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별도 보상위 통해 피해자에게 보상 신청 권유
  • 김지영 민보름 기자 (kjy@sisabiz.com)
  • 승인 2015.09.15 19:45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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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위 이달말 조정안 발표 예정… “삼성 입맛대로 처리할 심산”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단체가 15일 오후 1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삼성의 일방적 보상 추진을 성토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 = 김지영 기자

“당신은 보상위원회 보상 대상자입니다. 신청하시겠습니까?”

경상북도 영덕군에 사는 윤모씨는 며칠 전 갑작스런 전화를 받았다. 삼성이 꾸리는 직업병보상위원회의 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이었다. 윤씨 딸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근무하다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 걸려 2003년 병사했다. 또 다른 삼성 직업병 피해자는 퇴직 전 함께 일했던 동료로부터 보상위원회에 보상을 신청하라고 권유 받았다.

15일 오후1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삼성그룹 사옥 앞에서 범노동인권시민단체와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삼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삼성 측이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무시하고 피해자들에게 개별 연락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 삼성이 보상위원회를 독자적으로 구성한 진의에 대해서도 따졌다.

삼성이 보상 문제를 졸속 처리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지난 3일 보상위원회를 구성했다. 시민단체나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와 합의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었다.

삼성이 보상위 구성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해자 참여를 독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애정 가대위 간사는 “보상위원회 굳히기를 빨리하려고 연락 가능한 사람부터 작업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 사이에선 삼성이 자기 식으로 보상 이슈를 끌고 가고자 서둘러 보상위원회를 구성하고 보상을 마무리하려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정위원회는 삼성 뿐 아니라 피해자 단체인 반올림과 가대위 의견까지 아우르는 독립기구이다보니 삼성이 맘대로 주도하기 어려운 처지다.

조정위원회는 삼성과 피해자 가족 단체들 사이에서 사과,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보상 방안을 중재하고 있다. 지난 1월 9일 삼성, 반올림, 가대위가 조정위에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이를 취합해 지난 7월 조정위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삼성과 피해자 단체들은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혔고 조정위는 이달 말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 와중에 삼성이 보상위원회를 따로 구성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시민단체는 보상위원회를 결국 삼성이 원하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고 지적한다. 이승훈 시민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성명서에서 “(삼성은) 사회적 대화를 약속해놓고 이제와 자기 멋대로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조정위원회 권고안대로 투명한 독립법인을 만들어야 보상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재발방지 대책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일부에선 우리 단체 사람들이 한자리씩 차지하려고 법인 세우라고 주장한다고 한다”면서 “우리는 보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제3의 기구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3일보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보상 기준과 방식을 발표한 바있다. 그밖에 다른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일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조정위 권고안을 기초로 보상안의 세부 항목을 검토해 보상기준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한 바있다.    

삼성과 반올림, 가대위는 다음달 2일 조정위원회와 교섭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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