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향 어긋난 崔부총리의 금융개혁 진단
  • 이민우 기자 (woo@sisabiz.com)
  • 승인 2015.10.14 15:16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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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금융회사가 (세계) 어디에 있느냐." 최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그는 "입사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한 책임을 노조에 돌리기 위한 말이었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최근 보고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은 평가 대상 140개국 가운데 87위에 불과했다. 아프리카 우간다(81)보다 낮았다. 은행건전성(122위), 대출의 용이성(120위)도 최하위였다.

그러나 최 부총리의 발언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부터 틀렸다. 선진국 은행들의 영업시간을 보면 대부분 우리와 비슷하다. 미국은 주(州)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오후 4~5시에 영업을 마친다. 일본의 주요 은행들은 오후 3시로 우리보다 일찍 문을 닫는다.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대부분 비슷하다.

은행 문을 닫는다고 해서 은행원들이 일찍 퇴근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은행원들은 거의 매일 야근하고 있다. 영업 시간이 끝나면 입·출금 숫자를 맞춘다. 빠른 상담을 위해 넘겨놨던 서류도 정리해야 한다. 심지어 영업점의 특성, 유동인구 등에 맞춰 저녁이나 주말에도 문을 열기도 한다.

최 부총리의 진단은 방향도 잘못 됐다. 최 부총리가 문제 삼은 오프라인 영업 시간은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아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비대면 거래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금융 보안을 토대로 한 핀테크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금융권의 경쟁력을 저하시킨 원인은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 그동안 정부는 벤처 창업을 활성화한다며 부실 대출을 강요했다. 금융권 수장은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권 인사나 모피아(재무부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낙하산을 타고 온 인사들은 정부와 금융계, 기업의 유착 고리를 잇는 연결 고리가 됐다. 최 부총리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개혁은 금융기관만 닥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은행 문을 늦게 닫도록 해서 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관치(官治)'로 물든 금융권의 경쟁력을 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 부총리가 생각해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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