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는 ‘노무현 정신’ 말할 자격 없다”
  • 감명국·유지만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5.10.07 17:41
  • 호수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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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 직격 인터뷰 “여야 막론, 헤쳐모여식 정계 개편 필요”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문재인 대표와 친노 세력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존재 중 한 명이 바로 조경태 의원이다. ‘야당 속의 야당’으로 불리는 조 의원은 ‘문재인 저격수’ ‘문재인 천적’이라는 별칭을 들을 만큼 유독 문 대표에 대해 사사건건 날을 세워왔다. 문 대표가 이끄는 당의 행보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고, 때로는 “새누리당 사람 아니냐”는 비난도 들었다. 그런 조 의원이 최근 다시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9월23일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그를 ‘해당(害黨)행위자’로 지목하자 “차라리 날 제명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는 문 대표를 향해 “누가 옳은지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아보자”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내년 총선에서 당이 자신을 공천하지 않을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해 문 대표와 맞붙을 용의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 등 ‘비노’ 진영의 공격으로 한때 퇴진 위기에 몰렸다가 ‘재신임’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겨우 성공한 문 대표로서는 다시 악재를 만난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조경태 화약고’를 건드리면서 다시 계파 간 갈등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조 의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공존한다. 야당의 불모지인 부산에서 3선을 이뤄낸 집념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뚝심을 높이 사는 측면도 있고,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투와 인신공격성 비난으로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할 말을 하는 정치인”과 “분열을 일삼는 정치인”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가 엇갈리는 셈이다. 10월1일 오전 국회에서 만난 조 의원은 문 대표에 대해 여전히 날카로운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까지 아우르는 ‘헤쳐모여식’ 정계 개편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의 출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향후 입지를 모색하기 위한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공천이 안 되면 탈당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 출마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것뿐이다. 나는 (새정치연합의) 공천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부산에서 당선된 것은 당 덕분이 아니다. 시민들 덕이다.

문재인 대표와 부산 지역구에서 맞붙을 용의도 있다고 했다. 문 대표가 출마하는 지역에 나서겠다는 뜻인가.

문 대표는 부산 사상구를 자신의 지역구로 두고 있다. 만약 나에게 공천을 주지 않기 위해 내 지역구인 사하구로 올 경우 한판 붙어보자는 취지다. 문 대표는 사상구가 원래 지역구인데 현재 겁먹고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은 험지(險地)다. 자신 있다면 자기 지역구인 사상구에 출마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니까 격전지인 서울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게 말이 되나. 야당 후보로 부산이 쉽나, 종로가 쉽나.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2000년 총선 때 자신이 현역의원으로 있던 지역구인 종로를 던지고 부산으로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끝내 낙선했다. 종로에서 다시 나왔더라면 당선될 수도 있었지만, 지역감정 극복을 위해 험지인 부산을 선택했다. 그게 진정한 ‘노무현 정신’이다.

혁신위로부터 ‘해당행위자’로 지목되자 오히려 “제명하라”고 받아쳤다. 스스로 당을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란 뜻으로 읽힌다.

내가 왜 당을 스스로 나가나. 그야말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격이 아닌가. 문 대표는 초선이고, 난 3선이다. 문 대표는 정치에 뛰어든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난 이 당에 15년 이상 몸담았다.

그래도 상대는 당 대표가 아닌가.

지난 2월의 당 대표 선거는 명백한 반칙 선거였다. 투표 하루 전날 경선 룰을 바꿨다. 지난 2월2일 대의원회의에서 선거인단 수백 명이 바뀌었다. 선거인단은 지난해 12월29일 당무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된 상태였다. 그런데 한참 경선 중인 2월2일에 바뀐다. 이건 명백한 반칙이다. 문 대표 측은 내가 지난 당 대표 선거가 공정하지 않았다며 진상조사를 하자고 해도 응하지 않고 있다.

자꾸 그런 문제제기로 인해 당 지도부에 이른바 ‘찍힌 것’ 아닌가.

찍혔다기보다는 껄끄럽다고 봐야 할 듯하다. 만약 내년 총선 때 내가 부산에서 4선에 성공하고 문 대표가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나. 또 내가 계속 얘기한 야권 재편의 방안으로 ‘창조적 파괴’를 내놓은 것은 혁신위원인 조국 교수의 주장과 비슷하다. 이 말의 의미는 당이 이대로 가서는 내년 총선에 참패하고 수권 정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앞뒤 다 자르고, 맥락 없이 말의 꼬리만 잡아서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문 대표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는데, 현실성이 희박한 것을  포퓰리즘 식으로 무조건 내놓는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 정당에서 누구든지 토론하자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평검사들과도 토론했다. 내가 ‘아무나’는 아니지 않나. 난 전직 최고위원이다. 대의원 현장투표에서 최다득표를 하기도 했다. 만약 본인들 논리가 옳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격’을 따지는데, 다시 말하지만 문 대표는 초선이고 나는 3선이다.

문 대표와 함께 노무현 정권 창출에 공을 세웠는데, 왜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나빠졌나.

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90년대 부산에 출마하며 힘든 시기를 보낼 때부터 함께했다. 누가 과연 진짜 ‘친노’인가. 어려울 때 함께한 사람이 진짜 친노 아닌가. 노 전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 ‘나에게는 엄격하고 상대에게는 관대하라’는 것과 ‘계파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계파 만들지 않고 대통령이 됐다. 나 역시도 계파를 만든 적이 없다. 과연 누가 ‘노무현 정신’을 실현하고 있는 건지 묻고 싶다.

문 대표는 친노의 자격이 없다는 의미인가.

문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이름만 팔아먹고 있다. 정신은 계승하지 못했다. 적어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며 출마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가 부산에 있는데 왜 출마하지 않으려 하나.

문 대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나.

노 전 대통령이 왜 서거했나.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 대표는 그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마치 자신이 계승자인 양 (정치권에) 나섰다. 그 전에는 그렇게 나서라고 해도 한사코 마다하더니…. 2008년 총선 때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문 대표에게) 출마하라고 권유했는데, 손사래를 쳤다.

9월16일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대한 가부 의결을 위해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의에서 조경태 의원이 손 들어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친노의 계승 여부만 갖고 당 대표를 공격하는 건 좀….

문 대표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2월 전당대회 때 그가 뭐라고 했나.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고, 또 자신이 대표가 되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4·29 재보선에서 한 곳도 못 이기고 참패했다. 광주에서마저 졌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전에 안철수 대표는 7·30 재보선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래도 그때는 전패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퇴했는데, 문 대표는 전패를 했다.

주변에서 조 의원을 ‘비노’로 분류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듯하다.

(친노는) 자기들에게 반대하면 ‘비노’라고 규정한다. 이렇게 패권적 사고를 가진 자들은 한국 정치의 물을 흐린다. 퇴출 대상이다.

지역구가 부산이다 보니, 새정치연합 이념 지향보다 상당히 ‘우클릭’한다는 평가도 있다.

새정치연합의 지향점이 정확히 뭔지 아는지 그들에게 한번 묻고 싶다. 그러니까 공개토론을 하자고 하는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여야를 떠나서 국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국가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클릭인가.

‘돈키호테’ 같은 이미지가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는 지적이 있다.

돈키호테는 혼자 행동하는 것인데, 나에게는 전국 각지에서 국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온다. 난 국민과 함께하는 셈이다.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국회의원이다. 난 패거리를 위한 정치가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돈키호테’란 표현은 맞지 않다.

최근 문 대표가 여당의 김무성 대표와 ‘안심번호 공천제도’에 합의했는데, 이게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여야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나서는데, 오히려 묻고 싶은 게 있다. 당내 의견도 다 수렴하지 못하면서 무슨 상향식 공천이냐는 것이다. 그보다는 정당 구조를 바꾸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안 정당’이 필요하다.

대안 정당은 ‘제3 신당’을 얘기하는 건가.

맞다. 여야를 막론하고 변화가 오지 않겠나. ‘헤쳐모여’식 정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여야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받고 있다.

여당의 ‘비박’과 야당의 ‘비노’를 겨냥한 말인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은 합리적인 세력들이 재결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여당에도 많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분들이 모여야 된다. 그래서 중앙당 위주로 돌아가는 현재의 정당 구조를 바꿔야 한다.

상향식 공천이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조 의원이 생각하는 공정한 공천을 위한 대안은 뭔가.

국민들이 동의하고, 정당 구성원이 동의할 수 있도록 토론을 통해 투명한 공천 절차를 만들면 된다. 내가 당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에 대한 공개토론을 제안했는데도 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노 세력이 나에게 욕을 하더라. 이런 정당이 민주 정당인가. 민주 정당이라면 반대파의 이야기도 끝까지 경청해야 한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는데, 끝내 박수만으로 반대파의 의견은 묵살하고 혁신안을 통과시켰더라. 그래서 내가 ‘집단적 광기’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걸 가지고 해당행위로 규정했다.

절차적 투명성이 갖춰진다면 혁신안이나 공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충분한 내부 논의를 통해 문제점에 대해 보완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당원이 배제된 정당은 민주 정당일 수 없다. 당원들이 충분히 제도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소외되는 이들 없이 모두 공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나의 유불리를 떠나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공천에 연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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