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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전쟁·혁명을 불러왔다

모피·보석·향신료·석유 통해 세계사 들여다본 홍익희 교수

조철│문화칼럼니스트 ㅣ . | 승인 2015.08.19(Wed) 16:43:59 | 9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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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모카커피라고 할까. 과거 아라비아 반도에 살던 유대인들이 커피를 독점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 있다. 우선 절대 생두 상태로는 다른 곳에서 키우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또 수출하는 항구를 한 군데로 묶어버렸다. 그 항구 이름이 모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모카 항구에서 온 커피를 다 모카라고 불렀다. 1616년 동인도회사는 인도에 몰래 들어가 커피 원두와 묘목을 밀반출해낸다. 그렇게 밀반출한 커피 묘목을 네덜란드에서 재배하다 해충 피해를 입어 실패로 돌아가자 이들은 다시 재배지를 인도네시아로 옮긴다. 그곳이 바로 ‘자바’ 지역이다.”

유대인과 유대교에 천착한 저서로 유명세를 탄 홍익희 배재대 교수(64)가 전공 분야라 할 수 있는 세계사를 뒤흔든 상품의 역사를 조망한 신간을 펴냈다.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인데, 22년 동안 KOTRA에 근무하며 뉴욕·밀라노·마드리드부터 상파울루까지 세계 곳곳의 무역 현장을 누비면서 다양한 경제 환경을 경험한 홍 교수의 경험이 빛을 발한 것이다.

ⓒ 뉴스뱅크이미지

상품 역사 통해 문명과 세계 경제 통찰

홍 교수는 상품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거대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그 사실을 간과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셀 수도 없이 많은 상품 가운데 세상을 뒤흔든 다섯 가지 상품을 골라, 세계 역사와 경제, 인류의 삶을 통찰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에 올린 다섯 가지 상품은 독자들에게 현실적으로 와 닿는 소재들이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지금까지 유용하게 쓰이는 상품들의 역사는 단지 책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박제된 과거의 기록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보완해 새로운 상품 교역의 활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진행형’의 역사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상품은 소금·모피·보석·향신료·석유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의식주와 연관된 것으로, 대부분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들이다. 이들이 인류의 삶과 세계 경제의 흐름을 움직인 힘은 대단했지만, 그 사실을 차근히 되짚어볼 기회가 없었다.

소금의 경우, 과도한 세금으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혁명을 불렀고, 인도에서는 간디가 주도한 독립운동 같은 역사를 바꾸는 시발점이 됐다.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모피 역시, 모피를 구하기 위한 시베리아 지역의 개발과 북아메리카 서부 개척을 이끈 계기가 됐다. 모피로 인해 멸종된 동물이 많다는 점을 보면 모피 역시 역사를 움직인 상품의 자리에 들어갈 만하다. 다이아몬드로 대변되는 보석의 경우, 이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망과 거래, 정치, 피를 부른 전쟁 등으로 아프리카의 역사를 뒤흔들어 세계사적으로 영향력이 큰 상품이다. 향신료야말로 신대륙 발견이라는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를 가능케 한 대표적 상품으로 그 중요성이 결코 다른 상품들에 뒤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석유는 앞의 상품들이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면, 현재와 미래를 담당할 대표적 상품에 속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살펴봐야 할 상품이다.

홍 교수는 이 다섯 가지 상품 외에 현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품으로 커피와 와인을 꼽았다.

“커피와 와인은 인류의 역사를 이끈 쌍두마차다. 기독교문화가 뿌리를 내린 곳 어디서나 포도농장을 볼 수 있었던 반면, 이슬람문화가 지배적이었던 곳에는 어디서나 커피향이 가득했다. 기독교에서 와인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멋진 선물로 여겨진다. 심지어 와인은 예수의 피로 상징된다. 반면 이슬람에서는 인간을 인사불성으로 만드는 와인을 혐오했다. 이성과 절제를 추구하는 이슬람인들은 정신을 맑게 해주는 커피를 애호했다. 이슬람교도들에게 커피는 종교였다. 커피는 무함마드에게 가브리엘 대천사가 전해준 음료였기 때문이다.”

미국을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으로 만든 셰일가스

홍 교수는 석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재 세계 경제 판도를 바꾸고 있는 사건을 띄우는데, 이는 ‘셰일 가스(Shale Gas)’에 얽힌 이야기다.

“석유 대체를 위해 원자력과 대체에너지 산업에 심혈을 기울이던 미국이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금세기 들어 최대의 천연가스 혁명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계 1위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엑슨모빌은 2009년 360억 달러(약 40조원)를 투입해 셰일가스 시추 기술을 지닌 XTO를 인수한 이후 셰일가스 사업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은 급증하는 추세다. 셰일가스는 진흙과 모래가 단단하게 굳어진 암석층, 즉 셰일층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다. 지표면에서 그리 깊지 않은 지하에 모여 있는 일반 천연가스와는 달리, 셰일가스는 지하 2㎞ 아래 깊은 셰일층에 흩어져 있다. 셰일가스 생산이 붐을 이루면서 미국이 단번에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이 되었다.”

홍 교수는 어떤 상품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는 단순한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고 문명이 발달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고민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역사를 쫓다 보면 사건이 되는 중요한 물건들이 아주 많다. 활·마차·펌프·도자기·화약·종이·설탕부터 비교적 근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전구·기차·자동차·전화기 등이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 아주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또한 그 거대한 흐름 안에 우리 민족의 위치를 꼼꼼하게 살피고 좀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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