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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비밀] 제대로 평가는 받고 계신가요?

인사평가의 방법이 아니라 평가의 본질을 고민해야

구병철│Mercer Korea 팀장 ㅣ . | 승인 2015.09.09(Wed) 16:51:08 | 13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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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시즌이 막바지다. 우리가 아는 야구 성적표는 참 단순명료하다. 1등부터 10등까지 승률에 따라 줄 서고, 개인은 타율이나 홈런 수, 방어율이나 승수로 줄 선다. 여기까지는 상대평가다.

반면 선수들 연봉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팀 내 고과는 절대평가 성격이 짙다. 개인별 목표나 달성 여부에 따라 처우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투수의 경우 단순히 방어율 외에 안정감을 나타내주는 지표인 WHIP(이닝당 몇 명의 주자를 내보내는지)를 살펴보기도 한다. 팀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보기 위해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처럼 더 정교하게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선수들이 무턱대고 불평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 일러스트 김세중

성적표가 나오면 이제 내년 목표를 세운다. 팀 목표는 과거 순위나 선수들 능력을 보고 정한다. 올해 8위 팀의 내년 목표가 우승일 수는 없다. 선수 개인 목표도 마찬가지다. 시즌을 앞두고는 직전 해 선수들의 특성에 따라 맞춤 훈련이 시작된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면 선수들은 자신의 상태를 코치진과 상의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 땀방울을 흘린다.

야구팀의 1년은 이렇게 돌아간다. 현 상태를 감안해 적정한 수준의 목표를 세우고 팀과 개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중 코칭과 훈련을 반복한다. 기록에 근거한 합리적인 평가와 내년에 더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명확한 보상이 뒤따른다. 이것은 일반 기업에서 흔히 말하는 ‘성과 관리’(Performance Management) 또는 ‘인사평가 시스템’이 추구해야 할 본질이다.

포춘 500대 기업의 70% “상대평가 바꾼다”

프로야구팀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성과 관리나 인사평가 시스템은 회사 내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경영진은 인사평가 결과가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구성원은 평가제도가 너무 복잡하거나 어려워 결과를 믿지 못한다고 여긴다. 인사팀은 평가제도가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위아래에서 받아야 한다. 평가 시트는 복잡하고 쓸 게 많다. 승진을 앞둔 사람에게는 좋은 평가를 줘야 하고, 강제로 서열을 매겨야 하는 상대평가 탓에 누군가는 꼭 C나 D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자기가 받은 평가의 결과나 이유조차 잘 알려주지 않는다.

겪어보니 대다수 직장인은 자기 업무가 회사의 성과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관리자들도 이상적인 방식의 성과 관리를 받아본 적이 드물다. 경험이 없으니 부하 직원들에게 정확하게 피드백을 주고 싶어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성과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시점이 되면 우리네 기업들은 몇 가지 눈에 띄거나 적용하기 쉬운 것들만 도입했다. 앞뒤 자르고 ‘도전적인 목표’나 ‘평가 차등’만 돌아간다. 일부러 그렇게 했을 리야 없지만 피해를 주로 직원들이 받다 보니 평가 결과의 인사 반영은 축소되고 “인사평가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푸념만 커진다.

김 대리가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단지 평가 결과가 좋다고 평가를 잘 받는 것은 아니다. 내년의 결과가 더 좋을 수 있도록 충분히 알려주고 도와주는 것이 평가를 ‘잘 받는 것’이다.

회사가 성과 관리를 하는 이유는 성과를 올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연중 지속적으로 관리해야만 평가 시스템의 의미가 살아난다. 과정이야 어쨌건 연말에 평가 등급이 정해진 비율대로 나오면 끝이 아니라 연 1회 직원들이 받는 성적표가 회사의 성과와 개인의 성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시즌 중에 타자들에게 아무런 훈련도 시키지 않고 성적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 조정 경기에서 한배를 탄 선수들에게 1등부터 10등까지 성적을 매기는 것은 모두 난센스다.

국내 기업들에 ‘3단계 상대평가’의 신화처럼 여겨졌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최근 연 1회 시행했던 개인별 상대평가를 폐지했다. 대신 월·분기별 단기 목표를 제시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수시로 피드백한다. 상시 성과 관리 체계로 바꾼 셈인데 서면이나 면담, 애플리케이션이 소통 수단으로 이용된다. 단기 목표의 달성도나 성과 향상도는 절대평가로 매기고 서열을 구분하지 않는다.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70% 역시 GE처럼 상대평가를 폐지했거나 앞으로 완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연말에 복잡한 평가 시트만 채우면 끝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네 관리자들에게는 차라리 평가 시트를 간소화해주고 연중 수시로 소통하고 코칭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성과 관리이자 평가일 수 있다. 평가 등급도 꼭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등급 없이도 인사 관리는 가능하다. 그리고 평가 시스템에 불만이 제기되다 보니 기업의 리더들이 막상 중요한 인사 결정을 할 때 평가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래저래 효과도 없는 등급 평가를 없애고 평가의 본질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평가는 주는 대로가 아니라 잘 ‘챙겨’ 받는 것

물론 김 대리도 할 일이 있다. 일견 불합리해 보이는 평가제도만 탓하거나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만 그릴 게 아니라 그 과정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묻고 배우는 것은 부하 직원의 옵션이 아니라 특권이다. 자신의 역량을 관리자가 어떻게 볼지 걱정하는 것보다 낫다.

그리고 성과 관리나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데이터다. 요즘은 관리자가 직원의 특이 사항들을 기록했다가 연말 평가 때 근거로 제시하도록 권장하는데 이 방식은 직원들 입장에서도 쓰임새가 같다. 오히려 평소 하던 대로 이번에 A 받을 사람을 정해놓고 김 대리에게는 B를 주려다가 막상 김 대리가 자신의 실적을 차곡차곡 제시할 때 당황하는 관리자가 많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는지에 관한 피드백을 꼭 들어야 한다. 그 피드백이 내년 목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하자. 평가는 주는 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잘 챙겨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인사평가에 대한 불만은 지난 수십 년간 늘 나왔던 이야기인데도 본질은 지금까지 크게 바뀐 게 없다. 평가 시트와 목표가 점점 복잡하고 많아진 것이 변화라면 변화랄까. 하지만 정교하게 만든다고 모든 게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한테는 안 맞아서’ ‘해본 적이 없어서’로 항상 피하기만 해서는 답이 없다. 예전처럼 때가 되면 승진하고 다 같이 비슷하게 대우받던 시대가 더 이상 아니지 않나. 다들 평가는 잘 받고 계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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