 독일(500명)·네덜란드(250명)·스웨덴(180명) 등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도 훨씬 높은 숫자다. IS에 합류한 영국인 700명 중 절반 이상이 10~20대 젊은이다.

시리아에서 훈련받은 젊은 IS 대원들은 영국으로 돌아와서 ‘외로운 늑대’가 되어 테러를 모의하고 있다. IS도 영국인 대원들에게 “고국에 머무르면서 공격을 감행하라”고 적극 독려한다. 영국 정부는 젊은이들이 과격 이슬람주의에 물들지 않도록 이민자 커뮤니티를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젊은이들을 향해 “IS의 일원이 되어봤자 그들을 위한 총알받이가 될 뿐”이라며 IS의 유혹에 현혹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영국 본토 출신 지하디스트들이 늘어날수록, 이슬람 극단주의를 근절하려는 영국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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