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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시진핑의 끊임없는 ‘밀당’

과거 혈맹 관계는 옅어지고 정상적인 국가 관계로 변해가는 북한과 중국

박승준 |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ㅣ . | 승인 2015.10.14(Wed) 16:34:00 | 13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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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10월10일 열린 조선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는 중국공산당에서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했다. 류윈산은 7인의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서열 5위인 인물이다. 류윈산이 맡고 있는 직책은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당교 교장, 중앙정신문명건설 지도위원회 주임 등 네 가지로, 중국공산당에서 이념과 선전을 관할하는 당직(黨職)만 보유하고 있다.

“류윈산 파견은 중국이 큰 아량 베푼 것”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 사이의 당 대 당(黨對黨) 관계만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북한과 중국 관계에서 중국공산당 당직만 보유하고 있는 류윈산이 파견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가 판단된다. 류윈산이 평양으로 떠나기 직전 중국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웨이신(微信)에는 중국 외교부 고위 담당자의 견해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코드 네임 ‘협객도(俠客島)’가 올린 장문의 북·중 관계 현황 진단 글이 떴다.

류윈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북한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0월9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류윈산의 파견은 최근 중·조(中朝) 관계에서 대단한 중량급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일 사망 이후 중·조 관계는 ‘담담한 계절(淡季)’을 보내고 있었다. 새 지도자 김정은은 조선 지도자들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중국을 방문하는 관례를 깨면서 외교적으로 중국의 영향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내적으로는 한층 독립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강경한 지도자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핵 문제에서는 더욱 ‘우리 식대로 한다’는 ‘아행아소(我行我素)’의 입장을 강화하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외부 세계에서는 ‘중국이 조선에 대해 석유 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양국 관계가 의심할 여지없이 낮은 계곡을 통과하고 있다’는 말도 많았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중국이 류윈산 파견을 발표함으로써 중·조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으며, 중국이 큰 아량으로 오른손을 뻗은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시진핑이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후 2013년 3월 국가주석 취임을 앞두고 김정은이 감행한 제4차 핵실험으로 북·중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떨어진 이후 그나마 양측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류윈산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시 화가 잔뜩 난 시진핑을 달래기 위해 북한에서 특사로 파견된 인물이 최룡해였고, 그때 최룡해의 직함은 조선노동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었다. 당시 시진핑은 자신보다 먼저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서기처 서기 류윈산에게 최룡해를 만나게 해서 김정은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들어보게 했고, 시진핑 자신은 의례적으로 최룡해를 만나 악수를 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예만 표했다.

당시 최룡해는 류윈산을 만나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나를 특사로 중국에 파견한 목적은 조·중 관계를 개선하고 튼튼하게 발전시키는 것이며, 우리 조선은 중국과의 공동 노력으로 조·중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윈산은 “중·조 우호 관계를 튼튼하게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중국의 당과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전제하고 “우리는 조선 측과 소통을 강화하고 공통 인식을 확대해 중·조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되게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류윈산이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것은 8년 전인 2007년 10월29일이었다. 당시 중국공산당 정치국원 겸 서기처 서기, 중앙선전부 부장이던 류윈산은 김정일을 만나 그때 막 끝난 중국공산당 제17차 당 대회의 내부 사정을 통보해주었다. 그때의 방문을 계기로 최룡해가 2013년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류윈산이 나서서 최룡해를 만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 평양 방문 역시 지난 9월3일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북한에서 최룡해가 조선노동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당 중앙서기 자격으로 파견되자, 이번 조선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행사에는 류윈산을 파견해 균형을 맞추게 된 것이다. 류윈산은 지난해 12월17일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치러진 김정일의 추도식에도 중국공산당을 대표해 김정일의 초상화에 헌화하고 묵념을 함으로써 어느새 중국공산당의 대북한 창구 역할을 맡게 됐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창당 70주년을 맞아 수해 복구 작업이 벌어진 라선시 선봉지구 백학동을 최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월8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당분간 중국과 좀 떨어져 거리 유지’

북한은 역대로 5년, 또는 10년으로 꺾어지는 해에 평양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여왔다. 2005년에 벌어진 평양 군사  퍼레이드에는 중국에서 여성 부총리 우이(吳儀)가 파견돼 참관했다. 2010년에는 당시 9인의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 가운데 서열 9위였던 저우융캉(周永康)이 파견돼, 사열대 위에서 김정일 바로 옆자리에 서서 북한 인민군 병력과 장비의 행진을 바라보았다. 당시 김정일은 평양을 방문한 저우융캉을 방문기간인 3박 4일 내내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만나주는 환대를 했다. 당시는 북한과 중국 관계가 제2의 밀월기에 있을 때로, 김정일은 1년 남짓 사이에 세 번이나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평양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지난 9월3일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중국 인민 항일전쟁 승리 기념 퍼레이드에 김정은이 중국의 초청을 받고도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자기를 대신해 최룡해를 보냈으므로, 시진핑으로서는 당내 서열 5위 류윈산을 보내는 이외의 선택을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렇게 볼 때 현재의 북한과 중국 관계는 오히려 김정은이 ‘지금은 중국으로부터 좀 떨어져 거리를 유지해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양국이 다소 냉랭한 관계를 이어가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과 시진핑이 그렇게 서로의 관계를 밀고 당기고 하는 사이에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점차 과거의 혈맹 관계는 옅어지고 정상적인 국가 관계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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