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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사막에서 ‘Daum’마저 사라진다

다음카카오, 9월23일 임시주총에서 ‘카카오’로 변경

강장묵 |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ㅣ . | 승인 2015.09.16(Wed) 20:29:43 | 13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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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Daum)이 사라진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즐거운 실험이 일단락되고 회사 이름은 소멸되지만 그 문화, 그 DNA 그리고 그 문화와 DNA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아직 소멸되지 않았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과연 그럴까.

‘다음카카오’는 9월23일 임시주총에서 ‘카카오’로 사명을 바꾼다. 보도가 나간 후부터 커뮤니티 문화를 선도한 ‘다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모바일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 그리고 남다른 회사문화와 철학에 대한 소회가 주를 이룬다. ‘구성원의 내면은 눈부셨으나 모바일 환경에의 대응이 느렸고 무한 경쟁에서 도태해 아쉽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아마 후세들은 이걸 교훈으로 삼아 ‘다음’이라는 깜찍한 회사가 1997년에 한메일로 성장해 2000년 전후를 주도했는데 뜬금없이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해 거래비용을 높였고, 제주도에서 ‘전인격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인 ‘아고라’를 만들었으나 수익은 적고 정권에 밉상으로 찍혔으며 결국 모바일 강자 ‘카카오’에 흡수 통합됐다고 학습할 것이다.

기업끼리 어깨동무하는 미국, 그러지 못하는 우리

지금은 적자생존의 시대이고 약육강식의 룰이 지배하며 권모술수가 창궐하는 때다. 그래서 2등 기업이 1등 기업의 독주에 밀리고 모바일 진화에 더뎌 도태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미니홈피 싸이월드가 점점 작아져갔고, 한때의 흥함이 내일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도 이미 증명됐다. 하지만 무조건 이런 판단이 옳은 것일까.  ‘다음’의 몰락에서 협업과 공생이 배제된 인터넷 생태계의 고질적 문제를 보여주는 부문은 없을까. 그리고 우리 사회의 잃어버린 ‘신뢰’를 각인시켜주지는 않을까.

인터넷 기업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진검승부를 벌인다. 옳은 말이다. 반면 인터넷 기업이 협력과 공유를 통해 상생한다는 것도 바람직한 말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개인과 기업의 몫이다. 그렇다면 협력과 공유는 제도와 문화의 영역인데, 큰 기업이 작은 기업과 협력하거나 1등 기업이 꼴찌 기업과 무엇을 해보려고 머리를 맞대는 일은 ‘신뢰’의 영역이다.

인터넷 세계는 비트(bit)의 속도로 움직인다. 발 빠르게 흥망성쇠가 도드라진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인터넷으로 자본이 들어오고 권력의 감시도 늘어나면서, 인터넷은 그 어느 때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이 되고 있다. 긴 호흡으로 조성해야 할 ‘신뢰’도 사라졌다. 지금 인터넷은 열사(熱砂)의 땅이 되어 있다. 돈 없고 조직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들어온 젊은이를 아사(餓死)시키는 사막으로 변한 지 오래다.

개인과 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우리 인터넷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를 풍미한 애플과 MS가 지금도 견실하다. 2000년대 들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유튜브, 링크드인 그리고 트위터가 성장했다. 2010년대에도 인스타그램·핀터레스트·슬라이드쉐어 등 놀랄 만한 혁신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20년 이상 된 인터넷 기업과 신생 기업이 협력하고 60대의 노장과 땡전 한 푼 없는 20대 하룻강아지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창업자들 대다수가 20대에 시작해 빈손으로 부호의 반열에 올랐다.

반면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를 살펴보자. 1등 기업 네이버가 견실하고, 삼성의 DNA가 적당히 가미된 네이버에서 성공한 노장들은 카카오 등으로 기세를 높였고, SK가 네이트 등 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두 눈을 부라리고 찾아보아도 근래 들어 20대가 창업해 부호의 반열에 오른 예는 드물다. 청년 창업이란 듣기 좋은 구호가 있지만 이쯤 되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생태계는 사막화가 상당히 진전돼 봄이 되면 주변국에 황사를 뿌리는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업체 한두 개만 사막에 선인장처럼 살아남았다. 이쯤 되면 권력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포털만 잡으면 인터넷 콘텐츠를 조율할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이 모든 결과가 인터넷 생태계가 교란된 작금의 병폐다.

다음은 제주라는 땅에 본사를 이전한다는 발칙한 상상을 실천했고, ‘아고라’라는 토론의 장을 선보였으며, ‘님’이라는 호칭으로 계급장을 떼어낸 기업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효율이 각자도생을 위한 경쟁력에 있다면 다음은 수익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신생 기업에 점령당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특히 인터넷 생태계에서는 각자도생을 추구하면서도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하는 협력과 공유가 대세다. 인터넷 선진국 미국의 활황 배경에는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의 협업, 그리고 폐쇄적 마켓과 오픈마켓의 공존, 1등 기업과 꼴등 기업의 상생이 존재한다. 디지털은 거대하고 복잡한 물리 세계의 경직된 질서를 우회하는 가치들로 가득하리라는 기대로 시작됐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 반증이 바로 다음의 몰락이고 그것으로 상징되는 인터넷정신의 사그라짐이다. 동시에 삐뚤어진 효율과 시장주의라는 그림자이기도 하다.

인터넷 생태계의 병폐 찾는 기회로

흔히 우리는 효율을 논할 때 주로 개별 경제 주체, 즉 개인의 능력이나 기업 단독의 수익만을 논한다. 그러나 인생이 그러하듯이 세상도 협력과 공생을 해야지 절대 각자도생해야 하는 곳은 아니다. 사회가 존재하고 그 구성의 원리가 신의성실 하다면 각자도생보다는 협력과 조화가 요구된다. 그러나 사회가 진화할수록 개별 주체의 노력과 능력에 초점이 맞춰진다. 각자가 각자를 시기하고 미워하는 세계, 1등 기업이 꼴찌 기업과 손잡을 수 없는 효율의 논리에는 함정이 있다.

실제 우리 삶과 세계는 개체의 능력을 극대화하면서도 조직력, 팀워크, 그리고 주변과의 유기적인 구성을 통해 시너지를 낸다. 인터넷 생태계는 각자가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100m 경주로만 점철돼서는 안 된다. 기량과 개성이 다른 4~5명이 수백 m를 달려 팀워크로 승리해야 하는데, 그런 계주의 정신이 바로 인터넷 생태계에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사막화된 인터넷 생태계에서는 만년 2등 기업의 발칙한 상상이나 20대 젊은 창업주가 1등 기업을 위협하는 사례를 만나기가 아마 더 어려워질 것이다.

다음이 인터넷 역사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현실. 모바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로 기억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 생태계에 누적된 병폐는 없는지 성찰의 기회로도 기억돼야 한다. 남다른 색깔과 의견을 가진 기업이 주류가 되지 못할 때 무한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선례로 기억되지는 않아야 한다. 그게 사라지는 ‘다음’이라는 기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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