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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수천 kg 마약이 검색대 버젓이 통과

구멍 뚫린 국내 마약 단속…빨간불 들어온 ‘마약 청정국’

조유빈 기자 ㅣ you@sisapress.com | 승인 2015.10.07(Wed) 18:03:35 | 13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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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이 아무개씨의 마약 투약 사건 부실 수사 논란이 뜨겁다. 이씨와 관련된 내용은 10월1일 서울고등검찰청과 산하 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씨가 15차례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고, 필로폰·코카인·엑스터시 등 투약한 약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단속과 처벌, 예방 등 마약에 대한 경각심도 다시 대두됐다.

그러나 사정 당국의 단속은 늘어나는 마약사범과 마약의 종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마약 단속 구멍’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속속 드러났다. 항공, 해상, 우편, 택배까지도 마약 운반 수단으로 뚫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 신종 마약 2300kg이 국내에서 대거 발견돼 한 차례 파문이 일었다. 카트(kaht)라는 에티오피아산(産) 신종 마약이 국제우편을 통해 발송된 것이다. 당시 검찰은 국내 한 물류창고에서 카트 2300kg을 발견했는데, 그동안의 배송 현황을 볼 때 8000kg이 넘는 양이 밀반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천 kg 규모의 마약이 공항 세관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한 것이다. 당시 세관은 카트를 염료로 쓰이는 ‘헤나’로 보고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5년간 국내에 들어온 마약보다 50배나 많은 규모다.

ⓒ 시사저널 포토

해상 유입 마약 통제 사실상 불가능해

올해 1월 인천공항세관에 ‘마약류 밀반입 전담 조직’이 전국 최초로 신설됐다. 그러나 이 조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조직은 30년 이상 마약 조사를 담당한 베테랑들로 마약 밀반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운영을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천 kg의 마약이 검색대를 지났는데도 무사히 통과된 것을 보면 마약 점검을 해야 할 인력과 시스템이 극히 부족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해상 단속의 경우 바다를 통해 밀매되는 마약에 대한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마약특별수사팀 현황’에 따르면, 해경본부 수사·정보 인력이 축소된 이후 마약수사전담반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해상 단속 건수는 2011년 82건, 2012년 114건, 2013년 114건으로 매년 증가했으나, 마약수사전담반 운영이 중단된 이후 37건으로 감소했다. 2014년 1월 정부조직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지방청 및 해양경찰서 마약수사전담반 10개 반이 검거 활동을 벌였지만 현재는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2015년 단속 실적은 전무하다.

특히 해상은 면적이 넓은 데다 마약 운반 시 신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마약 밀수입·밀수출 통제가 어렵다. 2011년에는 중국 웨이하이(威海) 항에서 국내 평택항으로 운항하는 국제여객선 교통훼리호에서 필로폰에 콘돔을 덧씌워 여성의 몸에 삽입해 검색대를 통과한 사례가 있었고, 지난해에도 마약 총책들이 허벅다리에 필로폰을 감싸 일본 화물선을 이용해 밀수출한 사건이 있었다.

국제우편물이나 특송화물을 이용한 밀수 사례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4년에 적발된 밀수 사례는 268건으로, 2013년 202건, 2012년 175건, 2011년 134건 등과 비교했을 때 크게 늘어났다.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마약을 구매할 경우, 해외에서 배송하는 마약을 국제우편 등으로 쉽게 받아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번 국내로 들어온 마약은 우편·택배 등 다양한 운송 수단으로 운반된다. 최근에는 KTX를 이용해 마약을 판매하던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코레일네트워크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KTX 특송을 이용해 마약을 배송하다 적발된 경우가 9건에 달했다. KTX 특송은 대리 접수와 물품 대리 인도를 할 수 있고, 당일 배송이 가능해 적발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짧다. 한마디로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으로, 단속되지 않은 마약 배송 건수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행 물류정책기본법상 행정이나 수사 목적상 필요가 있거나 법원의 제출명령에 따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류 내용물을 점검하기 어렵게 돼 있는 점도 KTX를 통한 배송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마약 유통의 중간 경유지로 한국 활용

최근에는 일명 ‘북한산 마약’이 한국으로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단속이 심해진 중국에서 마약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지자, 북한과 중국 접경지대에서 마약을 만들어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경수 마약범죄학회장은 “이렇게 들어오는 필로폰은 10g에 200만~300만원으로, 돈만 있으면 마약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강남 술집만 가더라도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한국의 ‘마약 청정국’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한국에 들어오는 마약의 양이 늘어나서만은 아니다. 마약 청정국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마약 유통의 중간 경유지(Transit Point)로 활용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마약 세탁’으로, 한국을 거치면 다른 국가를 갔을 때 세관 검색이 느슨해진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한국에 1kg 이상 마약을 밀반입한 국가는 아시아·북미·중남미·아프리카·유럽 등 전 세계 18개국이었다. 총 반입량은 166kg이 넘는다.

2014년 대검찰청이 발행한 ‘마약백서’를 보면, 2014년만 해도 일본인 운반책이 홍콩에서 김해공항을 경유해 일본으로 필로폰을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사건, 멕시코 등 중남미에 근거지를 둔 국제 마약 조직이 라벨링 기계 속에 필로폰을 숨겨 유통을 시도한 사건, 아프리카 국제 마약 조직원들이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해 일본으로 필로폰을 밀반출하다 적발된 사건 등이 있었다.

이렇듯 마약 배송이 활개를 치면서 청소년의 마약류 접촉이 늘어난 것도 큰 문제다. 인터넷에서 마약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일반인들이 잘 알아볼 수 없는 용어를 사용한다. ‘아이스(필로폰)’ ‘떨(대마)’과 같은 은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공부 잘하는 약’ ‘날씬해지는 약’으로 광고해 사람들을 현혹한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마약 광고는 어학원이나 유학원, 대학 등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무작위로 올라오고 있다. 카카오톡 등 익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메신저나 비밀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불법 암시장인 ‘다크넷’ 등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고,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까지 거래 수단으로 등장했다.

인터넷·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택배나 우편물 등 내용물 확인이 어려운 배송 수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아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식약처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9세 이하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102명이었다. 2013년 58명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79명이 적발됐다.

 

“마약은 수요가 있으니 들어오는 것…단속 실적 내기보다 중독자 치료가 중요” 
한국마약범죄학회 전경수 회장 인터뷰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63)은 마약 범죄 수사관을 지내다 1998년 경찰에서 명예퇴직한 후 2003년 국내 최초로 <마약범죄학>을 펴냈다. 그는 2010년부터 마약 중독자들의 중독증 제거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무료 치료 기관인 ‘가평중앙교육원’을 운영 중이다.


마약 범죄나 마약 중독자가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마약은 ‘수요’가 있으니 들어온다. 수요가 없다면 마약이 들어오더라도 돈이 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밀수입이 이루어질 이유가 없다. 마약을 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마약범으로 분류된 사람들이 구속되거나 집행유예 선고를 받더라도 다시 사회에 나와 마약에 손대기 때문이다. 국가는 이를 치료해 마약 중독자 수를 줄이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마약 유통을 줄이기 위해 마약 전담반을 구성하고 있지만 마약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들여오는 방법도 기상천외한 것이 많아 현실적으로 마약 색출은 매우 힘들다. 마약 수요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약 중독자들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교육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치료 방법, 프로그램 등 교육원의 운영 실태가 궁금하다.

정부의 지원이 없어 마약범죄학회원 999명이 연간 2만원씩 내는 회비로 운영하고 있다. 마약의 중독증을 제거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오염되지 않은 청정 숲속에서 나오는 음이온으로 산소 호흡을 하고, 지하 암반수를 음용해 체내의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교도소나 치료감호소, 정신병원의 구금 치료는 이미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교도소에서 출소하면 교도소에 또 온다.” “병원에서 퇴원하면 또 한다.” “딱 한 번 중독되면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불확실하다.” 이것이 마약 중독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얘기다. 실제로 마약 범죄 발생 건수는 늘어나지만 치료 보호 실적은 떨어지고 있는데, 마약 중독자들을 무조건 격리하는 것보다는 재판과 처벌을 받더라도 치료를 통해 근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국회에 ‘마약류 등의 중독증 제거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평생교육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자고 청원했고, 올해 1월23일 이상직 의원이 이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마약 단속을 위해 국가적으로 어떤 시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마약은 개인과 개인의 거래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큰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다. 현재는 국가정보원·보건복지부·식약처·검찰·경찰 등 마약과 관련해 많은 기관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이미 규모가 커진 마약 거래를 잡기 위해서는 국내에 흩어져 있는 마약 관련 기관들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일명 ‘마약통합수사청’이다. 수사·예방·재활을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하나의 기관을 구축해 마약을 밀수하는 조직의 총체를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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