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진상필’을 찾습니다
  • 박명호 |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 승인 2015.09.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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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민생 외치며 총선 놀음에 여념 없는 정치권

어떤 정치인이 좋은 정치인인가. 좋은 정치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이 있을 수 있고 조건이 있을 수 있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좋은 정치인이자 제 역할을 하는 정치인의 조건을 찾는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대표성이다. 극 중에서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법안과 관련한 진상필 의원의 발언이다. “월 100만원 조금 넘는 월급 타서 40만원 내고 고시원 골방 살던 놈인데 이 법안이 통과돼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 해도 그 친구에겐 아무런 이득도, 희망도 줄 수 없다는 거예요. 앞길이 구만리 같은 놈들이 뼈가 빠지게 일하면 늙어서 내 집 한 채는 장만하겠지, 그런 꿈이라도 갖게 해야 합니다. 나는 나처럼 대출은 꿈도 못 꾸는 신용불량자들, 전셋값이 1년 연봉보다 많이 올라서 변두리 알아보러 다니는 사람들, 집 한 채가 가진 거 전부여서 사고팔 생각 자체가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살리는 일 할게요.”

국회의원은 ‘대표성’ ‘공공성’ ‘공감’ 필요

국회의원은 우리 중 일부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정치인이 국민 모두를 대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고 노동자 출신의 진상필 의원은 가난한 사람들을 대표한다. 따라서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 의원이 할 일이다. 이것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진상필 역할이다. 물론 부자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있다. 그래서 국회는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부분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국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되어야 한다.

둘째, 공공성이다. 극 중에서 진상필 의원과 별거 중인 부인은 친정엄마의 돈과 딸의 대학 등록금으로 모아두었던 돈을 모두 투기성 펀드에 투자해 날리게 된다. 해고 노동자의 부인으로서 생계를 책임지고자 식당에서 일하며 힘들게 번 돈이었다. 은행 이자보다 조금 더 벌 수 있기 때문이었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설마 했던 것이다.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자 진 의원의 부인은 남편을 찾아온다. 진 의원의 부인은 남편에게 당신은 국회의원이니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지 않느냐고 울부짖는다.

KBS2 드라마 에서 진상필 의원(정재영 분)이 의정 발언을 위해 단상으로 걸어나가고 있다. ⓒ KBS

이때 국회의원 진상필은 잠시 흔들린다. 사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부인이 투자한 돈은 어찌어찌해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은행장을 만난다. 은행장도 그의 복잡한 마음(?)을 알았는지 기념품이라는 명목으로 진상필 의원에게 돈다발을 안긴다. 만약 진상필 의원이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넘어갔다면, 그게 우리 사회의 관행이지 하며 묵인했다면…. 하지만 국회의원 진상필은 은행장에게 받은 돈을 돌려주고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검사를 요구한다.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 진상필 의원은 자신의 부인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눈물을 흘리며 하게 된다. “내가 마음 같아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 돈, 고기 굽고, 설거지해서 긁어모은 그 피 같은 돈 꼭 찾아주고 싶었는데, 나, 우리 가족만 챙기면 안 되는 사람이더라고. 나, 당신뿐 아니라 당신 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 그 사람들 눈물도 닦아줘야 되는 사람이더라고. 국회의원.”

쉽게 해석하면 공공성은 사익보다 공동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다. 이 경우처럼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사람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대표하는 것이 공공성이다. 돈을 잃은 많은 사람을 제쳐놓고 자신의 부인이 투자한 돈만 돌려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진 의원이 그렇게 행동했다면 그는 정치인으로서 공공성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좋은 정치인이자 제 역할을 다하는 정치인의 세 번째 특징은 공감이다. 국회의원 진상필은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총리 후보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엊그제 누굴 우연히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나한테 그러더라고요. 지금은 불법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게 예전엔 다 관행이었다고. 열심히 살다가 보니까 그렇게 된 거라고. 근데요, 여기 엽서 보면요. 의원님, 저희 아빠는 간이 안 좋아서 얼굴이 갈수록 까매집니다. 제발 야근 좀 안 하는 법 만들어주세요. 엄마가 학원비 때문에 마트 나간 뒤부터 신경질이 많이 늘었어요. 마트 손님들이 좀 친절했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들은 열심히 하지 않아서 이렇게 사는 겁니까? 도대체 뭐가 열심히 사는 겁니까? 법 같은 거 안 어기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 사람들이, 이 애들의 아빠·엄마들이 진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정치인에게 중요한 건 민생 아닌 ‘선거’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여야는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9월4일부터 23일까지 20일간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국감이 9월에 시작되는 것은 내년 총선 준비 때문이란다. 통상 정기 국감은 10월 중 20일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국감을 빨리 끝내고 4월 총선 체제로 전환할 계획인 것이다. 물론 올해 국감만 이런 것은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국감은 대부분 그랬다. 따라서 ‘부실 국감’이 불가피하다. 통상적으로 국감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생각하면 앞으로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감사 자료를 요청하고 관계 기관의 답변서를 받는다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10일 앞당겨진 9월13일 국회에 제출된다. 예산안 심의 일정과 국감 일정이 겹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여야가 ‘부실 국감’ 비판에 따른 개선책으로 국정감사를 상·하반기로 나눠 열기로 합의한 이른바 ‘분리 국감’은 2년째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선거다. 특히 지역 선거구 조정이다. 의원 정수는 3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싶지만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구를 늘려야 하는데 선거제도의 대표성 제고와 지역주의 완화라는 상징적 효과 때문에 명분이 없다. 그래서 사용하는 방법이 시간 끌기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중대선거구제’를 다시 주장했지만, 어떤 제도를 사용하든 이 문제는 이미 결론이 났어야 하는 일이다. 그것도 한참 전에. 선관위에서 개선안을 발표한 것이 지난 2월이고, 국회 정개특위가 구성된 것도 3월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고 가장 우선적으로 결정되었어야 할 선거제도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현상 유지가 불가피하게 된다. 우리를 대표하며 공공성을 지켜 우리와 공감할 수 있는 정치인? 그래서 내년 선거 때 정말 잘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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