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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장사로 돈 버는 ‘무늬만 제약사’

매출 1%만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시늉…“제약사 간판 부끄럽다”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5.10.14(Wed) 16:44:04 | 13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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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제약사들 간에 연구·개발(R&D) 투자비가 25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 분석평가 전문 사이트인 팜스코어는 올 상반기 국내 63개 상장 제약사의 연구·개발 투자 현황을 분석했다.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은 한미약품으로, 매출액(3570억원)의 23.6%인 842억원을 투자했다. 이 업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년 15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로 유명하다. 이어 대웅제약(471억원), 녹십자(447억원), 종근당(409억원) 순으로 투자비용이 많았다.

R&D 투자에 가장 인색한 업체는 광동제약이다. 올 상반기 매출 가운데 1.2%인 32억원만 R&D에 썼다. 한미약품과 비교하면 25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10대 제약사 가운데 꼴찌고 코스피 상장 제약사 32곳 중에서도 뒤에서 두 번째다. 지난해 R&D 투자는 매출 대비 1.1%(59억원)로, 최근 3년 연속 1%대에 머무르고 있다. 기업 재무제표와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앞세운 음료 광고비로 올 상반기에만 매출의 7.4%인 199억원을 썼다.

한 제약회사에서 의약품 원료를 제조하고 있다. ⓒ 시사저널 사진자료

10대 제약사 R&D 투자 비율 약 10%

10대 제약사의 매출 대비 평균 R&D 투자 비율은 1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미약품(23.6%), 종근당(14.2%), 대웅제약(11.8%), 녹십자(10.7%), 일동제약(10.6%), 동아ST(9.6%), JW중외제약(6.5%), 유한양행(5.9%), 제일약품(3.3%), 광동제약(1.2%) 순이다. 최성규 팜스코어 수석연구원은 “제약업계의 R&D 투자율은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데, 지난해와 올해 상위권 제약사의 평균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10%대”라며 “이 비율은 외국 제약사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유지해야 제약사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D 투자 규모가 가장 큰 한미약품은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에도 매년 매출액의 20%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았다. 그 결실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3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6억9000만 달러(약 8211억원) 규모의 면역치료제 기술 수출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7월에는 독일 제약사 베링거잉겔하임에 폐암 치료제 후보 물질의 제조 기술과 판매권을 7억3000만 달러에 수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제약업계에 위기감이 커져가던 2000년 이후 15년간의 연구·개발 노력이 올해부터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년 대비 100억원 이상 연구·개발비를 늘린 종근당도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307억원을 R&D에 투자했던 이 기업은 올 상반기에는 30% 이상 증가한 409억원을 연구·개발에 썼다. R&D 인력을 2013년 대비 50명 이상 충원한 데다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이다. 차세대 항암제 등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만 60여 개에 달한다.

일동제약은 개량 신약과 원료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R&D 투자액이 지난해 상반기 15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34억원으로 늘어났다. 매출액 대비 R&D 비율도 10% 수준으로 올라섰다. 10대 제약사는 아니지만, 부광약품과 현대약품 등 매출 500억~600억원대의 중견 제약사도 올해 처음으로 매출 대비 R&D 투자액이 10% 이상으로 증가했다.

광동제약 매출의 절반은 음료수를 판 액수다. 사진은 비타500 무료 시음회. ⓒ 광동제약 제공

광동제약, 매출의 50% 이상을 음료수에 의존

업체마다 차이는 크지만 전반적으로 R&D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시대에 다국적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화이자와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20%를 웃돈다. 미국 대형 제약사 BMS의 R&D 투자 비율은 32%를 넘고, 그 비율이 가장 낮다는 길리어드도 11.2%다.

정부는 2018년까지 세계 7대 제약강국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국내 최초 1조원 매출 제약사(유한양행), R&D 투자 1000억원 돌파(한미약품), 업계 최초 수출 2억 달러(녹십자) 등을 배경으로 삼아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 개발 투자를 포기하다시피 한 제약사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뒷전이고 음료수나 외국 의약품을 팔아 외형만 부풀린 제약사들이 국내 10대 제약사 간판을 달고 있는 일은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광동제약을 물장수로 표현한다. 올 상반기 매출 순위에서 업계 7위인 광동제약은 의약품보다 음료수에 의존해 매출을 올렸다. 올 상반기 매출 2708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음료수를 팔아 번 돈이다. 제주삼다수(생수)는 올 상반기에 826억원어치가 팔려 전체 매출의 30.5%를 차지했고,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매출 비중도 23.4%로 높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화이자와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의 비의약품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2%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에 비하면 국내 제약사는 간판을 달기가 부끄러운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 업체는 ‘물 사업’을 외국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미국 뉴욕 시에 약 24억원 규모의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1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비타500 등으로 미국 음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광동제약의 올 상반기 매출 가운데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전문의약품 2.6%, 일반의약품 13%) 남짓이다. 지난해에도 매출 5209억원 가운데 의약품 판매 비중은 28% 정도에 그쳤다.

광동제약을 두고 무늬만 제약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최근 3년 동안 ‘혁신형 제약기업’이었다. 혁신형 제약기업이란 정부가 신약 개발 역량과 해외 진출이 우수한 업체를 인증해주는 제도다. 이들 기업에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 참여 기회와 세제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 3년마다 재인증 심사가 이뤄진다. 보건복지부는 6월 혁신형 제약기업 명단에서 광동제약, 일동제약, 동화약품 등을 제외한 36곳만 인증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과 동화약품은 리베이트 파문에 연루된 탓에 인증을 자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고, 광동제약은 연구·개발에 소홀했던 것이 재인증에 실패한 원인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받으려면 R&D 투자 비중이 최소 5%는 돼야 한다. 이와 관련된 취재진 질문에 광동제약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1조원 매출을 달성한 업계 1위 유한양행의 매출 구조도 심각하다. 올 상반기 매출액 약 5100억원 가운데 72%는 다른 회사의 상품을 팔아 번 돈이다. 2012년 52%였던 이 비율은 지난해 61%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자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서 38%로 쪼그라들었다.

“1위 유한양행 매출은 외국 약 팔아 번 돈”

계약을 맺은 외국 제약사가 판매권을 회수할 경우 그동안 일궈놓은 시장과 매출을 고스란히 빼앗기게 되는 취약한 구조다. 실제로 한독약품은 최근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당뇨 치료제 국내 판권을 빼앗겨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 유한양행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012년 6.1%에서 지난해 5.6%로 낮아져 업계 평균(약 7%)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한양행이 이른바 돈 되는 외국산 약을 팔아 매출만 부풀린 업체라는 비판을 받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규모를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다국적 제약사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모든 역량을 외국 제약사의 약품 판매에 쏟아붓기 위해 자사의 의약품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녹십자도 다른 회사 상품 판매 비중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39.3%에서 올해 상반기 42.9%로 상승했다. 제일약품·동아ST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제약사들의 매출도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15개 제약사의 타사 제품 매출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늘어난 1조5000억원 규모다.

손쉽게 매출만 늘리고 R&D 투자에는 인색한 제약사가 늘어나는 현상은 국내 제약업계가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업계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제약사도 생존 경쟁에 몰려 있는데 협회 차원에서 업체에 R&D 개발을 늘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분석가는 “과거 동아제약이 박카스로 돈을 번 사례를 학습한 때문인지 최근 음료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에 치중하거나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도매상 역할을 하는 업체가 많아졌다”며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는 풍조에 대한 반성과 장기적 신약 개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종근당 임상시험 건수 1위…올 상반기만 26건 승인 받아 

제약사의 힘은 신약 개발에서 나온다. 신약은 임상시험을 거쳐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임상시험은 사람을 상대로 약의 효능성과 부작용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서 큰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10년 정도의 신약 개발 기간과 수천억 원대의 비용이 든다. 그러고도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게 신약 개발이다.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힘을 얻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16일까지 90여 개 제약사가 승인받은 임상시험은 총 30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5건에 비해 2.4% 증가한 수치다. 올해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승인받은 제약사는 종근당으로 2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승인 건수가 가장 많았던 한국노바티스(18건)보다 8건이나 더 많다. 올해 들어 한 달에 2~3건씩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셈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고도비만 치료제 등 기존 것까지 합하면 모두 35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과 한국얀센이 각각 17건의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공동 2위다. 폐암 치료제 등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한미약품 관계자는 “해외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까지 더하면 모두 23건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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