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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계의 여풍 엘리제궁까지 흔들까

올랑드 정부 여성 각료 절반 넘어서 여성끼리 알력과 텃세로 살벌한 분위기도

최정민│프랑스 통신원 ㅣ . | 승인 2015.09.16(Wed) 20:16:54 | 13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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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치권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지난 9월2일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마뉴엘 발스 내각은 신임 노동장관으로 미리암 엘 코므리 전 도시정책 차관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사로 발스 내각은 총 34명의 각료 중 18명을 여성으로 채웠고, 지난 대선에서 올랑드 후보가 내세웠던 ‘내각 성수(性數) 비율 50%’ 공약을 초과 달성하게 됐다. 장관의 숫자만 봐도 여성 장관이 9명이고, 남성 장관은 8명이다. 프랑스 5공화국 사상 최초로 여성 장관이 수적으로 앞선 것이다.

이번 인사가 전면 개각이 아닌데도 이목을 끌었던 이유는, 신임 장관이 37세의 젊은 여성이라는 점과 그가 맡은 부서가 현 정부의 첫 번째 당면 과제인 고용 문제를 담당한 노동부였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취임식에서 코므리 신임 장관은 “나는 올랑드 정부의 목표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나의 투지와 결의를 믿어도 좋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현재 프랑스의 실업률은 10%대에서 정체되어 있고, 경제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는 최근 프랑스 라디오 방송 ‘앵포’와의 인터뷰에서 “현 올랑드 정부가 프랑스의 미래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제적 난맥상은 올랑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까지 단단히 옭아매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20%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임기의 승부수를 30대 여성 장관에게 맡긴 셈이다.

ⓒ EPA·DPA연합

현재 프랑스 정가에서 여성 각료 및 정치인의 입지는 어떤 상황일까. 현 내각의 절반 이상을 여성이 채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의회의 경우에는 여성 의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상원은 25%이며, 하원은 그보다 약간 높은 27%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치권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미미하다고 본다면 큰 오산이다. ‘일당백’으로 정치판을 누비는 여성들은 좌·우파를 막론하고 포진해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찬반 논쟁이 가장 뜨거운 ‘35시간 노동제 근간 유지’ 법안을 관철시킨 이는 릴 시장인 마틴 오브리 전 장관이다. 지금 중앙 정계에서 멀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프랑스 북부 중심 도시인 릴의 시장으로 15년째 재직 중이다. 릴의 맹주이며, 사회당의 최대 실세다. 현 내각의 세골렌 루아얄 환경장관은 대통령의 전 동거인이자 대선 후보였다는 남다른 이력으로 이번 발스 내각에서 ‘부통령’ 소리까지 듣는 실세 중의 실세 장관이다. 그의 부처는 내각 서열 11위에서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무분별한 정책을 남발하고 권력 서열을 뒤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그 밖에도 한국계로 유명한 플뢰르 펠르랭 문화장관과 최근 중등학교 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나자 벨카셈 교육장관, 동성결혼 법안을 통과시키며 좌파의 상징으로 떠오른 크리스티안 토비라 법무장관 등, 집권 중반을 넘어서며 요란한 논란을 부른 법안은 모두 여성 장관의 손을 거쳐 나오고 있다.

‘여성 대통령 맞을 준비 됐다’ 94%

지난 우파 정권에서도 미셸 안리오 마리 국방장관과 보건장관이었던 로즐린 바슐로 등은 시라크 대통령 시절부터 중책을 맡았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이며, 최근 우파의 새로운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나탈리 코쉬스코 모리제 대중운동연합 부대표도 빼놓을 수 없는 여성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파리 시장 선거에서 현 시장인 안 이달고와 맞붙었다. 당시 파리 시장 선거 때 경선 후보 모두가 여성이었던 점 또한 여성 정치인 바람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간판 역시 여성인 마린 르펜 대표다. 그의 아버지가 ‘막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면, 그는 현재 극우 정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의 뒤를 잇는 유력한 후계자 역시 여성인 조카 마리옹 마레샬 르펜 하원의원이다. 금발의 미인으로 미녀 정치인의 대열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고, 최근에는 국민전선의 내홍을 수습하고 독자 노선을 천명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정반대편이라 할 수 있는 진보 정당인 녹색당 역시 세실 뒤플로 전 환경장관을 비롯해 에바 졸리 전 대선 후보 등 여성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최근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18세 이상 프랑스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성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놀랍게도 ‘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고 답한 응답자가 94%에 이르렀다. 여성 후보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현 국제통화기금(IMF)의 총재로 활약하고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1순위로 꼽혔다. 프랑스 수영 국가대표 출신이며 지난 사르코지 내각에서 최초의 재경장관을 역임한 그는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또한 그가 애용하는 명품 에르메스 스카프의 색깔만으로도 국제 경제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국제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이런 여풍의 강세에 반해, 이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야박할 만큼 인색하다. ‘르 피가로’와 ‘유럽1 라디오’에서 활동하는 대표적 여성 정치평론가 나타샤 폴로니는 최근 발탁된 코므리 장관을 비롯한 일군의 ‘신세대 여성 정치인 그룹’에 대해 “남성 정치인과 차이도 없고, 자신만의 비전도 없다”며 “일하는 기계들이며, 착한 학생들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에 대해서도 “시대가 만든 산물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또 다른 여성 정치 프로그램 진행자인 로랑스 페라리 역시 지금의 여성 정치인들에 대해 “중성적으로 보일 정도로 지능적인 부분만을 드러낸다”며 아쉬워했다.

심지어 나타샤 폴로니는 “남성의 권력은 집단을 매료시키지만, 여성의 권력은 공포를 떠오르게 한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기까지 했다. 실제로 여성 각료가 많은 내각에서는 알력과 텃세로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세골렌 루아얄 장관이 내각에 입성할 때 여성 장관들의 옷차림에 제동을 걸며 군기를 잡으려 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전직 문화장관이었던 오렐리 필리페티가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 행사에서 동료 여성 장관인 플뢰르 펠르랭을 포토라인에 서지 못하도록 내무장관실에 압력을 넣었다는 이야기까지 잡음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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