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에 안전지대 없으니 없던 ‘업’ 개발하라”
  • 조철 | 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9.16 20:31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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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직업’과 ‘부의 전략’ 제시한 이민주 버핏연구소 소장

사람들은 저마다 세상이 격변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무언가를 실행하라고 부추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모두들 뜨끔한 마음에 불안하기만 하다. 직장인들은 ‘세상은 변한다는데 내가 속한 직장은 언제까지 영속할 수 있으며, 나는 언제까지 지금의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져 쩔쩔맨다.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공언’ 또한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공적으로 선언한 말들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가운데 미래의 직업 또는 창업 전망을 제시하는 글 또한 눈길을 끈다. 20년 이상 경제부 기자와 가치투자 전문가로 활약하면서, 개인과 기업의 흥망성쇠와 경제 트렌드 변화를 연구해온 이민주 버핏연구소 소장(50)이 <지금까지 없던 세상>을 펴냈다. 이 책은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고,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기회를 흥미진진하게 탐색할 수 있도록 해준다.

ⓒ 시사저널 임준선

“고용 사회가 신기술 때문에 붕괴”

미래 예측 권위자로 손꼽히는 이 소장은 이 책을 통해 불과 10여 년 남짓한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라는 신기술이 고용 사회의 붕괴를 가져왔으며, 앞으로 전개될 또 다른 형태의 신기술들이 그것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용 사회가 붕괴된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신기술이 변화시킨 자본주의 시스템의 변화, 그리고 그로 인해 촉발될 파급력을 제대로 살핀다면 영속 가능하며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류 사회에 새로운 질서가 정착되는 그런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인류는 영원히 정해진 질서 없이 수시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어떤 정해진 질서가 지배하는 세상은 단언컨대 헨리 포드가 창조했던 고용 사회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왜 그런가? 이유는 간단하다. 신기술은 세상을 바꾸는 핵심 동인(動因)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모바일 말고도 획기적인 신기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핀테크, 전자 결제, 산업 자동화, 바이오, 줄기세포, 의료기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런 신기술은 앞으로도 더 많이 쏟아질 것이다. 자본주의는 신기술의 개발자에게 보상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 소장이 기자 생활을 시작했던 1993년을 돌이켜봤다. 그는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앞자리에 앉은 상사의 모습이 수십 년 후 자신의 모습일 것이라고 믿었던 시절이다.

“천체의 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규칙적으로 운항하듯이 세상은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며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회사 사무실을 나서면 수십 년째 같은 장소, 같은 메뉴로 영업을 하는 음식점이 적지 않았다. 어느 음식점의 세심한 주인은 어느 손님이 어느 직장에 다니는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었는지도 알고 있다. 그것은 영업 전략이라기보다는 전면적 인간관계의 결과였다.”

하지만 수십 년 후가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은 급변하며 많은 것에 종말을 고하는 등 위기에 봉착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겪는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소장은 100여 년 전 헨리 포드가 자동차 대량 생산에 성공하며 열어젖힌 고용 사회가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라는 신기술에 의해 완벽하게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고 설명한다.

“‘모바일과 소셜 혁명’은 기존 대기업 중심의 생산수단과 부의 독점적 지위에 균열을 내고 ‘기업의 영속성’과 ‘평생직장’에 대한 개념을 지속적으로 해체했다. 과거에는 좋은 대학과 직장에 가는 것만으로 안정적인 수입과 은퇴 후 연금을 통해 행복한 노후까지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사회를 기대할 수 없다.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래서 영구불변의 체제인 것처럼 여겨졌던 고용 사회가 종말을 고한 것이다.”

값싼 신기술 활용한 ‘세컨드 무버’ 전략 제시

이 소장은 모바일 혁명이 위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모바일 혁명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속속 등장시키고 있는데,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가 가져오는 변화는 우리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과거에는 절대 상상할 수 없던 ‘생산 수단’을 개인과 소규모 기업이 소유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값싼 비용으로 ‘플랫폼’을 설계할 수 있게 됐으며, 창의성을 활용함으로써 제품(서비스) 생산·유통·홍보까지 용이해졌다는 점을 든다. 그는 더욱이 신기술에 대한 접근 문턱이 낮아지면서 비록 해당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여지가 늘어났다고 말한다.

“최근의 자본주의 세상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세컨드 무버(second mover)의 1등 등극이다. 오늘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닷컴·네이버·샤오미는 모두가 해당 분야에서 선점자(first mover)가 아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선점자가 있는 시장에 나중에 뛰어들었지만 선점자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면서 1위로 올라섰다. 이는 오늘날 세상이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선점자의 이점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세컨드 무버가 숨어 있는 기회를 발견할 경우 큰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이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과 산업화 시대와의 차이점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소장은 ‘대한민국 6대 파워 섹터’를 엄선해 제시하는데, 이들은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라도 한번쯤 성공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섹터들이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빈부 문제를 역으로 활용하는 금융 섹터, 친환경·친감성 혁신에 빈틈이 많은 자동차 섹터, 리스크는 크지만 가장 확실한 성장 동력인 정보기술(IT) 섹터, 고령화 시대임에도 여전히 후진적인 의료 및 제약 섹터, 아이디어와 노트북 하나만으로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 섹터, 언뜻 진부해 보이지만 파워풀한 소비재 섹터는 세컨드 무버들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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