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호 참사 현장에 ‘국민안전’은 없었다
  • 안성모·이승욱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9.16 19:18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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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후속 대책 ‘무용지물’ 논란…“해경 해체한다더니 안전까지 해체했나”

달라진 게 없었다.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졌다.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넘게 지났지만 해상 안전에는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정부가 내놓은 안전 대책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던 국민안전처는 이름값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초기 대응 부실과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고질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9월5일 제주 추자도 주변 해역에서 전복된 낚싯배 돌고래호는 지난 한 해 동안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의 악몽을 되살리게 한다. 9월11일 현재 승선 인원 21명 가운데 1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7명은 실종 상태다. 언제까지 대형 참사에 무기력해야 하는지 돌고래호 전복 사고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다.

9월7일 해양경찰구조대원 등이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낚시어선 돌고래호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19일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국민안전처를 신설해서 재난 대응 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책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적 재난 관리를 위한 재난안전 총괄기관’으로 지난해 11월19일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안전행정부의 안전 관련 부서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이 합쳐져 구성원 1만명의 거대 조직이 됐다.

입출항 관리 해경에서 민간 대행으로

하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국민안전처의 모습은 ‘효율’이나 ‘총괄’과는 거리가 멀다. 당장 해양경찰청에서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이름이 바뀐 해경의 기능이 효율적인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세월호 침몰 사고 후 해경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은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머리를 숙여야 했다.

조직 내부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해경에게만 떠넘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해경은 ‘해체’ 수순을 밟는 수모를 겪었다. 수사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해양 안전 업무를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 소속 외청에서 국민안전처 내 본부로 자리 이동을 했다.

이렇게 새 간판을 단 해경의 해양 안전 업무는 정말 강화됐을까. 이번 돌고래호 전복 사고를 통해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그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안전처 내에서 해경이 갖는 위상과 역할이 아직도 정립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돌고래호의 당초 출항지였던 해남 남성항의 입출항 관리를 해경이 아닌 민간이 대행하게 된 것도 국민안전처 신설 이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남성항을 관할하는 완도 해양경비안전서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장출장소가 순찰형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남성항에 있던 북평출장소가 땅끝안전센터로 통폐합됐다.

다시 고개 숙인 해경. 성기주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수사본부장이 9월7일 전남 해남읍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돌고래호 사고 연고자 대기소를 찾아 실종·사망자 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지난해 4월30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진도군청에서 열린 범정부사고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 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인력·장비 확충 없이 덩치만 키운 꼴”

유 의원은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현장의 즉각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현장 인력과 장비 확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국민안전처 본부 덩치만 커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해경 내부에서도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조직은 축소되고 인력은 줄었는데 책임만 지라고 한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2014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 국민안전처에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전국 어디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육상에서는 30분, 해상에서는 1시간 이내에 특수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돌고래호 전복 사고 생존자가 구조된 건 사고 발생 후 11시간 만이었다. 또 생존자를 구출한 건 사고 현장 부근을 지나가던 어민 부부였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해경은 또 한번 머리를 숙여야 했다. “해경을 해체한다더니 안전까지 해체했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경은 9월10일 생일을 맞았다. 지난해까지는 ‘해양경찰의 날’이었는데 올해부터는 ‘해양경비안전의 날’이 됐다. 당초 9월14일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100여 명의 내빈을 초청해 기념식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기념식은 전격 취소됐다. 2011~13년 기념식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해경의 노고를 치하했다. 실종자 수색에 전념하기 위해 기념식을 취소했지만, 한편으로는 해경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해경은 대형 해상 사고가 터질 때마다 동네북 신세가 되고는 했다. 해양경찰이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이름이 바뀌고 해양수산부에서 국민안전처로 소속이 달라졌다고 해서 변한 건 없다. 해경이 보유한 함정 305척 중 20.3%인 62척이 내구연한을 초과했다. 5척 중 1척이 노후 함정인 셈이다. 함정 유형별로는 경비함정이 181척 중 17척, 특수함정이 124척 중 45척이 내구연한을 초과했다. 내구연한이 도래한 함정의 경우 피로강도 및 선체검사 등 안전도 검사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안전진단을 받은 함정은 1척에 불과하며, 올해 들어 5척에 대해 추가 안전진단을 실시 중이다. 함정에서 근무하는 해경 인력도 정원에 비해 7.7% 부족하다. 육상부서의 경우 현재 인원이 정원보다 9.7% 많은 것과 대비된다. 함정 인력은 바다 위에서 근무하며 경비·단속·구조·후송 업무에 투입된다. 함정 교체와 현장 인력 확보는 해경의 숙원 사업이다. 국민안전처가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인력 재편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국민안전처가 재난 관리의 총괄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세월호 참사 때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혼선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담화 이후 재난 컨트롤타워는 국민안전처로 이관됐다. 하지만 황교안 총리가 돌고래호 전복 사고 직후 실종자 수색을 독려하기 위해 찾은 곳은 국민안전처가 아닌 해양수산부였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9월6일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 마련된 돌고래호 전복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방문했다. ⓒ 연합뉴스

재난 컨트롤타워 혼선 여전해

황 총리는 이 자리에서 “실종자를 찾아내고 구조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촌각을 다투는 일이니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안전처가 출범하기 전이라면 해경이 소속된 해양수산부를 먼저 찾는 게 맞을 수 있지만, 재난관리를 총괄하겠다며 국민안전처를 신설해 해경을 흡수한 상황에서 이 같은 행보는 생뚱맞아 보인다. “돌고래호 참사 현장에 ‘국민안전’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말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실종·사망자 가족들 사이에서 “정부 부처 간에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9월10일 제주항에서 도착한 최영태 실종·사망자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유가족들이 현장으로 간다는데 담당 부처 공무원들은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며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사망자들의 시신이 해남에 도착했을 때도 몇 시간 후에나 유가족들에게 알려줬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돌고래호 전복 사고가 발생하자 국민안전처와 해양수산부는 승선 확인 문제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국민안전처는 낚시 어선은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의해 해양수산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해양수산부는 여객선 승선 확인은 해경 업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관련법에 허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재난 상황에서 이 같은 모습은 책임 회피로 비칠 수밖에 없다.

‘2015 국민안전처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안전처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36.3%로 ‘호감을 갖고 있다’는 응답(19.1%)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신뢰도 질문에서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11.3%에 불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안전처에서 수행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국민은 8.4%에 그쳤는가 하면, 국민안전처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한 국민도 28.4%나 됐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설 부처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라면 좀 더 국민 가까이 다가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국민안전처가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정부 불신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군 레이더 결함 해상작전헬기 도입 강행’ 관련 반론보도문 

본지는 2015년 8월4일자 14~17쪽 ‘해군, 레이더 결함 해상작전헬기 도입 강행’ 제하의 기사에서 “해상작전헬기의 필수 기능이자 작전 요구 성능에 해당하는 3개 레이더 기능에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헬기 인수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해상작전헬기 사업과 관련해 해군이 사업의 주관 기관인 방위사업청에 전력 공백 방지 등을 위해 ‘일부 기능이 없는 레이더를 탑재한 해상작전헬기를 우선 인수받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낸 사실이 전혀 없으며, 시사저널에서 인용한 방위사업청의 내부 질의 자료는 방위사업청 해상항공기사업팀이 향후 예상되는 공정 지연 등의 상황에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소요군이 전제조건으로 동의’할 경우라는 단서 조항을 명시해 방위사업청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로 자체 문의한 사항이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방위사업청에서는 작은 표적 모드(STM), 탐색 구조 응답기(SART), 난기류 모드(TURB)의 3개 레이더 기능은 작전 요구 성능(ROC)에 해당되지 않는 사항으로 해상작전헬기 사업과정에서 업체 제안서 및 계약서에 포함된 사항이고,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규정과 절차에 따라 해상작전헬기 도입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낚시 여행객을 태운 낚싯배 돌고래호의 전복 사고로 인해 어선 사고의 심각성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 의원(인천 남동 갑·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7월 현재)까지 해상에서 발생한 해난사고는 총 7258건이며 이 중 어선에 의한 사고가 4733건으로, 전체 해난사고의 66%를 차지했다. 어선 다음으로 많은 해난사고 비중을 차지한 선박 종류는 레저선박으로 848건이었고, 이어 작업선 등 기타 선박 538건, 예부선(바지선) 429건, 화물선 369건 순으로 나타났다.

해난사고 중 어선에 의한 사고로 인한 피해자 수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제외하면, 최근 5년간 어선 조난에 의한 사망·실종자 수가 343명으로 전체 사망·실종자의 73%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어선 해난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145명으로, 전년(42명)에 비해 무려 3.4배나 증가한 수준이었다. 박남춘 의원은 “대부분 영세한 어민들이 운용하는 어선은 선박이 노후화되고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고 출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국가 차원의 안전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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