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앞에 ‘갤럭시’ 붙인다고 제품 이미지 좋아질까
  • 윤성옥 |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
  • 승인 2015.09.16 19:45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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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광고’ 논란으로 뜨거운 방송가와 정치권 “인기 예능 프로보다 공익성 다큐 프로에 적용해야”

‘제목광고’ 허용 문제로 방송가는 물론 국회 국정감사장까지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제목광고란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의 명칭이나 로고, 상품명 등을 붙일 수 있는 광고 형식이다. 지난 8월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목광고를 허용하는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내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방송의 상업화가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며 협찬고지 규칙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목광고가 허용되면 <갤럭시 S6로 보는 무한도전>

<하나투어와 함께 하는 1박 2일>, <나이키 신고 달리는 런닝맨> 등의 프로그램 제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제목광고가 허용되면 프로그램에 대기업이 간섭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게 된다면서 국민의 시청 주권을 위해서라도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에도 간접광고·가상광고 등으로 시청 흐름을 방해하는데 제목광고까지 허용되면 방송의 광고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제목광고, 기업 이미지 오히려 해칠 수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제목광고는 논란을 빚었다. 광고주나 방송사는 제목광고를 선호하겠지만, 프로그램 제작 당사자인 PD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제목광고는 협찬고지 형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송 광고보다 투명성이 떨어지고 방송의 상업화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방송법상 협찬고지는 시사·보도·논평 및 시사토론 등 일부 프로그램을 빼놓고는 허용하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 행사와 스포츠 경기 등에서는 이미 제목광고도 협찬고지의 형태로 도입되어 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시청자는 거의 없다. 협찬고지의 세부 기준과 방법을 규정하는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제6조에서는 협찬주명의 프로그램 제목을 금지하되, 문화예술·스포츠 행사(중계 및 관련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예외로 허용해주고 있다.

결국 방송법에서는 협찬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시행령과 규칙을 통해 프로그램 장르와 형식을 규제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현행 규칙에서 문화예술·스포츠와 같은 일부 프로그램에서만 허용하던 제목광고를 이번 규칙 개정안에서는 시사보도 및 어린이 시청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프로그램에 허용하도록 확대해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과연 <동원참치로 삼시세끼>, <디오스 냉장고를 부탁해>, <SKT와 함께 하는 히든싱어> 등과 같은 원색적인 제목광고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만약 그런 식으로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고지가 이루어진다면 시청 흐름 방해나 짜증 유발로 기업 이미지에도 오히려 손해일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즉 제목광고가 기업들이 마냥 선호하는 광고 방식으로 자리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존 광고 형식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건 사실이다. 과거 지상파방송 독과점 시대와 달리 오늘날 케이블·위성·IPTV·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가 도입되면서 미디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채널이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했을지는 몰라도 방송사들의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상파 시청 점유율은 2000년 28.9%에서 2015년 17.9%로, 광고 매출 점유율은 2002년 86.3%에서 2012년 61.1%로 하락했다.

2040세대의 고정형 TV 시청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들은 점차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자유롭게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시청 행태의 변화는 광고주들에게는 TV 광고의 매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게다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광고를 건너뛰고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2000년 MBC 드라마 <허준> 시청률은 64.8%였지만, 요즘에는 드라마 시청률이 10%만 넘어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정형 TV 시청이 감소하고 시청층이 세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2년 드라마 주연배우들의 출연료는 600만~700만원에서 책정됐지만, 지금은 억 단위의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이 나타나고 있다. 1980년 컬러TV가 도입되면서 적용된 2500원의 수신료는 34년간 동결된 상태다.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정치적 이유 등으로 번번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중간광고 개선도 마찬가지다. 세계 보편적인 광고 형식이지만 국내 지상파방송만 아직도 중간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칸막이식 광고 규제를 총량제로 개선하자는 광고총량제 도입에서도 경험했지만 경쟁 사업자들의 반발, 시민단체의 우려 등으로 광고 규제 완화를 실행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할 여지가 좁아지다보니 결국 제목광고와 같은 편법적인 광고 규제 완화 정책이 대두되는 것이다.

영국 BBC도 협찬주와 함께 캠페인 운용해

2010년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은 지금까지도 보기 드문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9개월의 사전조사, 250일이라는 힘든 제작 기간을 거쳤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는 획기적인 시청률 20%를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비는 15억원이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 방송에서 이렇게 훌륭한 다큐멘터리는 얼마나 제작되고 있을까. 고작 창사 특집 정도로 제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나마도 매년 만들면 다행이다. 공익성과 상관없이 시청률 경쟁 논리에서 밀린 대표적인 장르다.

광고는 상업적인 측면도 있지만 방송사의 주요 재원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광고라는 형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제목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무조건 반대하는 것만이 공익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기업의 제목광고가 시청률 높은 예능 프로그램에만 몰릴 것이란 데 있다. 그보다는 실제 재원이 없어 소외당하는 프로그램 장르를 위해, 방송의 다양성과 공익성 프로그램에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도 실제 협찬주와 함께 공익적인 이벤트나 캠페인을 운용하기도 한다. 방송의 공익성과 상업적인 광고를 항상 대립되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광고가 건전한 재원으로 방송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좀 더 합리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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