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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군 ‘돈줄’ 빼앗아 내각에 쥐여줘

경제 관료 3명 이례적으로 정치국 비서에 포진시킨 김정은의 의도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연구실장 ㅣ . | 승인 2015.09.16(Wed) 19:17:14 | 13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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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고 정책결정기관으로 당·정·군 수뇌들이 모인 노동당 정치국에 최근 경제·기술 관료들이 포진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2013년 3월 ‘핵·경제 병진 노선’ 수립과 함께 박봉주 내각 총리를 경제 관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정치국 위원에 임명한 바 있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곽범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과 오수용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을 차례로 정치국 위원 자리에 앉혔다. 정치국 위원에 경제 관료 3명이 들어간 것은 김일성이 1994년 사망 직전 제3차 7개년 계획을 진행하면서 강성산 총리와 리종옥 경제담당 부주석, 한성룡 경제담당 비서 등 3인 체제를 만든 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은 당의 노선과 정책, 주요 인사 등을 결정하는 권력기구로, 노동당 제1비서를 겸하고 있는 김정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상무위원 3명과 각 분야 위원 12명 등 총 15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15인이 사실상 북한의 권력 서열 상위에 포진해 정권을 이끌어가고 있다. 2013년 이전까지 정치국은 당·군의 고위 간부 등 정치적 인물로만 채워졌다. 이는 주요 경제정책마저도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에 따라 결정되어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의 박봉주 내각 총리(가운데)가 2013년 6월23일 단천마그네샤공장, 단천제련소, 단천항 사업을 현지에서 요해(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경제 사업 모든 문제 내각에 집중시켜라”

정치국에 경제 관료 출신 3명이 포진하게 된 것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변화한 경제 관료 우대 정책의 상징으로 읽힌다. 경제 재건을 위해 정치권력을 일정 부분 약화시키고, 경제권력을 강화시킨 것으로, 김정은의 개혁 의지가 상당 수준임을 보여준다. 당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당이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하면, 내각은 이를 집행만 해왔다. 내각 각료들은 권한이 없다 보니, 경제정책을 경제논리에 따라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했다. 심지어 대다수 경제 간부는 전향적인 정책 건의를 내놓는 것을 꺼렸다. 군부로부터 ‘자본주의적 개방파’로 몰려 자칫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제 관료 3명의 정치국 입성으로 이제 내각이 경제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권한을 모두 갖게 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김정은 집권과 장성택 처형 이후 당과 군 등의 외화벌이 기관들이 대폭 축소돼 내각으로 이관된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정은은 경제 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우선 ‘국가의 계획적이며 통일적인 지도’를 내세우면서 경제 사업을 내각이 확고하게 책임지도록 했다. 그는 2012년 4월6일 담화에서 “인민 생활 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하여서는 경제 사업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의 통일적인 지휘에 따라 풀어나가는 규율과 질서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며 ‘내각책임제(내각중심제)’를 강조했다. 그런 다음 각급 당위원회가 내각책임제 강화에 지장을 주는 현상들과 투쟁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 그동안 당과 군이 대외 무역을 통해 얻은 수익을 독자적으로 운영해왔던 관행에서 탈피해 국가 재정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경제사령부’로서 경제 운영에 내각책임제를 확고하게 정착시킨다는 구상이다. 내각 총리가 독자적으로 경제 현장에 대한 현지 요해(了解:파악)를 다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구상의 일환이었다.

이번에 정치국 위원에 선임된 박봉주·곽범기·오수용 등 3인은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주역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박봉주는 2003년 9월 내각 총리에 올라 ‘경제 개혁’을 진두지휘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총리에 임명된 후 내각 상무조를 설치해 가족영농제 도입, 기업 경영 자율화, 당의 노력동원 금지, 도매시장 등 유통 구조 구축, 상업·무역 은행 신설 등 파격적인 경제 개혁안을 입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의 지시로 경제 개혁을 위한 ‘상무조’(TF팀)를 구성해 선군경제 노선을 계승하면서도 ‘세계적 추세’에 맞게 대외 개방을 하고, 지식경제 시대에 맞는 경제 관리 체계를 수립하기도 했다. 곽범기 당비서도 김일성종합대 출신으로 내각 부총리, 당 중앙위원회 위원, 당 계획재정부 부장,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회 위원장,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으며 대표적인 경제 관료로 꼽힌다.

곽범기, 오수용

오수용, ‘김정은 경제’의 최측근으로 급부상

낯설지만 주목할 인물은 오수용이다. 그는 김정은의 경제 현장 현지지도에 거의 빠지지 않고 동행할 정도로 경제 분야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김책공대 출신으로 첨단 산업을 이끌어가는 전자공업상을 지냈고, 내각 부총리에도 오른 정통 기술 관료다. 그는 사실상 김정은이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은 경제 전반에 대한 기술 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컴퓨터 등 정보기술 관련 전자·전기제품의 생산 확대에 주력해왔다. 북한 내각의 전자공업성은 경제 부문 전반을 현대적인 기술로 재건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오수용의 역할과 기여가 높게 평가를 받은 듯하다. 북한은 지난 1999년 11월24일 전자공학 분야의 효율적인 강화 발전을 위해 전자공업성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과학 중시 노선을 국가지표로 내세우는 등 정보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이 북의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비서를 올 들어 처음으로 정치국 위원에 임명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양건은 대남 정책을 담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가개발은행 설립, 금강산·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 사업에 깊이 관여해왔기 때문에 넓은 범주로 보면 경제 분야에 상당한 식견이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정은이 선군경제 노선을 계승하면서도 ‘세계적 추세’에 맞게 대외 개방을 하고, 지식경제 시대에 맞는 경제 관리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경제·기술 관료의 추가적인 정치국 진입도 점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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