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안철수·유승민이 한 식구? 글쎄
  • 엄민우 기자·유지민 인턴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5.08.27 10:59
  • 호수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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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회자되는 제3 신당 3가지 시나리오

정치 비수기에 해당하는 7~8월은 국회가 비교적 조용한 시기다. 이때 의원들은 각자 지역구를 돌보거나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사안들을 점검하곤 한다. 그런데 이슈에 걸려 있는 몇몇 의원들은 평소보다 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천정배 의원이 그렇다. 올여름 그는 그야말로 사람에 ‘올인’하고 있다. 하루에 2~3명꼴로 사람을 만나며 함께할 인물을 찾고 있다. 휴가도 없다. 천정배 의원이 구상하는 신당이 어떤 정당이 되느냐는 결국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게 될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과연 제3 신당은 어떤 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또 그렇게 창당된 당은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도 파괴력을 지닐 수 있을까. 정치 전문가 및 정치권 관계자들과 함께 신당과 관련한 3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4월30일 4·29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왼쪽, 광주 서구 을)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천정배 및 일부 호남 세력 중심 창당

사실상 지금으로선 가장 가능성이 큰 경우다. 이미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8월19일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큰 틀에서 새 정치를 하면서 미래 지향적 생각이 같다면 (천정배 의원 세력과)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8월 말 신당 창당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계속해서 신당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 박주선 의원도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 박지원 의원 역시 “신당 창당은 상수”라며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천정배 의원은 전국 정당을 표방하지만 결국 호남을 주요 텃밭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파괴력은 한계를 가질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호남에서 새정치연합 의석을 일부 가져오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도권 등 지역에서는 사실상 당선자를 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큰 파괴력은 없을 것이라 본다. 호남에서 소규모의 신당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사람들 중심으로 몇 사람이 당선될 수는 있지만,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당선자를 실제로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호남이 신당의 등장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천정배 의원 자체가 호남의 상징성이 되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호남에서 ‘꼬마 민주당’ 정도의 힘을 쓰는 정도지 수도권에선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도 이런 점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남 인사 일부와 함께하는 창당으로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합리적이고 온건한 보수까지도 융합하고 포섭할 수 있는 넉넉한 입장의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큰 인물들이 안 움직이는데 뭘….”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고위 당직자는 천정배 신당 움직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와 같이 말했다. 신당 창당을 바라보며 야권의 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여기서 큰 인물이란 결국 ‘대권’ 주자를 의미한다. 신당 창당 움직임을 한편으론 불안한 시선으로 보면서도 다소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8월5일 고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의 장례식장에 모인 임채정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상임고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유은혜 대변인, 신기남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 유승민 전 원내대표, 김부겸 전 의원(왼쪽부터 시계방향). ⓒ 연합뉴스

■ 안철수·손학규 등 대권 잠룡의 결합

이와 관련해 이름이 거론되는 대표적인 인물은 안철수 의원과 손학규 전 고문이다. 둘 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천정배 의원과 끊임없이 연대설이 제기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정계를 은퇴하고 계속해서 몸값이 상승하고 있는 손학규 전 고문의 경우 천정배 의원과 과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을 함께했던 인물이어서 더욱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들과 천정배 의원이 함께하는 시나리오로 창당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설명이다. “현재 특정 계파에 유리한 특혜들이 집중된 상태다. 현재 당에 남아서는 미래가 없는데 미래 없는 곳에 가만히 앉아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미래도 없는 상황에 만약 당내 분위기가 비노 측 인사들을 몰아내는 쪽으로 가면 그 사람들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다음 대선 때 어느 쪽에 서서 하는 게 앞으로 정치 행로에 도움이 되느냐 그게 고민이 될 것이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 역시 “친노가 끝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독주·독식하려 든다면 구민주당 계열은 결국 세를 결집해서 분당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신율 교수는 “손학규 전 고문 같은 사람이 신당 창당에 함께하면 파괴력을 갖게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가 신당 창당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이런 방식으로 창당이 이뤄진다 해도 총선에서 큰 파괴력을 갖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야권 표 분열이다. 윤희웅 센터장은 “대중적 관심도는 높아질 수 있겠지만 수도권에서 두 개의 야당과 새누리당이라는 삼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성과를 크게 거두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를 알기에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특히 더 자신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7월16일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야권에 새 희망을 일구는 밑거름이 되겠다”고 밝히며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 천정배·비노, 유승민 등 비박 합류할 경우

“괜히 피곤하게 굴지 말고 박근혜 세력은 탈당해 ‘도로 민정당’으로 가고, 비박 세력은 ‘신YS 세력’으로 뭉치고 비노(비노무현) 세력은 ‘신DJ(김대중) 세력’으로 재편해 친노(친노무현) 세력과 갈라서면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고려대학교 지속발전연구소 교수가 지난 7월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와 같은 글을 남겨 화제가 됐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보일 수도 있는 시나리오지만 끊임없이 정치권에서 그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다.

최근처럼 정치판이 4등분되다시피 한 적이 없다. 야당은 친노와 비노로, 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극명하게 갈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갈등도 격화됐다. 비노와 비박 앞에는 ‘합리적’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책적인 연대가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만약 유승민 의원 등 비박의 거물들이 천정배 신당 창당 움직임에 함께하게 된다면 전문가들은 큰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정치권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도층 표를 흡수할 수 있어 호남뿐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서도 크게 선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7월 라디오에 출연해 “요즘 국민은 새누리당도, 새정치연합도 너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세계적인 조류가 보수와 진보의 장점을 취득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비노·비박 연대설에 대해 설명했다. 어찌 보면 천정배 의원이 생각하는 ‘전국 정당’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역시 가능성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비박 측에서 움직일 이유가 현재로선 전혀 없기 때문이다. 황태순 수석연구위원은 “말이 좋아 동서 화합을 하고 중도 노선을 걷는다고 얘기하지만, 그러는 순간 유승민 의원이 지역구에서 배지를 달 확률은 0%인데 그런 행보를 할 이유가 있나. 천정배 의원이 새누리당에 입당하는 그림만큼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지금 새누리당의 주류는 비박이 사실상 잡고 있다. 실질적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비박이 당의 실질적 주류로 분명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비박 인사들이 새누리당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버리고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비박·비노 연대설을 이야기했던 이상돈 교수 역시 “유승민 의원이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을 내던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김부겸 전 의원과의 총선 연대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두 사람이 식사를 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선을 앞두고 이들이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이 작다는 게 중론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승민 의원과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고 40년 지기인데 식사를 했다고 연대설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합리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연대해 제3당을 만든다는 것은 양당 체제를 깨보겠다는 것인데 모든 것을 걸고 그렇게 하실 만한 분이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결국 3가지 시나리오로 봤을 때 현재로서 천정배 신당은 호남에서 일부 의석을 차지하는 정도의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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