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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몰래 2000억 쾌척한 ‘키다리 아저씨’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통 큰 기부…경영권 다툼 롯데와 대조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5.08.27(Thu) 11:20:13 | 13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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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8년 전의 일이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당시 회장)은 일부 기자들을 서울의 한 호텔로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대림산업과 한화그룹이 공동 투자한 여천NCC 문제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을 때였다. 기자도 이날 이 명예회장과 마주 앉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 명예회장은 “이게 무슨 분쟁이냐. 치고받아야 분쟁 아니겠느냐”며 한화와 김승연 회장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내비쳤다.

뒤늦게 카메라 들이댄 기자에게 ‘××놈’

대다수 그룹 총수가 기자들을 만날 때 말을 빙빙 돌려 현안을 피해가는 것과 대조됐다. 이 회장은 작심이라도 한 듯 한화와 김 회장을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서도 할 말을 하는것으로 유명하다. ⓒ 연합뉴스

상대로 쓴소리를 내뱉었다. 한화 측 공동대표인 이신효 당시 부사장은 앞서 “합작이 지속되기 힘들다면 어느 한쪽이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림산업이 보유 지분을 넘긴다면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 대표와 함께 김승연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는 “한 법인을 이끌어나가는 대표가 그런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여러 정황을 볼 때 김 회장이나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 명예회장과의 만남이 마무리될 때쯤이었다. 이날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된 만큼 카메라 반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한 방송사 기자가 이 명예회장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기자는 이 명예회장의 멘트라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신 질문을 해댔다. 그러자 이 명예회장은 “××놈”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준용 회장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라며 “일단 마음을 먹으면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명예회장이 최근 사재 2000억원가량을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사장 안병훈)에 기부한 것도 그 연장선에서 보고 있다. 이 명예회장의 기부 사실은 측근들도 몰랐을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그룹 홍보실조차 “우리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말할 정도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도 지인들에게 “전 재산 기부를 결정하면서 자식들과 따로 상의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장이 이번에 기부한 주식에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 지분도 일부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현재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42.7%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이해욱 부회장이 52.3%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 부회장 체제로 이미 승계 작업을 마쳤다고 해도, 사실상 지주회사의 지분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닌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장남과 차남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그룹의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가 일부 드러났다. 20일간 계속된 분쟁 원인은 결국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었다”며 “이 명예회장은 지주회사의 지분까지 서슴없이 내놓았다는 점에서 롯데와 비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89년 사재를 털어 인문·자연과학 발전과 인재 양성을 위한 대림수암장학재단(수암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이름은 창업자인 고 이재준 회장의 아호인 ‘수암’에서 따왔다. 수암재단은 재벌 오너들이 출자한 여타 공익재단과 달랐다. 이들 재단의 경우 재산 대부분이 계열사 주식인 데다, 배당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목적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2011년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웅진재단(웅진그룹)과 남촌재단(GS그룹), 정석학원(한진그룹) 등 12곳은 배당금마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소유의 공익재단을 두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용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암재단은 목적 사업 비용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3년 수암재단은 4억4800만원의 수익 중 95.8%인 4억2900만원을 목적 사업에 사용했다. 지난해에는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을 공익 사업에 지출했다. 수익은 3억4500만원인 데 반해, 목적 사업에 사용한 돈은 총수익의 120.3%인 4억1500만원을 기록했다. 30대 그룹 34개의 공익재단 가운데 1위였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준용 명예회장은) 돈에 대한 개념이 일반인과 다르다”며 “신문을 보다가 어려운 사람 얘기가 나오면 스스럼없이 기부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신이나 가족에게는 엄격하다. 이 회장은 집안의 경조사가 있어도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족끼리 조용히 마치고 나중에 주변에 알리곤 한다. 지난해 말 부인 한경진 여사가 별세했을 때도 신문에 부고조차 내지 않았다. 1999년 3남인 해창씨가 결혼했을 때는 시간과 장소가 빠진 청첩장을 지인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장남 이해욱 부회장 승계 논란은 ‘옥에 티’

대림산업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논란이 ‘옥에 티’다. 대림코퍼레이션은 4월 IT 계열사인 대림아이앤에스와 합병을 단행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다. 주력 계열사인 대림산업의 지분 21.27%도 보유하고 있다. 대림아이앤에스는 이 부회장이 89.69% 지분을 보유한 개인 회사다. 매출 대부분도 대림산업 쪽에서 나왔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은 32.1%에서 52.3%로 높아졌다. 사실상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후계 구도를 굳힌 것이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2008년 비슷한 방법으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1%를 취득했다는 점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물류 계열사인 대림에이치앤엘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이 회사의 매출 대부분도 대림 계열사에서 나왔다. 이 부회장이 이 알짜 자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데 든 비용은 110억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08년 대림코퍼레이션과 합병을 했고, 이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1%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에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아이앤에스가 7년 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합병하면서 이 부회장은 지주회사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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