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박삼구 회장과 금호산업 채권단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09.11 14:10
  • 호수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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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채권단 전체 회의 열려···75% 찬성해야 매각
박삼구 금호아니아나그룹 회장

어떻게든 사야한다는 박삼구 금호아니아나그룹 회장과 어찌됐든 올해 안에 팔아야 한다는 금호산업 채권단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박 회장은 자금 마련이 걱정이고 채권단은 매각 희망가에 못 미치는 박 회장 제안이 난감하다.

지난 9일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희망가로 7047억원을 제시했다. 최초 제시한 6503억원에 544억원을 더 얹었다. 우선매수청구권 50%+1주(1753만8536주)를 주당 4만179원에 사들이는 조건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제시한 7935억원에는 888억원 부족하다.

박 회장 측 제안을 수용할 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채권단은 오늘 전체 회의를 연다. 55개사로 이뤄진 채권단은 논의한 뒤 서면을 통해 찬반 여부를 가린다. 의결권 75%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 매각이 승인된다. 결과는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후에 나온다.

◇받아 들여도 고민, 거절해도 걱정인 채권단

55개사로 이뤄진 채권단은 고민이 깊어졌다. 애초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에 주당 5만9000원인 1조213억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였다. 이는 본전에 가까운 금액으로 2010년 금호그룹 붕괴 시 박 회장으로부터 출자전환한 주식 가격 6만원에 근접한 금액이었다.

박 회장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주당 4만179원 총 7047억원은 채권단이 한껏 양보한 매각가 7935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지분율이 제일 높은(8.55%)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한 채권단은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

채권단은 국민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채권단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재벌 총수 박 회장 제안에 맞춰준다면 일종의 특혜로 보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거절하기도 난감하다. 매각이 길어지면 기업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불안정한 경영 상황 탓에 금호산업 주주와 채권단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 채권단이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비난이 일 수 있다.

채권단이 박 회장 제시 금액을 받아들일려면 명분이 필요한데 호반건설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박 회장과 협상하기 이전 본입찰을 진행했지만 호반건설만 유일하게 입찰해 유찰된 바 있다. 호반건설 외에 금호산업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없기 때문에 박 회장의 제시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다. 더욱이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은 박 회장 제시액보다 적다.

◇박삼구 회장은 인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까

큰 변수가 없다면 채권단이 박 회장이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금호산업을 연내 매각하는 것에 중점을 둔 만큼 매각안이 이날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각이 승인 된다면 공은 박 회장에 돌아간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융통 가능한 금액을 1500억원에서 2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최종 제시가 7047억원에서 개인 융통금액을 제하고 나면 최대 5500억원이 남는다. 결국 박 회장은 5500억원을 어떻게 끌어올지 고민해야 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금호고속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고속 지분 100%를 광주일고 동문이 운용하는 칸서스자산운용에 3000억원 수준으로 팔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달 12일 칸서스KHB라는 사모펀드(PEF)를 금융감독원에 등록해 이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남은 2500억원은 또 다른 재무적투자자(FI)나 사모펀드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또  일각에선 인맥으로 이어진 대상그룹과 롯데그룹이 박삼구 회장을 지원해 자금력을 보탤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 회장은 2008년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 이들을 전략적 투자자로 끌어들인 바 있다.

하지만 금호고속 매각이 쉽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고속 매각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며 “아직까지 금호산업은 채권단에 속해있기 때문에 자회사·손자회사 매각은 안 된다고 박 회장 측에 여러 차례 얘기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2010년 이후 잃었던 그룹 경영권을 되찾는다. 박 회장은 보유 중인 금호산업 주식 9.92%에 채권단 보유 지분(50%+1주)을 더하게 되면 60%에 육박하는 금호산업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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