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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 생각하고 준비해야”

세계 미래학계의 샛별 자이루스 그루브 교수 인터뷰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5.09.09(Wed) 16:27:11 | 13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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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의 본거지는 현재 하와이에 있다. 하와이 대학 미래학연구센터는 미래학 연구의 몇 안 되는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 시사저널이 2년 전 인터뷰했던 세계 미래학계의 거두 짐 데이토 교수도 이곳에 적(籍)을 두고 있다. 최근 고령의 데이토 교수를 대신할 미래학연구센터의 신임 센터장이 등장했다. 자이루스 그루브 교수다. 우리가 속한 동아시아와 군사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미래학계의 샛별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사실 미래학이란 이름을 처음 들으면 막연할 수밖에 없다. 연구 대상이 오직 ‘시간’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해당되는 모든 분야를 연구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가능할까 싶다. “미래에 대해 각 분야의 사람들은 모두 다른 얘기를 한다. 미래학은 이런 다양한 그룹을 만들어 서로 생각을 교류하고, 이런 환경을 통해 점차 발전해나가는 학문이다.” 그루브 교수 자신도 실제로 이런 식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미래의 모습은 시나리오로 쌓인다. 즉 여러 그룹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시나리오에 넣는 셈이다.

ⓒ 자이루스 그루브 제공

다른 생각의 프레임을 모아 미래를 그리다

1990년대 등장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미래학을 연구하는 데 훌륭한 도구다.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데 모든 그룹이 온라인 상태로 돼 있는 것만큼 좋은 환경은 없다. 어떤 시나리오를 각자 다른 그룹에 전해주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중에는 테러리스트 그룹이 있을 수 있고 해킹 그룹도 있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그들에게 50년 후, 혹은 100년 후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요구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워할 것이라고 그루브 교수는 말한다.

이처럼 미래의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역할이나 지위는 모두 다르다. 누구 하나 “미래는 이거다”라고 단언할 수 없기에 오히려 미래는 한 편의 연극처럼 진행될 수 있다. 그루브 교수의 연구 역시 다양한 지역, 다양한 그룹으로 흩어져 있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진행된다. 그래서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지역적 미래, 유비쿼터스와 사물인터넷이라는 기술적 미래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그루브 교수는 요즘 미래를 공부하는 것에 대해 흥미를 가진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맨 처음 이런 물음을 던진다. “미래학을 공부하려면 어렵지 않나요?” 다방면에 능통해야 할 것 같고, 내공을 쌓는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그는 강조했다. 입장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박사 과정을 밟으며 5년 정도 시간을 쏟는 사람도 있지만, 주말에 열리는 미래학 프로그램에 참가해 필요한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짧은 프로그램으로도 미래학 공부는 가능하다. 특히 전문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생각의 틀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된다. IT 전문가에게 정치적 화두를 던지는 식이다. “인터넷 보안 부분의 민주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죠?” 혹은 “각종 이슈를 결정할 때 어떻게 더 많은 사람을 참여하게 할 수 있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던지는 서로 다른 생각의 틀은 훌륭한 학습 주제다. 그루브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만 놓고 봐도 수많은 방법론이 있다”며 “기후학을 공부하는 사람, 자연재해를 다루는 사람, 정부를 위해 일하는 사람,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던지는 생각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미래학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적용되고 있을까. 미래학은 50년 후, 혹은 100년 후의 기후변화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등 정책적으로 디자인해야 할 부분들을 포함하고 있다. 핀란드처럼 미래학이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곳도 있다. 핀란드의 정치인들은 미래학에 관심이 많다. 항상 다른 생각의 틀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는 아직까지 미래학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도 걸음마 그룹에 포함된다. 그루브 교수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미래학의 영역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동안은 겉핥기 식으로 체크하는 정도에 불과했는데, 최근 들어 조금 더 먼 미래의 문제들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실 정치의 문제가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50년 후를 위해 잘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대중은 당장 6개월 후의 문제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짧은 미래만을 강조하는 현실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루브 교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질문은 해답을 얻기 위한 게 아니다. 오히려 미래를 준비하지 않을 때 생기는 사회적 비용에 주목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노동’은 미래와 매우 밀접하다. 산업혁명으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듯 역사적인 변혁과 노동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미래학은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로봇의 등장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렇다. “47%의 사람들이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지금은 식당이나 가게, 호텔 등에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이런 분야는 가장 혼란에 빠지기 쉬운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예측조차 없었을 때 막상 미래가 현실이 되면 어떤 혼란이 올지는 불을 보듯 빤하다.

한국의 집약된 역사에도 관심 많아

그루브 교수는 한국의 미래에도 관심이 많았다. 한국의 집약된 역사가 자신의 구미를 당겼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은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 걸린 시간 자체가 극명하게 다르다. 미국이 100년 걸렸던 일을 한국은 단기간에 이뤄냈다.” 북한이라는 존재도 그에게는 주요 관심사다. 최근 그루브 교수가 있는 하와이 대학 미래학연구센터에 한국 기자들이 방문했고, 그들과 북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루브 교수는 우리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사람들은 위기에 직면하고, 갑자기 두려워지면 잘못된 선택을 한다. 그래서 미래를 위한 대안 중 하나는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인이나 학자들에게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붕괴하거나, 혹은 북한으로 남한 사람들이 이주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미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는 얼마나 연구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하와이 현지 인터뷰 : 강장묵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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