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직원 작품 구입하느라 8800만원 지출
  • 김병윤 기자 (yoon@sisabiz.com)
  • 승인 2015.09.16 08:26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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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원 작품 21점 사기도...감정가 3분의 1에 불과
한국은행 전경 / 사진 = 이종현 시사저널 기자

한국은행이 세금으로 조성된 미술품 구입 예산을 들여 임직원 작품을 비싸게 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품 구입 가격도 감정가보다 턱없이 높았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은행 소장 미술품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은 보유 미술품 1031점 중 임직원에게 사들이거나 기증 받은 작품은 55점이다.

한은은 18점은 무상 기증 받았다. 해당 작품은 취득가액이 없거나 1000원에 불과했다. 조순 전 총재가 기증한 서예 작품은 감정가가 수백 만원대로 올랐다.

나머지 37점은 취득가가 수십 만원에서 900만원이었다. 한은은 37점 사들이는데 8800만원을 지출했다. 감정가는 취득가보다 크게 떨어졌다. 취득가 900만원인 동양화 한 점의 감정가는 100만원에 불과했다. 250만원에 산 동양화 한 점의 감정가는 10만원으로 떨어졌다. 37점 감정가 총액(2012년 기준)은 2870만원으로 취득가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했다.

특정 직원의 작품을 집중 매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내부 문서 관리 업무 담당자 작품만 21점 사들였다. 한은 소장품 중 모든 작가를 통틀어 가장 많다.

이 직원은 한국화 중견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은이 해당 직원 작품 구입에 5300여만원을 지출했다. 이 작품들 감정가는 1360만원에 불과하다.

한은은 지난해말 내부 미술 동호회 지도강사이자 직원의 병풍 작품을 800만원 주고 구입했다. 최근까지 미술품 구입에 예산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품 관리체계 강화로 2011년부터 신규 구입·관리 업무는 정부미술은행(국립연대미술관)으로 일원화됐다. 이로 인해 정부 부처는 미술을 구입할 때 엄격한 평가와 심사를 거쳐야 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정부 부처의 미술품 구매 체계가 한은에 적용됐다면 내부 직원의 다수 작품을 비싼 값에 사들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1950년부터  미술계를 지원하고자 한은, 산업은행 등 국책 은행에 미술작품을 매입하게 했다.

박원석 의원은 "중앙은행이 직원 작품을 고가에 사 손해를 보는 건 유례를 찾기 힘든 한심한 행태"라며 "국정 감사에서 매입 경위와 책임을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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