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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프랑스를 ‘인권의 나라’라고 했던가

난민 문제 둘러싸고 프랑스 내에 “수용 반대!” 극우 편향 발언 속출

최정민│프랑스 통신원 ㅣ . | 승인 2015.10.07(Wed) 18:32:57 | 13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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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백인종의 나라가 아닌가?” 극우 정당 관계자의 말이 아니다. 전임 정권인 우파 사르코지 내각에서 장관을 지낸 나딘 모라노의 말이다. 그녀의 발언은 친정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강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말실수나 사고가 아니다. 최근 들어 프랑스에서는 난민 문제를 둘러싸고 ‘극우 편향적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이와 맞물려 유럽으로 몰려든 시리아 난민들이 프랑스를 기피하는 것으로 드러나, 그동안 인권의 종주국임을 자임해온 프랑스의 체면이 지금 말이 아니다.

지난 9월24일 프랑스 최대 민영 케이블방송인 ‘카날 플뤼스’에 초대된 변호사 에릭 뒤퐁 모레티는 최근 난민 사태에 관한 질문에 “프랑스는 더 이상 ‘인권의 나라’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존엄사 사건과 모로코 국왕의 선임 변호를 맡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스타 변호사다. 그는 프랑스의 인권 현안에 대해서도 “프랑스는 더 이상 스트라스부르(세계인권법정)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토로했다.

프랑스 파리의 난민들이 9월17일 소지품을 들고 텐트촌을 떠나 다른 수용시설로 옮겨가고 있다. ⓒ AP연합

“모든 난민을 다 받아들일 순 없지 않나”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진행자가 한술 더 떠 “난민 문제에서도, 정치적으로 진실을 말하는 것은 극우 정당, 즉 국민전선밖에 없지 않으냐”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모레티 변호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폭주했으며, 선임 진행자였던 필립 질다는 “미친 짓거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제의 질문을 던진 진행자 마이테나 비라벤이 최근 저조한 시청률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이같이 자극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9월3일 터키 해안에서 숨진 세 살배기 난민 아일런의 사진이 보도되었을 당시 국제사회는 애도의 물결로 가득했지만,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들은 아일런의 사진을 지면에 게재하지 않았다. 여론은 즉각적으로 들고일어났다. “무함마드의 초상도 게재하는 프랑스에서 아일런의 사진을 싣지 못한단 말인가”라는 개탄이 이어졌다. 당시 프랑스의 라디오 채널 ‘유럽1’의 정치평론가 장 미셸 아파티는 이 문제를 두고 한 시민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아비뇽에 거주하는 마리 오딜은 프랑스 언론이 사진을 싣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하며, 그 이유는 “이 사진을 통해 여론이 조작되고, 마치 우리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 올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방송 진행자가 “그래도 보도는 언론의 임무이고, 세 살배기 소년이 억울하게 죽지 않았느냐”고 재차 묻자, 오딜은 “우리가 모든 난민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으냐”라고 되물으며, “이번 사태로 이민정책에 변화가 올까 봐 두렵다”고 반박했다.

8월5일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칼레에서 한 난민이 유로터널 방향 철로에 접근하기 위해 철조망을 넘고 있다. ⓒ AP연합

“난민들도 프랑스 정착 원치 않는다”

이는 비단 오딜만의 생각이 아니다. 사진을 게재하는 문제를 두고 예상외로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됐음은 물론, 심지어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난민에 대한 동정 여론이 정점에 올랐을 때도 프랑스에서 난민의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48% 수준에 머물렀다. 우파 공화당의 나탈리 코쥐스코 모리제 의원은 “전쟁 난민의 수용은 확대하되, 전체 이민자 수는 줄여나갈 것”이라는 영리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아일런의 사진이 유럽에서 난민들을 구했지만, 프랑스에선 이민자들을 옥죄는 구실이 된 셈이다. 사르코지 공화당 총재는 “전쟁 난민을 위한 여권을 발급하자”고 제안했다.

9월16일 프랑스 보도 전문 채널인 ‘BFM TV’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오피니언’과 공동으로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난민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보도했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 양상을 보였던 유럽연합(EU)의 국경 폐쇄에 대해, 무려 84%의 응답자가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그리고 이틀 후인 18일 국민전선의 부총재 플로리앙 필리포는 ‘솅겐 협약’(국경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제도)의 실효성 종언을 기념한다며 솅겐을 방문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이러한 기류를 의식한 듯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2016년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억7900만 유로의 예산을 긴급 편성했다고 밝혔다. 나자 발로 벨카셈 교육장관은 난민 자녀들을 학교에 등록시키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발 벗고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의 다각적인 난민 수용 대책과 정반대로 정작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난민들은 프랑스를 원치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관계 전문지 ‘쿠리에 엥테르나쇼날’은 뉴욕타임스를 인용해 “난민의 대다수는 프랑스에 정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인들이 난민에 대한 공포로 각인되어 있다”고 전하며, “프랑스의 극우 정당은 이번 사태를 4세기 게르만족 대이동과 비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가 난민들에게 그대로 전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가 나가자 해당 사이트에는 미국적 시각을 비판하는 댓글이 300개 넘게 달리기도 했다.

사실 시리아 난민이 프랑스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올해 초인 2월 프랑스의 시사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왜 시리아 난민들이 프랑스를 원하지 않는가’라는 분석 기사를 낸 바 있다. 당시 유럽인권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의 난민 수용 실적이 저조한 것에 대해 ‘지속적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리아 난민들이 프랑스가 아닌 독일과 스웨덴을 더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쿠르드족으로 구성된 시리아 이주민 사회가 독일과 스웨덴에 더 오랫동안 자리 잡아왔던 것’을 이유로 꼽았으며, 부차적으로는 ‘프랑스에서의 난민 신청이 복잡하고 절차가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5년 파리 소요 사태로 프랑스식 동화 정책의 철저한 실패를 인정해야 했던 프랑스가 이제 난민 문제를 앞에 두고 인권 국가로서의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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