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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들 기념일도 축제로 만들다”

가을 기념일 ‘투생’은 또 하나의 휴가

최정민│파리 통신원 ㅣ . | 승인 2015.09.22(Tue) 10:15:44 | 13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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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는 바캉스와 휴일이 많다. 학사 일정을 기준으로 두 달에 가까운 긴 여름방학과 짧은 2주간의 겨울방학이 있다. 사이사이에 부활절 방학, 스키 방학 그리고 투생 방학이 있다. 여름과 겨울, 두 방학을 제외한 나머지 휴일은 대부분 가톨릭에서 유래했다.

프랑스인 중 가톨릭 주일 미사를 지키는 사람은 전체 인구 중 4.5%에 지나지 않는데, 가톨릭에서 유래한 휴가만큼은 전 국민이 빠짐없이 성실하게 지킨다. 그중 ‘모든 성인(聖人)’이라는 뜻의 투생은 가을에 자리 잡은 휴일이다. 매년 11월1일인데, 기원후 835년 교황 그레고리 4세에 의해 가톨릭 축일로 지정됐다. 당시 교황은 알려진 성인들은 물론 알려지지 않은 모든 성인들을 위한 날로 투생을 만들었다고 한다.

망자들을 기리는 ‘투생’을 프랑스인들은 재충전을 위한 또 다른 휴가로 즐긴다.ⓒ AP 연합

모든 성인과 고인들을 위한 축일이니 투생 때는 모든 성인을 위한 미사가 봉헌되고 프랑스인들은 조상과 친지들의 묘소에 헌화를 한다. 우리네와 닮았다. 주로 국화와 인도 카네이션이 헌화에 쓰인다. 친지와 지인들의 묘소만을 찾는 것은 아니다. 자칭 문화대국 프랑스답게 파리를 비롯해 전국 각지 명사들의 묘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13년의 경우 파리 페흐 라셰즈 공동묘지를 투생 때 찾은 방문객 숫자가 무려 13만명이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동묘지로, 문학사의 거장 발자크와 프루스트, 음악의 쇼팽,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 그리고 프랑스 샹송 역사의 이정표인 이브 몽탕과 에디트 피아프, 심지어 록스타인 짐 모리슨까지 잠든 곳이다.

위인들만 기리는 게 아니다. 파리코뮌 당시 마지막까지 항전했던 147명의 전사가 총살당했던 역사적 현장도 이곳에 있는데, 투생 때는 그들을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헌화로 장관을 이룬다. 전국의 공동묘지에서 같은 풍경이 연출되며, 파리 시내 곳곳의 1차 대전과 2차 대전 희생자들이 기억되는 장소에서도 어김없이 작은 국화 꽃다발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헌화와 같은 엄숙한 의식만 치러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9월 학기를 시작한 학생들이, 혹은 휴가에서 복귀한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기간으로 투생은 안성맞춤이다. 지난해 투생의 경우 호텔 및 식당업계에서는 예약률이 전년과 비교해 30% 이상 늘어났다. 프랑스의 남프로방스와 코트다쥐르 지역의 호텔업계 연합 대표인 장 피에르 가리벨리는 “가을 첫 주는 추가 인력이 필요할 만큼 고용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헤밍웨이는 파리를 두고 ‘축제가 끊이지 않는 도시’라고 불렀다. 그러나 파리뿐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전역에서 망자들을 위한 기념일마저도 축제로 만들어버리고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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