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 아저씨’, 요즘 괴롭다 괴로워
  • 홍순도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
  • 승인 2015.08.27 11:31
  • 호수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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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터지는 대형 사고로 시진핑 최대 위기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평소 직책보다는 시다다(習大大), 즉 시 아저씨로 불린다. 13억 중국인들에게 과거 그 어느 지도자보다도 친근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인기도 하늘을 찌른다. 인터넷에 그의 캐릭터까지 등장해 인기리에 유포되고 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다.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지도자로 평가받으면서 2023년까지 임기를 채울 것으로 예상된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런 그가 흔들리고 있다. 정권을 본격 출범시킨 지 3년 만에 내우외환으로 민심이 폭발해 그야말로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현실을 보면 실감이 난다. 무엇보다 유독 많은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6월 초 양쯔(揚子) 강에서 악천후로 침몰한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의 불행을 일단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해당 지방 정부 당국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400명 넘는 희생자를 내진 않았을 텐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사회 전반의 안전 불감증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당·정 지도부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8월12일 중국 톈진 항 화학물질 보관업체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최소 114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부상했다. ⓒ Xinhua 연합

8월12일 산시(陝西)성 산양(山陽) 현의 한 광산업체에서 발생한 산사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당국의 안전 감독 소홀이 빚은 인재이기 때문이다. 후속 조치도 부실했다. 구조대의 늑장 출동으로 60여 명이나 되는 매몰자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다.

일반 건축물에서 독극물 취급

급기야 몇 시간 후에는 베이징 인근 도시인 톈진(天津)시의 빈하이(濱海)신구 탕구(唐沽) 항에서 200여 명의 인명이 희생되는 엄청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위성에서도 관측될 정도였으니 사고의 규모는 바로 설명이 된다. 문제는 독극물 창고인 루이하이(瑞海)공사에서 일어난 이 사고 역시 안전 불감증이 부른 대형 참사였다는 점이다. 원래 중국 법에는 면적 550㎡가 넘는 독극물 창고는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이나 주거 지역, 도로, 철로, 수로 등으로부터 1㎞ 이내에서 운영되면 안 된다. 그러나 이 창고는 그렇지 않았다. 면적이 4만6000㎡에 달하는데도 반경 1㎞ 안에 주거 건물, 고속도로, 철로 등이 버젓이 있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반 건축물이었던 창고에서 갑자기 독극물을 취급한 것도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 대책 없이 불법 용도변경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실은 사고 초창기 긴급 투입된 소방관들에게는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 당연히 상황을 잘 몰랐던 소방관들로서는 우선 급한 대로 물을 뿌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는 더 큰 폭발 사고를 야기해 다수의 소방관을 떼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가족들의 원망이 정부로 향하는 것을 탓할 수가 없게 됐다.

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은 죽을 쑤는 중국 경제에서도 엿보인다. 무엇보다 수출이 잘 안돼 현 당·정 지도부가 목표로 잡고 있는 7% 경제 성장이 위태롭기만 하다. 그렇다고 내수가 잘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경기 부양을 하려고 해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현대·기아자동차 중국법인인 북경현대의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K씨가 “지금 그 어느 곳에서도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고 있던 첸황(錢荒·돈맥경화)이라는 말을 실감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톈진 항 폭발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 EPA 연합

주식 폭락으로 개미 투자자 자살 잇따라

이런 와중에 주가도 폭락했다. 절망한 30여 명의 개미 투자자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목숨을 던졌다. 현재로서는 낙관보다는 비관적 전망이 더 힘을 얻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버릴지 모른다. 부진한 수출 부양을 위해 급거 나선 것으로 보이는 위안(元)화의 평가절하는 이런 중국 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잘 말해주는 단적인 증거다.

외교적인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러시아와는 밀월이라고 할 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일본과는 당분간 얼굴 붉힐 일만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는 더욱 그렇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시진핑 X파일’을 가지고 미국으로 도피한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인 링완청(令完成)의 존재가 결정적인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중국은 송환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한때의 맹방이었던 북한과 좀처럼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듯하다.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도 최근의 상황이 위기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 것 같다. 최고 지도자인 자신에게 화살이 향하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열린 중앙정치국 제25차 집단학습 자리에서는 솔직한 입장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는 하지만 ‘봉황열반, 욕화중생(鳳凰涅槃, 浴火重生·봉황이 죽었다 살아나고 불속에 뛰어들어 새 삶을 얻는다)’이라는 고사를 강조했다고 한다. 현재의 어려움을 불속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정면 돌파해 이겨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는 우선 톈진 폭발 사고를 신속하게 수습해 민심을 추스를 것으로 보인다. 책임자들을 전원 혹독하게 의법 처리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현재 루이하이공사의 회장과 부회장, 최대주주 중 한 명인 전 톈진 시 항만공안국 국장의 아들 둥(董) 아무개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내친김에 부패와의 전쟁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에 일어난 사건·사고들에 하나같이 비리와 부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로서는 명분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9월3일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더욱 성대하게 치러야 할 이유도 분명해졌다. 어떻게든 손상이 간 자신과 정부의 권위를 제고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와 중국 정부가 9월2일로 확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을 간절히 원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또 동원 가능한 최첨단 무기들을 열병식에 선보이려고 작정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10월1일의 국경절에 비견될 만한 국가적 행사를 잘 치르면 9월 말 예정된 미국 방문에 기분 좋게 나설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관계에서 정상회담을 할 경우 분위기도 상당한 수준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경제적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그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단언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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