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 기피 의혹 일파만파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09.09 16:26
  • 호수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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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보도 후 MBC 등 언론 관심 집중…강용석 변호사도 압박 가세

7월 시사저널 보도<제1345호>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박주신) 병역 기피 의혹의 불씨가 번지고 있다. 이 의혹 보도가 최근 공중파를 타자 서울시는 형사고발 의사를 밝히며 반발했다. 최초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변호사(전 국회의원)는 본격적으로 진실 규명에 나서기로 했고, 시민단체들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MBC는 9월1일 박 시장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이 불거진 과정을 설명하고 시민 1000명으로 구성된 시민단체가 박주신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박 시장 측은 발끈했다. MBC 기자·간부·사장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9월2일 서울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양승오 박사 등)의 왜곡된 주장을 여과 없이 편파적으로 방송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왜곡된 인식을 갖게 하고 박원순 시장과 가족들에게 심각한 상처를 주었다”고 반박했다. 임 부시장은 이어 “MBC는 2013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는 사실은 방송하지 않으면서 같은 고발 사건에 대해서 수사 착수만을 보도했다”면서 “사전에 해당 기자에게 사실을 알렸음에도 편파·왜곡 보도를 하였기 때문에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9월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박원순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 비리 의혹에 관한 MBC 보도에 대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양승오 박사. ⓒ 뉴시스·서울시 제공·연합뉴스

“박주신씨 허리 사진 검증 의뢰”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근골격계 영상의학 전문가)는 박주신씨의 병역 기피 의혹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다 검찰에 의해 기소돼 8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시장 측은 양 박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인 ‘자생한방병원에서 찍고 병무청에 제출한 MRI(자기공명영상)는 20대가 아닌 40대 남성의 것’이라는 양 박사의 주장에 대해 임 부시장은 “검찰이 양 박사를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하게 만든 핵심적인 허위사실”이라며 “강용석 전 의원도 이와 같은 주장을 하다가 2012년 박주신씨가 세브란스병원 MRI 공개 검증을 통해 허위사실로 입증되어 의원직을 사퇴한 바 있다”고 밝혔다.

양 박사는 재판 과정에서 두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박주신씨가 공군 훈련소에서 찍은 허리 사진과 영국 비자 신청용으로 촬영한 것이다. 박주신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사진(자생한방병원에서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보니 동일 인물이 아니라는 게 양 박사의 판독 결과다. 박주신씨가 병역을 피하고자 제3자의 허리 디스크 사진을 병무청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양 박사는 8월 말 대한의사협회에 이 사진들을 보내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검증 결과가 동일 인물로 판명 나면 양 박사는 허위사실 유포자가 되고, 서로 다른 인물로 결론 나면 박주신씨는 병역 비리를 저지른 것이 확인된다. 양 박사의 변론을 맡은 차기환 변호사는 “비전문가가 봐도 동일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사진”이라며 “만일 판독 불가 등 의사의 양심을 버린 검증 결과가 나오면 이 문제를 국제사회로 가지고 나가서 외국 전문가 집단에 의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 부시장은 “재판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증언을 통해 엑스레이 사진만으로는 동일인인지 다른 사람인지를 판독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양 박사 측 주장을 일축했다.

양 박사 측과 박 시장 측의 공방이 첨예한 가운데 한동안 침묵하던 강용석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강 변호사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시장 아들 병역 의혹 재판과 관련해 이제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며 “오늘(9월2일) 법원에서 핵심 증거를 열람 등사할 예정이며 앞으로 공판에도 직접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18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2년 박주신씨가 가짜 MRI를 통해 현역에서 4급 공익 판정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2년 2월22일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진 공개 신체검사에서 동일인의 MRI임이 확인됐다. 강 변호사는 “2012년 신체 검증은 서울시 직원들과 서울시 출입 일부 기자들만 입회해 비밀리에 진행된 비공개 검증”이라며 “의원직을 걸고 진실을 밝히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 시장도 시장직을 걸고 공개 검증에 응해야 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시민단체들도 서울시장 측이 진실 규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박 시장 측의 MBC 보도 관련 고발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법리상 도저히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 논리로 사실 보도를 사명으로 하는 언론사를 상대로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라며 “의사들로 구성된 우리 단체의 의학적 소견도 양 박사의 소견과 대부분에서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엄마부대봉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박주신씨 병역 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는 “박주신씨의 공개 신검을 진행한 세브란스병원이 나서서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 병원이 양심을 속여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MRI 사진이 동일하다고 판독한 것이지 그 인물이 박주신씨라고 검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엑스레이 사진으로 판독 어려워”

이에 대해 양 박사 측은 교묘한 빠져나가기라고 보고 있다. 차 변호사는 “박주신씨의 병역 기피에는 세브란스병원의 도움이 있다고 본다”며 “세브란스병원이 박주신씨 외에 다른 병역 기피를 도와준 정황을 포착하고 추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논란의 핵심에 있는 박주신씨가 공개 검증을 받으면 모든 의혹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 그는 현재 영국에 머무르고 있다. 박주신씨에 대한 고발이 접수됨에 따라 검찰은 사건을 공안2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박주신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기소가 중지될 가능성이 있다. 차 변호사는 “기소가 중지되면 국민소환운동이라도 전개해 반드시 박주신씨를 법정에 세울 것”이라며 “만일 귀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우리가 판사·검사·의사를 대동해 영국으로 찾아가 그곳에서 허리 사진을 찍을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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