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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도 공장 앞에서” 26일째 단식 중인 쌍용차 노동자

김득중 지부장 “동료 187명과 공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버틸 것”

경기·평택=이민우 기자 / 박성의 기자 ㅣ woo@sisabiz.com | 승인 2015.09.25(Fri) 14:49:49 | 13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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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부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25일 쌍용차 평택공장 앞 천막에서 기자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 사진=이민우 기자

“29번째 부고장을 받아들 수가 없어요.”

26일째 곡기를 끊고 있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한 말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2년 전 추석에도 서울 대한문 앞에서 21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그리고 또 다시 곡기를 끊었다. 이번 추석도 또 다시 공장 앞에서 보내게 됐다.

25일 평택공장 정문에서 만난 그의 투쟁 조끼는 이미 해져있었다. 움푹 야윈 얼굴엔 거뭇한 수염이 얼기설기 자랐다. 그의 옆에 놓인 십여권의 책이 긴 기다림의 시간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장시간 단식으로 인해 한마디 한마디를 꺼낼 때마다 힘들어 보였다.

그는 2009년 이전까지 땀 흘리며 일하고 월급을 받으면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1993년 입사해 완성차 검수팀에서 일했다. 쌍용차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렸고 두 자녀도 낳았다. 여느 직장인처럼 가족을 꾸리고 아이 키우며 살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던 그의 시계는 2009년에 멈춰졌다. 전체 인력의 37%인 2646명이 구조조정을 당하는 그 순간의 심정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어렵다던 회사는 법정관리에 갔고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함께 살자’며 희망퇴직을 거부한 이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정리해고였다. 회사의 정리해고 앞에 동료들은 이른바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눠졌다.

그렇게 그들은 사지에 내몰렸다. 공장 문을 걸어 잠근 채 수돗물이 끊긴 상황에서도 77일을 버텼고 테이저건으로 무장한 공권력에 의해 끌려 나왔다. 이 때부터 쌍용차는 정리해고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는 현실이 됐다.

6년의 시간은 참 길었다. 그 사이 점거농성을 주도했던 한상균 전 지부장은 3년간 옥살이를 한 뒤 민주노총 위원장이 됐다. 이유일 전 사장은 국회 청문회장과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가서도 해고자들을 적대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지만 당선 이후 이들을 외면했다. 전쟁을 방불케 한 진압작전을 벌인 조현오 당시 경기청장은 경찰청장까지 올랐다가 뇌물 사건으로 법정과 구치소를 오가고 있다. 기나긴 법정 싸움 끝에 법원은 결국 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다 쌍용차의 대주주는 중국 상하이자동차에서 인도 마힌드라 사로 바뀌었다. 그 사이 해고 노동자와 가족 등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 절반은 마음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일자리를 잃은 해고자들은 생계를 위해 전국 곳곳으로 흩어졌다.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었다. 그는 이제 죽음마저도 무감각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왜 공장을 떠나지 못했을까. 기다리다 지쳐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억울해서”였다. 잘못 없이 쫓겨났다는 억울함이 그들을 공장 앞에 머물게 만들었다. 쌍용차 해고자라는 낙인은 재취업의 길도 막았다.

쌍용차 평택공장의 전경 / 사진=이민우 기자

그동안 김득중 지부장을 비롯한 쌍용차 해고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쌍용차 평택공장 인근의 송전탑에 올라가 6개월을 버텼다. 평택공장 70m 높이의 굴뚝에도 올랐다. 쌍용차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국회의원 선거에도 나가 봤다. 쌍용차 대주주인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인도행 비행기를 타기도 했다.

소형 SUV ‘티볼리’가 잘 팔리면 해고자부터 복직시키겠다던 쌍용차 사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쌍용차는 현재 티볼리를 생산하느라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수요를 못따라가는 상황이다. 올해 4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돼 내년에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쌍용차지부는 2009년 5월21일 공장을 점거하고 77일을 버텼다. 하지만 회사와 교섭은 지난 1월에야 개시할 수 있었다. 점검 농성을 푼 지 65개월만이다. 그런데 사측은 단계적 복직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기한을 못박을 수 없다고 했다. 7년째 공장 앞에서 싸워온 이들에겐 또 다시 공장만 바라보고 기다리라는 말과 같았다. 쌍용차지부와 사측은 20차례 넘게 만났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오늘 참 마음이 불편하네요. 가족과 친지가 이번 추석은 함께 보내야 하지 않냐고 계속 전화를 걸어오네요. 그런데도 전 공장 앞에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아직은 절망보단 희망이 크다고 생각해 단식을 결정했습니다. 동료 187명과 함께 공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내년 추석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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