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G전자 V10 반응 잠잠한 이유 세 가지, ‘디자인·배터리·가격’
  • 민보름 기자 (dahl@sisabiz.com)
  • 승인 2015.10.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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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디스플레이는 강점...반응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12일 홍대 앞 LG유플러스 매장에 V10홍포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사진 = 민보름 기자

LG전자는 8일 자칭 ‘슈퍼 프리미엄 폰’ 브이텐(V10)을 출시했다. V10은 기존 G시리즈와 다른 라인인 V시리즈의 첫 모델이다.

LG전자는 신제품을 최신 기능으로 무장했다. 작은 디스플레이를 주 화면에 추가한 세컨드 스크린과 화각이 커 셀카봉 없이 주변이 찍히는 전면 카메라가 대표적이다. 출고가도 79만원 대로 80만원을 넘는 기존 프리미엄 폰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출시 직후 소비자 반응은 잠잠했다. 매장마다 금·토·일 황금연휴 내내 평균 한 두 대 팔렸다고 말했다. 이는 기자가 출시일인 8일과 주말이 지난 12일 양일간 홍대, 영등포, 강남 일대 대리점 10 곳 이상을 취재한 결과다.

대리점에선 V10에 대한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도 알아볼 수 있었다. 몇 가지 공통된 원인이 있었다. 현장 판매원들은 V10의 약점으로 디자인과 배터리, 가격을 꼽았다.

◇ 디자인 특별하지 않아, 오히려 불편하다는 지적 나와

V10은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기능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능에 좋은 점수를 준 판매원도 디자인에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V10이 가격에 비해 사양이 좋다”고 말한 최 모 씨(33, 영등포구)는 “솔직히 말하면 디자인은 별로”라고 설명했다.

홍익대학교 앞 케이티(KT)매장에서 일하는 홍의석 씨(20. 김포시)는 “신기한 카메라 기능을 보고 사진 찍기가 취미인 아버지께 V10을 사드렸다”면서도 “디자인이 애매해서 젊은 층에겐 잘 안 나간다”고 말했다.

영등포 지하상가에서 휴대폰를 파는 안 모 씨(42, 용산구)는 “디자인에 뚜렷한 혁신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이폰이나 삼성전자 신형 스마트폰은 상대적으로 예쁘다고 덧붙였다.

일부 매장에선 아이폰6S에 대한 문의가 V10문의보다 많았다. 아이폰에 대해 상담하는 소비자 대부분은 새로 추가된 ‘로즈골드’ 색상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

일부 판매원은 가로길이가 긴 게 기능면에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영등포역 근처 한 대리점에서 일하는 이동하(41, 고양시) 씨는 “잡았을 때 옆이 너무 커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V10을 한손으로 잡기가 불편하다는 의견은 근처 매장에서도 나왔다.

V10 가로길이는 79.3 밀리미터(mm)로 노트5(76.1mm)보다 3밀리미터(mm) 가량 더 길다. 아이폰6 플러스는 가로길이가 77mm다.

◇ 배터리 발열 문제 반복되나

대리점 대부분은 V10 사용 시 발열이 심하다는 데 동의했다. 일부에선 지포(G4)때부터 발열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동하 씨(41, 고양시)는 “G4때도 배터리 불량으로 찾아오는 고객이 있었다”면서 “그런 문제 때문에 꺼리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역 근처 SK텔레콤 직영 매장 최민우(30, 수유리) 매니저는 “V10을 문의하는 고객에게 제품을 켜서 보여주는 데 켜자마자 발열이 걸렸다”며 “제품을 처음 켜는 거라 부팅이 오래 걸려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사는 고객도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그 역시 G4때 발열 문제로 찾아온 고객들을 응대한 적이 있었다.

LG전자가 V10 구입 고객에게 여분의 배터리를 제공하는 행사를 벌이고있다. / 사진 =민보름 기자

V10 판매 시 배터리를 한 개 주는 점도 지적 받았다. 배터리가 내장된 경우가 아니면 소비자는 휴대폰 구입 시 상자 속에 배터리가 하나 더 있을 거라 기대한다. 고가 프리미엄 폰을 구입하는 경우 더하다. 하지만 LG전자는 V10을 판매하며 배터리를 하나만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노트4를 판매하며 배터리를 한 개만 제공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출고가가 오르지 않은 효과가 별로 없는 셈이다.

한 판매 직원은 “V10을 사면 배터리가 하나 들어있다”면서 “LG전자는 출시 후 한 달 동안만 배터리 하나를 더 주는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출고가 충분히 낮지 않아, 가격 대비 성능은 좋다는 의견도

일부 대리점에선 가격이 여전히 비싼 편이라고 주장했다. 판매원들은 V10이 기존 프리미엄 폰보다는 10만원 가량 싸지만 소비자에게 이 부분이 충분한 강점은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전부터 LG전자 휴대폰 가격이 저렴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역 SK텔레콤 매장 직원 안 모씨는 “LG전자 휴대폰은 전에도 출시일이 지나면 지원금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G시리즈처럼 출고가가 더 떨어지면 사는 고객이 생길 거라는 뜻이다. 이런 관행 탓에 출시 직후 LG 신제품을 사려는 소비자가 적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매장에선 이번에 출고가가 떨어진 G4보다도 G3가 더 잘 팔리고 있었다. 스마트폰 기능이 평준화하면서 소비자가 두 제품의 차이를 크게 못 느끼기 때문이다.

홍대 앞 KT매장 직원 김대범(32, 마포구) 씨는 “애초에 중저가로 나온 제품은 거의 안나간다”면서 “(손님들이) 살 거면 신제품을 사거나 고가폰 가격이 완전히 떨어지는 걸 기다린다”고 말했다.

반면 출시일이 지나고 제품이 알려질수록 V10이 잘 팔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영업정지가 8일 끝난 일부 SK텔레콤 매장에선 포스터를 붙이지 않는 등 아직 본격적인 홍보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일명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다는 소문은 퍼져 있었다. 실제로 강남역 근처 매장에선 제품 사양을 잘 아는 소비자들이 V10을 찾았다.

강남역 부근 KT매장에서 일하는 최 모씨는 “스펙은 프리미엄 급인데 70만원 대라 출시 전 전화로 문의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화면 해상도나 카메라 기능 면에서 삼성폰이나 아이폰보다 나아서 앞으로는 잘 팔릴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근처 LG유플러스 매장 직원도 “지금은 노트5가 더 잘나가지만 노트5도 아이폰처럼 처음부터 사려고 줄서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V10에 대한 문의도 많고 기능도 괜찮아서 앞으로 잘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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